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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너와 나’가 함께 직면하는 고통 '너에게 가는 길'
임수연 2021-11-17

나비는 2차 성징이 시작되고 자신이 가슴 절제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자각한 한결의 어머니다. 젠더퀴어, 논-모노, 폴리아모리스트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 어려워서 이해하지 못했지만 자식을 위해 공부하고 있다. 나름 성소수자의 특징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아들이 게이일 거라고는 0.00001%도 예상하지 못한 비비안은 성소수자 부모 모임에 참석한 첫날 입을 떼자마자 왈칵 눈물부터 쏟았다. 그리고 나비와 비비안을 비롯한 성소수자의 가족들은 가장 가까운 사람을 이해해가고, 스스로 변하고, 더 나아가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낸다. <너에게 가는 길>은 단지 가장 가까운 이의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을 받아들이는 과정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아들이 커밍아웃을 할 때 부모가 절망했던 진짜 이유는 이 사회가 소수 자들의 존재를 온전히 인정하는 시민 의식도 법적 제도도 턱없이 모자람을 알고 있었기 때문임을 깨달을 때 한 가족의 이야기는 한국 사회로 확장된다. 그리고 동성혼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삶에 치명적인 제한이 닥칠 때, 여성기를 전부 적출했지만 남성 성기 수술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성별 정정 신청이 기각당할 때, 자신의 정체성을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부모의 동의를 포함한 너무 많은 절차가 필요할 때 ‘너와 나’가 함께 직면하는 고통은 결국 사회가 바뀌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각성과 행동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으로 다시 수렴한다.

<너에게 가는 길>은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의 10번째 작품이다.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심사위원 특별언급· 다큐멘터리상,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용감한 기러기상, 제23회 정동진독립영화제 땡그란동전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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