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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첫눈이 사라졌다' 타인의 고통을 해소하는 능력까지 겸비한 마사지사
이보라 2021-10-20

뜨거워지는 지구와 메말라가는 윤리의 인류세. <첫눈이 사라졌다>는 이 전제를 냉정히 인정하되 낭만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영화다. 체르 노빌 출신의 청년 제니아(알렉 엇가프)는 폴란드 바르샤바의 부유한 동네를 집집이 돌아다니는 마사지사다. 최면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해소하는 능력까지 겸비한 그는 이 외로운 마을의 근심을 대신 삼킨다. 더이상 눈이 내리지 않는다는 소문이 무성한 시대, 마음에 허기가진 고객들은 그를 열렬히 필요로 하고, 제니아는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한다.

<첫눈이 사라졌다>는 서사의 전후 사정을 소상히 설명하기보다 장면의 나열을 통해 상황을 전달하는 화법을 내세운다. 더욱이 주인공 제니아는 전사가 생략되어 있으며 의중 또한 명확히 드러내지 않아 미스터리한 존재로 보인다. 여러모로 신비로움을 드리운 영화는, 제니아의 어린 시절 사이사이 몽환적인 장면들을 제시하여 영화의 빈곳을 시적으로 메운다. 제니아의 고향과 극중 느슨하게 언급되는 방사능 유출사건에 기반해 영화를 바라볼 때 재난과 환경이라는 시급한 화두를 인식하는 독창적인 작품이 된다. <인 더 네임 오브> <바디> <얼굴>의 감독 마우고자타 슈모프스카가 촬영감독으로 경력을 쌓아온 마셀 엔그레르트와 함께 공동 연출을 맡았다. 제71회 베니스국제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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