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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정호연…다시 신인이 된 심정으로
조현나 202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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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넷플릭스

“다른 사람들은 점점 이기적으로 변하지만 새벽이에게선 따뜻함이 묻어났다.” 배우 정호연의 말대로 새벽이 마음의 문을 열었기 때문일까. <오징어 게임>의 수많은 캐릭터 중에서도 새터민 새벽은 유난히 더 들여다보고 싶은 인물이었다. 독립심이 강한 반면 긴박한 상황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 줄 아는 새벽은, 모델인 그가 오디션을 위해 뉴욕 패션 위크를 포기하고 귀국할 만큼 매력적이었다. 모델로서 화려한 커리어를 쌓아온 지 올해로 11년차. “다시 신인이 된 심정으로” 촬영에 임한 정호연은 80개국에서 1위를 기록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성공적인 배우 데뷔전을 치렀다.

“호연아, 지금 이게 무슨 일이야?” <오징어 게임>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라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다. 미녀 역의 주령 언니가 전화해서 묻더라.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냐고. (웃음) ‘<오징어 게임> 버스’에 잘 올라탄 것 같아 감사하다.

오디션 회사에서 <오징어 게임> 오디션 대본을 주면서 최대한 빨리 영상을 찍어 보내라고 하시더라. 최대한 빨리가 정확히 언제인지도 모른 채 잠들기 전까지 대사를 읊었다. 패션 위크를 포기한 게 아쉽지 않냐고들 하는데 내겐 별로 큰 고민이 아니었다. 그만큼 연기에 욕심이 있었다.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었다.

에이미 애덤스 좋아하는 배우인데, 그가 오디션을 볼 때마다 ‘오늘이 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마지막 순간’이라고 생각한다더라. 오디션을 볼 때, 나 역시 새벽이와 가장 가까운 시간을 사는 것이라 생각하며 연기하니 훨씬 몰입이 잘됐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새벽의 과거 탈북 과정에서 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셨고, 새벽이 그 장면을 어떻게 봤고, 중국에 끌려가기 전에 엄마가 마지막으로 한 말은 무엇이었는지 빽빽이 적어놨다. 그 상황을 떠올리며 대사를 하니 담백하게 가야 하는 신에서도 감정이 올라왔다.

단단함 어릴 때 모델 일을 시작했고 혼자 해외에서 활동한 경험도 많다. 그래서 책임감과 독립심이 강한데, 서울에서 홀로 생활하며 가장의 무게를 견디는 새벽이 나와 닮아 보였다.

첫 리딩 파트너 지연을 연기한 (이)유미가 처음으로 만난 리딩 상대였다. 유미는 어땠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처음부터 우리가 되게 잘 맞을 것 같다고 느꼈다. (웃음) 유미는 연기 경험이 많은 친구다. 그래서 내 고민을 잘 들어줬고, 매번 연기 얘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사투리 새벽이는 탈북한 지 오래돼서 사투리를 거의 쓰지 않는다. 동생과 이야기하거나 화가 났을 때 조금씩 튀어나오는 정도. 서울말도, 북한말도 아닌 애매한 말투를 잘 표현해보려고 했다.

단발머리 분장팀의 제안으로 모델할 때 허리까지 길게 기른 머리를 잘랐다. 미련은 없었다. (웃음) 헤어, 메이크업은 많이 받아봤지만 분장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패션 스타일 평소에 새벽이 사복과 같은 스타일을 자주 입는다. (일어나서 옷을 보여주며) 오늘도 큰 사이즈의 셔츠와 바지를 입었다. (웃음) 내 직업이 모델이다 보니 사람들이 스타일링에 관해 많이 궁금해한다. 근데 사실 패션은 자기 주관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자신을 처음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니까.

모델, 그리고 배우 연기를 하면서 오랜만에 신인 시절의 기분을 느꼈다. 그래도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모델 일을 해봤기 때문에 비교적 빨리 긴장을 떨치고 나의 템포를 되찾은 것 같다. 해외에서 여러 국적의 모델들과 일하며 배운 건, 서로의 다름을 포용하며 함께 일하는 법이었다. 때문에 이번 작품을 할 때도 스스로에게 갇히는 대신 현장의 많은 이들에게 질문하며 도움을 받았다.

출발선 모델로 활동할 때 이건 되고 저건 안된다는 기준선을 따로 만들지 않았다. 배우도 마찬가지다. 이제 시작이니까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하면서 차츰 나의 길을 만들어가고 싶다.

Filmography

드라마 2021 <오징어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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