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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FF #2호 [프리뷰] 기 루이 감독, '연못'
이보라 2021-10-23

<연못> The Day is Over

기 루이/중국/2020년/109분/기프 신작전

지앙은 깊은 산골 마을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12살 소녀다. 체육 시간, 홀로 교실에 남아 있던 지앙은 남의 가방을 뒤지다 발각된다. 마침 한 친구가 50위안을 잃어버렸다고 제보하자 모두가 지앙을 도둑으로 몰아세운다. 하지만 지앙의 속사정은 따로 있다. 누군가 지앙을 좋아한다며 다소 부담스러운 내용의 쪽지를 남겼던 것. 단지 글씨체의 주인을 찾으려 했을 뿐이지만, 자신을 둘러싼 친구들 앞에서 지앙은 이를 사실대로 말하지 못한다. 속앓이를 하던 지앙은 결국 몇년째 연락이 닿지 않는 아빠를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아빠가 있다는 도시로 가기 위해 돈을 모으려는 지앙의 여정에 두명의 친구가 동참한다.

기 루이 감독의 <연못>은 소녀가 일상에서 겪는 상처를 차근차근 좇는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배경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지앙과 친구들의 터전인 산간 지역은 안온하고 평화로운 자연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진실이 통과하지 못하도록 편견을 고착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지앙은 이곳을 떠나려 발버둥치지만 사방이 막힌 마을과 어린이라는 위치는 이 투쟁을 계속해서 차단한다. 제목이 가리키듯 고요한 연못만이 그나마 아이들에게 쉴 곳을 마련해준다. 작은 오해가 불어나 비극으로 향하는 과정을 건조하게 묘파한 작품으로, 자연스러운 어린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인다. 제50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밝은 미래 부문에 초청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