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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신의 아이>
김송희(자유기고가) 사진 백종헌 2021-10-19

코맥 매카시 지음/정영목 옮김/문학동네 펴냄

“코맥 매카시는 주인공이 얼마나 끔찍한 행동을 하든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막강하고 비범한 작가다.”(<선데이 타임스>) 솔직히 <선데이 타임스>의 비평에 완전히 동의하긴 어려울 것 같다. 페이지를 뒤로 넘길수록 <신의 아이>의 주인공이 ‘내가 얼마나 더 악마 같은 행동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지’라고 작정이라도 한듯 더해가는 악행에 진저리가 쳐졌고, 그 감정을 공감이라 부르긴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약탈, 강간, 방화, 시체 간음에 이르기까지 윤리적으로 인간이 행해선 안된다고 사회에서 약속된 모든 행위를 다 해내는(?) 주인공에게 가차 없는 시선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소설은 악마 같은 인물의 폭력성을 거침없이 묘사하고, 파괴된 그의 내면에 대해 그 어떤 당위나 변론을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주인공 레스터가 어릴 때 부모에게 버림받고 숲속에서 홀로 살아가며 이웃에게 조롱이나 멸시를 받는 내용은 있지만, 그 때문에 그의 범죄가 연민을 얻어야 한다고 작가도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매카시는 주인공의 살풍경한 내면과 비틀린 인간성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지도 않으며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변론을 시도하지 않는다. 다만 ‘신의 아이’라는 제목과 연결되는 소설 속 구절, “아마도 당신과 다를 바 없을 하느님의 자녀”라는 문장은 독자가 인물에게 섣불리 거리감을 가질 수 없도록 묶어놓는다. 현실 지명과 범죄가 일어나는 헛간과 숲, 다람쥐 스튜와 주변 쓰레기 더미 등을 자세히 묘사함으로써 우리는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악행으로부터 눈 돌릴 수 없게 된다. 화자가 불분명하고 시점도 오락가락하는데 그 때문에 어느 순간에는 창조자(신)의 눈이 되어 레스터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을 벌레처럼 내려다보게 된다.

1973년에 발표된 <신의 아이>는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코맥 매카시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그의 대표작 <핏빛 자오선>이 1985년, <모두 다 예쁜 말들>이 1992년, 퓰리처상을 받은 <로드>가 2006년 발표되었으니 <신의 아이>는 작가의 초기작에 해당한다. 그만큼 실험적이며, 인간 심연의 폭력성과 공포를 불편하게 그려냈다. 제임스 프랭코가 감독, 주연한 영화 <차일드 오브 갓>(2013)의 원작이다.

그날 밤

그는 나쁜 운명에 대한 예감 같은 것을 느끼며 밤에 잠을 깼다. 일어나 앉았다. 불은 한 가닥만 남아 재에서 우뚝 선 채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램프에 불을 붙이고 심지를 올렸다. 일렁이는 연기 망토가 방을 덮고 있었다. 두꺼운 하얀 연기 리본들이 천장의 판자들 사이로 스며서 내려오고 있었고 머리 위에서 뭔가가 뭔가를 먹고 있는 듯한 가벼운 딱딱 소리가 들렸다. 이런 젠장, 그가 말했다.(1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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