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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하고 질문하고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
김현수 2021-11-25

<지옥>과 같이 보면 좋을 추천작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2003)

연상호 감독은 <염력>에서 초인적인 힘을 얻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세상과 맞설 때 필요한 동력과 효과에 대해 다룬 적 있다. <지옥>의 많은 인물들도 이런 저항정신을 지니고 있는데 <지옥>의 엔딩은 묘하게 곤 사토시 감독의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의 엔딩과 닮아 있다. 꿈과 환상의 경계를 오가며 ‘꿈’, ‘망상’과 같은 주제를 다루던 곤 사토시 감독이 세 번째 장편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에서는 난데없이 도시 빈민층의 삶을 사실적인 터치로 그려낸다. 거친 알코올중독자와 소녀 같은 마음씨를 지닌 게이, 가출 소녀가 모여 도쿄 뒷골목에서 아이를 발견하게 되는 이 작품이 보여주는 ‘구원’의 의미가 <지옥>의 메시지와 닮아 있다. 두 작품의 특정한 설정이 일치하는 것 또한 우연은 아닐 것이다.

<사이비>(2013)

<지옥>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새진리회 사람들, 즉 인간의 믿음을 이용해 한몫 챙기고 권력을 손에 쥐려는 이들의 난장판에 흥미를 느낀다면 연상호 감독의 <사이비>를 챙겨보길 권한다. <사이비>는 연상호 감독이 데뷔 시절부터 그려왔던 진짜 ‘지옥’의 풍경이 무엇인지 그 밑그림을 유추해볼 수 있는 작품이다. 누구의 편도 들 수 없는 끔찍한 악의 축, 교회의 장로로 위장해서 돈을 챙기려는 사기꾼 경석과 폭력을 일삼는 파렴치한 폭력배 민철이 맞붙는다. 더 나쁜 악인만 존재하는 불완전한 믿음의 세계에서 그들이 다져놓은 진실의 벽이 무너지는 결말에 다다르는 순간, 더 끔찍한 지옥이 펼쳐진다. 선하고 밝은 쪽만이 과연 인간을 인간답게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인가, 라는 괴상한 질문도 던져보게 한다.

넷플릭스 <메시아>(2020)

인간의 믿음을 보다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일까. 신은 사람들에게 메시아라는 존재의 형상에 대해 단 한번도, 그 어느 것도 ‘진리’임을 제시한 적이 없다. 이 단순 명쾌한 종교의 본질로 인해 인간 세상의 수많은 갈등 양상이 펼쳐진다. 넷플릭스 시리즈 <메시아>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메시아의 형상이 아름답고 건강하고 이왕이면 백인 남성과 같은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선호할 것 같은 인종이 아니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메시아란 누구인가?’라는 거대한 질문에 덧붙여 세계 정세에서 미국이 놓인 국가적 위상과 권력을 다루는 세태 풍자의 성격이 강한 드라마다. <나니아 연대기: 새벽 출정호의 항해> <책도둑> 등의 각본을 썼던 호주 출신 감독 마이클 페트로니가 총괄 제작을 맡은 <메시아>는 종교와 권력, 예수와 미국이란 지상 최대의 집단과 지성에 대해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전세계 종교 단체의 항의가 빗발쳤고 평단의 반응조차 안 좋았지만 최근 가장 과감한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임에는 틀림없다. 아쉽게도 시즌1 이후의 제작은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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