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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렛 위치가 온다
송경원 2021-11-12

이상하고 아름답고 충격적인 <완다비전>

사진제공 디즈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 제일 강한 존재는 누구일까. 유치하지만 다들 궁금해할, 누구나 한번쯤은 순위를 매겨봤을 질문. 심지어 설정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줄 세워보고 싶은 마음은 슈퍼히어로영화에 허락된 즐거움이자 어쩌면 본질이기도 하다.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중 타노스와의 마지막 결투, 단독으로 타노스를 압도하고 제압 직전까지 갔던 완다 막시모프(엘리자베스 올슨)의 존재감은 독보적이었다. 마블 스튜디오 사장 케빈 파이기가 공식적으로 밝히기를 완다는 인피니티 건틀렛 없는 타노스보다 강한 존재, 어쩌면 MCU에서 가장 강력한 히어로다. 하지만 원작 코믹스에서 ‘스칼렛 위치’라는 히어로 네임으로 ‘현실 조작’이라는 절대적인 능력을 선보였던 완다의 힘은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는 다소 하향 조정됐던 것이 사실이다. <완다비전>은 원작의 스칼렛 위치를 기억하는 이들에겐 최상의 선물이 될 시리즈다. 완다가 어떻게 스칼렛 위치로 거듭나는지를 차근차근 따라가기 때문이다.

완다와 비전은 정신없었던 도시를 떠나 조용한 교외 주택가 웨스트뷰에 정착한다. 마침내 결혼을 한 두 사람은 소박한 집에서 행복한 신혼을 만끽하고 있다. 하지만 평화로운 생활도 잠시, 곳곳에서 이상한 메시지들이 발견되고 이웃들의 이상행동이 반복된다. 알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힌 완다의 혼란이 더해갈수록 평범해 보였던 일상에 균열이 더해가고, 이윽고 아무도 예상치 못한 불편하고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진다. <완다비전>은 어딘지 알 수 없는 시간과 낯선 무대에서 갑자기 출발한다. 흑백 화면으로 시작하는 1화는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타노스에게 죽음을 당한 비전과 완다, 시트콤 전격 출연’이란 제목답게 1화 자체가 한편의 흑백 시트콤 형식으로 이뤄져 있다. 일종의 극중극이라고 할 수 있는 형식은 관객에게 거대한 물음표를 던진다.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건 대체 무엇인가. 타노스와의 결투 이후 대체 세상은 어떻게 변해버린 건가.

<완다비전>은 마블 스튜디오가 디즈니+에서 처음 선보이는 드라마다. 그럼에도 처음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야심만만하고 실험적이고 영리하다. “완다와 비전은 MCU에서 가장 강력하고 복잡한 히어로이며, <완다비전>은 MCU의 스토리텔링을 확장해주는 완벽한 포인트”라는 케빈 파이기의 말은 한치의 거짓도 없다. 총 9화로 이뤄진 시리즈는 단순히 완다와 비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스핀오프 드라마가 아니다. 어벤져스 이후 MCU가 새로운 페이즈로 전환하기 위한 중요한 가교에 가깝다. 혹은 더욱 거대한 세계로 우리를 초대하는, 인식의 전환이라고 해도 좋겠다. <완다비전>을 시리즈로 만든 건 탁월한 선택이다. 완다가 스칼렛 위치로 거듭나는 과정은 1편의 영화 속에 녹여내기 힘든 방대한 스토리와 설정을 필요로 한다. 9화에 이르는 넉넉한 에피소드 안에서 완다와 비전은 영화에선 미처 허락받지 못한 캐릭터의 깊이를 마 음껏 선보인다. 흥미롭고 아름다운 여정 끝에 도달할 진실은 문자 그대로 ‘세계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충격을 선사한다. “대형 블록버스터영화를 만드는 마블이 선보이는 첫 스트리밍 드라마가 TV 역사에 띄우는 러브레터”(맷 샤크먼 감독)는 드라마에 대한 당신의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다.

체크 포인트

<완다비전>은 이어질 MCU를 위한 촘촘하고 거대한 떡밥, 이스터에그 덩어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베일에 싸인 스칼렛 위치는 물론 정체를 알 수 없는 적 아그네스, 깜짝 등장하는 퀵 실버, 캡틴 마블의 슈트 색깔을 골라줬던 모니카 등 다채로운 캐릭터들의 연결고리를 찾아나가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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