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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배우, 동물과 공존하는 켈리 라이카트의 비법
김소미 2021-11-11

켈리 라이카트 감독에 관한 사소한 정보 네 가지

파트너, 조나단 레이몬드

켈리 라이카트 감독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에서 태어나 보스턴에서 학위를 받았고, 뉴욕 북부의 바드 칼리지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지만 데뷔작인 <초원의 강>을 마이애미에서 찍은 뒤로는 대부분의 영화를 미국 서북부인 오리건주에서 촬영했다. 라이카트 감독의 예술 세계에 긴 횡단의 궤적을 만든 이는 오랜 각본 파트너 조나단 레이몬드. 둘의 인연은 라이카트 감독이 토드 헤인즈 감독(<원더스트 럭> <캐롤>)의 조감독으로 일할 시절에 헤인 즈가 맺어준 것이다. 조나단 레이몬드의 작품에 반한 라이카트는 레이몬드가 사는 포틀랜 드로 이사까지 감행했다. <초원의 강> 이후 두사람은 <어떤 여자들>을 제외한 모든 장편의 각본을 함께 집필했다. <웬디와 루시>는 단편 소설과 영화 대본이 동시에 출발했고, <믹의 지름길> <어둠 속에서>는 오리지널 각본으로 쓰여졌으며, 소설 <하프 라이프>는 2019년에 <퍼스트 카우>로 만들어졌다. 공동 작업은 레이몬드가 등장인물과 장면들을 나열한 초고를 만들면 켈리 라이카트 감독이 이를 다시 분해하고 디테일을 채우는 방식으로 이루어 진다. 라이카트가 밝힌 조화로운 협업의 비결은 의외로 단순하다. “우리는 커피를 아주 많이 마시고 브레인스토밍을 시작한다.”

켈리와 루시

<웬디와 루시> 이전에 ‘켈리와 루시’가 있었다. 라이카트 감독은 실제로 루시라는 이름의 개와 오랜 시간 함께했다. 대륙 횡단에 자동차 여행을 고집했던 켈리 라이카트는 반려견 루시와 본 풍경들을 영화에 녹였다. 현재 루시는 죽었고, <어떤 여자들>에서 엉덩이를 씰룩이며 애견 관객을 비명 지르게 했던 웰시 코기 라우디도 세상을 떠났다.

가장 예쁜 소

지난해 초 미국 잡지 <디 애틀랜틱>이 마련한 봉준호와 켈리 라이카트의 대담 중에는 <퍼스트 카우>와 <옥자>를 나란히 놓고 펼쳐진 동물영화에 대한 한담도 있었다. 옥자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봉준호 감독은 필시 켈리 라이카트 감독 또한 <퍼스트 카우>에 등장하는 소를 캐스팅할 때 매우 치열한 선택 과정이 있었으리란 뜻밖의 주제를 꺼냈고, 라이카트 감독이 즉각 화답한 것이다. 오늘날 비평가들을 호들갑 떨게 하는 심오한 영화 세계를 뒤로하고 라이카트 감독은 “가장 예쁜 소”를 위한 탐색전을 펼쳤다고 순순히 고백했다. 즉각한 마리의 소에 반하게 된 라이카트는 수영을 못하는 소의 안전을 위해 나룻배를 타는 훈련을 철저히 시킨 다음 촬영에 돌입했다.

입소문 자자한 연기연출법

켈리 라이카트와 함께 작업한 배우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연기연출법은 ‘공간의 메소드’로 축약될 만하다. 라이카트 감독은 리허설을 지양하는 대신 촬영할 장소에서 배우들이 미리 충분한 시간을 보내는 방식을 선호한다. <퍼스트 카우>를 촬영할 때 두 친구를 연기한 배우 존 마가로오리온 리는 인물들이 머무는 작은 오두막집에서 3일간 실제 의상을 입고 시간을 보냈고, 마침내 성냥 없이 불을 피우는 생존법도 터득하게 되었다. 그동안 라이카트 감독은 배우들과 수다를 떨거나 사진을 찍으면서 영감을 보충했다. 어떤 배우에겐 수십 차례 반복되는 리허설보다 더 고역일 수 있겠 지만, 아직까지 배우들의 후기는 대체로 좋은 편이다. 실제 촬영에 들어가면 느슨하게 구획된 동선과 애드리브의 오묘한 공존이 벌어진다. 감독은 장면 안에서 수행되어야 할 블로킹을 개괄하여 알려준 뒤 나머지 세부는 배우들에게 맡기고 유유히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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