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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의 자격, 히어로의 증명
송경원 2021-11-12

첩보 액션 클래식 MCU의 귀환 <팔콘과 윈터 솔져>

사진제공 디즈니+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가 은퇴한 뒤 다음 캡틴은 누가 이어받을 것인가. 이건 단순히 다음 히어로로 누가 등장하느냐 이상의 의미가 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캡틴 아메리카는 자신의 방패를 샘 윌슨/팔콘(앤서니 매키)에게 물려주었지만 캡틴의 자리는 좀더 특별하다. 캡틴 아메리카를 캡틴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슈퍼 솔저로서의 그의 능력이나 비브라늄 방패가 아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내내 캡틴 아메리카가 스스로 증명한 불굴의 투지와 정신력, 올바름에 대한 신념과 그가 거쳐왔던 크고 작은 시련이야말로 캡틴을 캡틴으로 만들어주는 힘이다. 다시 말해 캡틴은 하나의 히어로 이상의 상징적 존재이고, 그 왕좌를 이어받기 위해선 부단한 담금질 과정이 필요하다. <팔콘과 윈터 솔져>는 캡틴 아메리카가 남긴 유산을 둘러싼 크고 작은 사건들을 따라간다.

미 공군 파라레스큐 출신인 샘 윌슨은 레드윙 슈츠를 착용하고 히어로 팔콘으로 활약 중이다. 샘은 스티브 로저스에게 방패를 물려받았지만 자신이 사용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며 방패를 스미스소니언박물관에 기증한다. 하지만 미 정부가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로 모범적인 군인 존 워커(와이엇 러셀)를 추대하며 샘이 박물관에 기증한 방패를 마음대로 맡겨버리자 어떻게 해야 할지 갈등에 빠진다. 한편 스티브 로저스의 절친이자 2차대전 참전용사였던 버키 반즈(세바스티안 스탄)는 자신의 과거를 청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와칸다에서의 생활은 버키에게 잠시 평화를 가져다주었지만 버키의 과거는 여전히 그를 옭아맨다. 어느 날 캡틴의 방패가 엉뚱한 사람 손에 들린 걸 본 버키는 이를 따지러 샘을 찾아간다. 샘은 미 공군 소속 히어로 팔콘으로서 테러집단 플래그 스매셔를 소탕하러 길을 떠나던 참이다. 서로의 존재를 달가워하지 않던 두 사람은 그렇게 원치 않은 동행을 시작한다.

<팔콘과 윈터 솔져>는 1대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의 오른팔, 왼팔이라고 할 수 있는 팔콘과 윈터 솔져의 활약을 그린다. 불과 얼음처럼 정반대인 샘 윌슨과 버키 반즈가 공동의 목표로 협력해나가는 과정은 클래식한 버디 무디를 보는 듯하다. 캡틴 아메리카의 유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두 친구의 갈등,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2대 캡틴 아메리카 존 워커와의 충돌은 캡틴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새삼 일깨운다. 게다가 캡틴이 남기고 간 흔적이 반드시 밝은 면만 있으리란 법은 없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에서 아무런 슈퍼파워 없이도 어벤져스를 무너뜨린 교활한 적 제모(다니엘 브륄)가 다시 돌아와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흘러간다. 거대한 외부의 적 앞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는 물론 어제의 적까지 한팀이 된다. 무엇보다 MCU에서 사실적인 액션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팀답게 첩보 스릴러 액션 장르의 틀 안에서 피부에 와닿는 질문을 던진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초인들이 난무하고 세계의 운명을 건 전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이들은 바닥에 발을 디딘 채 끊임없이 되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캐릭터의 본질을 찾아가는 정체성에 대한 탐구들. 우주로 확장 중인 MCU가 결코 잊어선 안될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체크 포인트

캡틴 아메리카가 과거로 돌아가버리는 선택을 한 탓에 갑자기 사라진 비운의 캐릭터가 있다. 바로 소코비아협정을 어기고 도주한 전 쉴드 요원 샤론 카터(에밀리 밴캠프)다. <팔콘과 윈터 솔져>는 소코비아 전투, 인구의 절반이 사라졌다가 돌아온 블립 사건 등 어벤져스의 화려한 전투 이면에 희생당한 사람들과 잊힌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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