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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에반 핸슨' 스티븐 크보스키 감독 인터뷰
안현진(LA 통신원) 2021-11-09

캐릭터와 스토리 모두 카타르시스를 준다

shutterstock

감독이며 각본가인 스티븐 크보스키 감독은 뮤지컬 <렌트> 영화화의 각본을 썼으며, 소설 원작의 영화 <월플라워> <원더>의 각본, 연출을 겸한 바 있다. 디즈니가 실사화한 뮤지컬영화 <미녀와 야수>의 각본을 쓰기도 했는데, 알려진 원작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기대는 높고 평가는 박한 작업에서 평타 이상을 날린 믿을 만한 감독 스티븐 크보스키에게 <디어 에반 핸슨>에 대해 물었다.

<디어 에반 핸슨>의 공연은 언제 처음 봤나? 무엇이 당신의 마음을 움직였나.

3년 전에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공연을 봤다. 다 좋았는데 특히 이야기가 특별한 발견처럼 느껴졌다. 후반부에 <So Big/So Small>이 나올 쯤에는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고 울고 있었다. 돌아와 생각해보니 거실, 침실, 교실 등 실내가 공간이 되는 뮤지컬이라 영화로의 전환이 자연스러웠다. 캐릭터와 상황도 그랬다.

에반 핸슨이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봤나.

에반을 보면서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겪어야 하는 감정적인 어려움을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가진 의기소침함이나 불안감에도 공감할 수 있었다. 에반의 거짓말을 단순히 끔찍한 거짓말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거기에서 SNS 속 사적인 자신과는 다른 자신을 전시해야 하는 젊은 세대의 부담을 느꼈다. 그리고 에반이 스스로를 인정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캐릭터와 스토리 모두 카타르시스를 준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세대가 소통에 이용하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영화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원작에도 있는 설정인가.

뮤지컬에서는 여러 스크린을 붙여 만든 벽으로 표현됐지만 영화에서는 현실적인 연출이 가능해졌다. 나는 소셜 미디어가 사용되는 장면은 되도록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주고 싶었다. 어떤 영화에서는 화면을 오버랩하거나 말풍선을 띄워서 보여주는데 그건 현실과 너무 다르다고 봤다.

뮤지컬 무대를 벗어나 로케이션의 자유를 얻었다. 어떤 장면에서 영화 연출자로서 재량이 가장 많이 발휘됐다고 생각하는지.

두 장면을 꼽고 싶다. 한 장면은 재미있고, 한 장면은 심각하다. <Sincerely Me>는 한마디로 ‘미친 노래’다. 굉장히 웃기고 재밌지만 부적절하기도 하다. 아케이드에서 카트를 타고 도서관에서 춤을 추는 등 노래에 맞춰 상황을 연출하는 재미가 풍성했다. 다른 한 장면은 <Requiem>이다. 아들의 자살 뒤 남은 가족이 슬픈 레드 카펫을 걸어야 하는 분노가 깊게 그려졌다. 사무실을 나서는 아빠와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엄마, 학교를 걸어가는 동생은 보이지 않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이 세 장면을 처음 떠올린 뒤에 뮤지컬 각본가인 스티븐 레빈슨에게 이렇게 바꾸어도 괜찮은지 물어봤다. 그가 만든 장면들이기 때문에 동의를 구하고 싶었고 내 의견대로 진행할 수 있었다. 감독으로서 재미를 느끼며 연출한 장면들이기도 하다.

벤 플랫은 에반 핸슨 역할에 익숙하지만, 영화로 바뀌는 만큼 감독의 디렉션도 달랐을 거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벤이 잘할 수 있도록 그에게 맡겼다. 감정 전달에 있어서는 내가 연출할 게 없을 만큼 완벽했다. 그 뒤에 무대와 달라진 부분에서 톤과 감정을 조절해보자고 했다. 극장에서는 수천명의 관객에게 전달되어야 하는 이야기도, 영화에서는 테이블 앞에 마주 앉은 상대에게 조곤조곤 감정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내질러 부르기보다는 에너지의 레벨을 조절하라고 했다. 저 끝까지 목소리를 전달할 필요가 없으니 힘을 빼도 좋다고 리마인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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