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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끝없음에 관하여' 예술은 절망에 저항하기 위한 도구
남선우 2021-12-15

첫 장편 연출작 <스웨덴 러브 스토리>로 제2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2층에서 들려오는 노래>로 제53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비둘기, 가지에 앉아 존재를 성찰하다>로 제71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로이 안데르손 감독. 1970년 데뷔 후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한 그의 작품은 전주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에서 소개되었다.

로이 안데르손 감독의 첫 국내 정식 개봉작 <끝없음에 관하여>는 한마디로 정중동의 영화다. 내러티브보다는 이미지와 사운드가, 사진보다는 회화에 가까운 숏들이, 대화보다는 일방적인 외침이 스크린을 채운다. 1신 1컷의 연출도 눈에 띈다. 이때 관객은 처음부터 끝까지 여성 내레이터의 지시에 따라 프레임 속 인간 군상의 향연을 통과하게 된다. 마르크 샤갈, 에드워드 호퍼, 오토 딕스의 인물들을 연상시키는 그들은 가족을 떠나보냈거나 몸을 다쳤고, 만남을 기다리거나 외면하고 있으며, 신에 대한 믿음과 삶의 목적을 잃어버렸다. 영화에는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의 파편도, 하늘을 나는 연인의 환상도 있다. 잿빛 도시에서 외로움을 감당 중인 이들의 한때가 시공을 초월한 연작시로 엮인 것. 이를 읽고 나면 자연히 “예술은 절망에 저항하기 위한 도구”라 말하는 감독이 전하는 ‘끝없음’의 의미와 깊이에 잠기게 된다. 제76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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