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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3호 [프리뷰] 요아킴 트리에 감독,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김소미 2021-10-08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요아킴 트리에/노르웨이/2021년/128분/월드 시네마

서른살의 줄리는 자신이 내린 결정들이 과연 인생의 최적화에 기여하고 있는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의대생에서 심리학도로, 포토그래퍼에서 작가로 삶의 궤도를 재설정해봐도 불안은 여전하다. 그사이 줄리는 훗날 자기 고백적 에세이를 쓰게 된다면 가장 많은 페이지를 할애할 두명의 남자를 만나 차례로 공평히 사랑한다. 낭만이 종식된 이후 두 관계가 보이는 양상도 비슷하다. 직업적으로 성공한 나이 많은 남자와는 가치관의 괴리를 절감하고, 취향이 비슷한 젊은 남자와는 삶의 진전이 없다고 느낄 때 줄리는 또다시 익숙한 불충족감에 사로잡힌다.

문제는 자유가 너무 지독하기 때문일까. 최선의 인생, 최고의 사랑은 여기 아닌 어딘가에서 우리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으려나. 변화무쌍한 멜로드라마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이 상투적인 주제를 대담한 내러티브와 치열한 감정, ‘미투와 포스트 페미니즘 시대’를 반영한 의제들로 신선하게 제압한다. 서사를 무려 12개의 챕터로 나눈 요아킴 트리에는 중대해 보이나 표피적인 사건들을 단 몇초 만에 압축하는 대신 남몰래 찾아든 삶의 은밀한 계시 앞에선 느긋이 소요할 줄 아는 담력가다. 그는 새 사랑의 열망에 찬 줄리가 정지된 세계 위를 달리는 장면처럼 세련된 세트피스들로 내면의 파노라마까지 흥미진진하게 펼쳐놓는다. <리프라이즈>(2006) <오슬로 8월 31일>(2011)에 이은 오슬로 3부작의 마지막 편이다. 줄리를 연기한 놀라운 르나트 라인제브는 첫 영화 주연작으로 올해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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