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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 이 넘버
남선우 2021-11-26

<디어 에반 핸슨>의 <Requiem>

자살 유가족들의 엇갈리는 속내를 들려주는 <디어 에반 핸슨>에서 가장 진지하고도 애끓는 넘버. 영화는 스스로 세상을 등진 코너를 차마 떠나보낼 수 없는 가족들을 한명씩 비춘다. 엄마 신시아는 아이가 준 기쁨만을 간직하려 하지만 동생 조이는 오빠의 폭력성에 불안했던 나날을 잊을 수 없다. 아빠 래리는 아들을 잃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현실을 회피하고 싶을 뿐이다. 자살 유가족의 죄책감, 분노, 의문, 애도 그리고 사랑을 담은 노래 <Requiem>은 영화 초반 세 사람이 에반과의 연결에 절실해지는 이유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완성되었다.

<틱, 틱... 붐!>의 <Sunday>

영화 <틱, 틱... 붐!>에 조너선의 집만큼 자주 나오는 세트는 아마도 그가 실제로 10년 동안 일한 맨해튼의 비스트로 문댄스일 것이다. 문댄스는 <30/90>부터 조너선의 생일 축하 파티까지 품는 공간인데, 소소한 일터가 크고 화려해지는 순간은 단언컨대 <Sunday> 무대가 펼쳐질 때다. 일요일 브런치 서빙으로 붐비는 식당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조너선은 언젠가 선보일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하이라이트를 상상한다. 왜 사람들은 일요일 아침이면 외식을 할까. ‘웃픈’ 질문을 던지며 합창하는 이 신은 영화에서 가장 대규모로 작업한 사운드트랙이라고.

<해밀턴>의 <Who Lives, Who Dies, Who Tells Your Story>

권력을 탐하는 인물들, 그들의 성전이자 또 하나의 캐릭터인 초기 미국의 에너지가 들끓는 극에서 해밀턴의 아내 일라이자만큼은 뜨거움을 한김 식히며 주인공의 그림자에 더 주목하게 하는 역할을 해낸다. 특히 일라이자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넘버이자 극 전체를 마무리하는 곡 <Who Lives, Who Dies, Who Tells Your Story>는 해밀턴 사후를 배경으로 한다. 남편이 죽은 후 어떻게 세상에 자신의 온기를 전했는지 읊조리는 일라이자의 목소리를 듣다보면 그대로 일라이자가 중심에 선 3막이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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