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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의 정수 '백스피릿'

코로나19 시대. 많은 약속을 ‘언젠가’로 미루다 보니 자연 술자리의 기쁨도 옅어졌다. 단골 술집이 안주 배달을 시작했으니 집에서 친구와 조촐한 술상을 마주하는 것도 좋다고, 집이니까 넷플릭스도 볼 수 있다고 자족했다. 그렇게 <백스피릿>을 틀었다가 백종원이 가수 박재범, 로꼬와 소주를 마시는 첫회부터 바깥 술자리가 그리워 엉덩이가 들썩이고 “사장님 여기요!”라고 외치고 싶어졌다. 집에선 못하니까. 앞서 백종원과 함께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시리즈를 만든 박희연 PD가 총괄 연출을 맡은 <백스피릿>은 술자리의 ‘정수’를 기막히게 짜냈다. 삼겹살을 자르는 ‘가위’가 화면을 꽉 채우는 장면에서 퍼뜩 알아챘다. ‘이거 내수 한정 콘텐츠가 아니고 전세계 대상 한국 식문화 해설지구나.’ 넷플릭스의 영어 자막을 켜니 불판에 남은 삼겹살을 순두부찌개에 잘게 잘라 넣던 백종원의 말, “나는 찌개에다 영혼을 넣잖아”는 “I put my soul into this jjigae”로 번역된다. 수프나 스튜를 거치지 않고 그냥 ‘찌개’(jjigae)라고 해도 통하는 시절을 맞은 것이다.

6번의 술자리는 배우 한지민·이준기, 나영석 PD, 김연경 선수와 배우 김희애로 이어진다. 술과 안주에 관한 ‘썰’이 가끔 늘어질 때가 있긴 해도, 백종원은 한국식 술자리 토크의 무례만큼은 말끔하게 걸러낼 줄 알고, <백스피릿>은 자리에 없는 배우자의 험담을 해 격을 떨어뜨리거나 결혼을 채근하는 오지랖 없이도 같은 주제로 자연스럽게 인생 경험을 나누는 대화가 가능함을 보여줬다. 음식 관련으로 백종원만큼 큰 영향력을 가진 허영만 화백의 TV조선 <백반 기행>에서는 소갈비를 두 접시 먹는다는 배우 김희선이 “남편이 돈 많이 벌어야 되겠는데”라는 ‘농담’을 들어야 했고, 축구 선수 이영표는 “지금 딸만 셋 아니요. 아들 하나 있으면 더 좋지”라는 참견을 듣고야 만다. 글로벌 플랫폼 공개를 목적으로 제작되는 프로그램의 또렷한 자각이 내수용 프로그램에 영향을 끼칠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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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코노지에서> (왓챠)

일본 드라마 <오늘 밤은 코노지에서>는 ‘ㄷ’을 좌우 반전한 모양의 일어 가타카나 ‘코’ 모양의 카운터가 있는 실제 술집을 순례하는 이야기. 모르는 사람들과 시선을 주고받고 상석도 말석도 없이 쉽게 교류하는 푸근한 술자리라도 예절은 있다. “술집에서 오지랖은 금기 중의 금기”이며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신 술과 안주를 사서 권하는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엠파이어 옥토버페스트> (넷플릭스)

자신은 방송을 통해 인정받으며 좋은 사람으로 성장한 경우라고 말하는 백종원은 나영석 PD와 막걸리를 마시는 4편 마지막에 “방송 안 했으면 사악한 장사꾼?” “음흉한 장사꾼”이라는 대화를 나눈다. 정말로 사악하고 음흉한 사업가의 이야기가 있다. <엠파이어 옥토버페스트>는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를 세계적인 규모로 혁신한 사업가 프랑크의 비열한 이권 다툼을 그린, 1900년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으로 독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