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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소녀에서 독립적인 여성으로 성장한 자리의 이야기 '해탄적일천'
김성훈 2022-01-05

웨이칭(후인몽)은 고국을 떠난 지 13년 만에 성공한 피아니스트가 되어 타이베이로 돌아온다. 귀국 공연을 앞두고 옛 연인의 동생 자리(장애가)가 그를 찾아온다. 자리는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실종됐다는 소식을 들은 차다. 자리는 웨이칭에게 회한에 찬 자신의 과거를 들려준다. 웨이칭과의 사랑 대신 아버지가 권한 정략 결혼을 선택해 불행해진 오빠를 보면서, 자리는 역시 자신에게 권유한 정략 결혼을 거부하고 고향을 떠나 사랑하는 남자 청더웨이와 결혼한다. 자리와 청더웨이는 타이베이에 정착하지만 회사 업무로 가정을 소홀히 하는 청더웨이 때문에 결혼 생활은 외롭고 위태롭다.

<타이페이 스토리>(1985),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1991)을 만든 에드워드 양 감독과 <아비정전>(1990), <해피 투게더>(1997) 등 왕가위 감독의 파트너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도일 촬영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해탄적일천>이 39년 만에 국내 개봉한다.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38년 동안 이어진 계엄령에 대한 해제 요구가 빗발치는 사회적 상황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플래시백 구조를 통해 현재와 과거를 수시로 오가며 자리라는 여성의 생애를 촘촘하게 펼쳐낸다. 전통적 가치인 가부장제와 고도로 성장하는 산업화가 수시로 충돌하는 대만의 현대사회는 자리뿐만 아니라 평생 가부장제의 그늘에서 살아온 자리의 엄마, 사랑에 실패하고 고국을 떠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된 웨이칭 등 여러 여성 캐릭터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 소녀에서 독립적인 여성으로 성장한 자리의 이야기에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공감할 수 있는 건 10대부터 30대에 이르는 캐릭터의 내적 성장과 외양 변화를 완벽하게 선보인 배우 장애가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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