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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평화라는 꿈을 담은 기차 여행 '사막을 건너 호수를 지나'
오진우(평론가) 2021-12-29

2017년 가을, 여행학교 ‘로드스꼴라’에서 졸업한 이들로 구성된 8명은 ‘통일창업 아이디어 공모전’에 도전하여 덜컥 통일부 장관상을 받게 된다. 이들이 제안한 것은 ‘남북한 교사를 위한 수학여행 로드맵’이었다. 이들은 자축하기보다는 판을 더 키우기로 결심한다. 지금 여기서 평화를 해보자는 뜻으로 이들은 ‘레츠피스’란 퍼포먼스 그룹을 결성한다. 레츠피스는 ‘서울역을 국제역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질러 베를린까지 기차 여행을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청소년 단원들을 모집한다. 여행의 출발점은 호남선이 시작되는 목포역. 이들은 경계 너머의 세상을 상상해보기 시작한다.

<사막을 건너 호수를 지나>는 퍼포먼스 그룹 레츠피스와 다양한 10대 청소년이 함께 평화를 꿈꾸며 떠난 기차 여행을 기록한 다큐멘터리영화다. 2018년 남북한 화해 무드가 조성될 시기의 희망을 품고 있는 이 영화는 분단으로 가로막힌 상상력을 기차 여행을 통해 현실화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영화는 시작점에 빈 공책의 이미지가 등장하며 이를 채워나가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이들이 목포에서 베를린까지 이동한 거리는 1만3천km이며 여행 기간 동안 9편의 글과 노래를 만들었다. 노래와 글은 영화에 배경음악과 자막이 되어 녹아든다. 이들의 여행은 자칫 감상적으로 흐를 것 같은 예상에서 벗어난다. 이들은 독립운동가들이 밟았던 길을 따라가며 자신의 모습을 포개어봄으로써 자신을 마주한다. 이외에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풍경과 자신의 꿈을 향해 활력 넘치게 달려가는 청년들의 모습도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막을 건너 호수를 지나>는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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