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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리뷰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배우 앤설 엘고트/레이첼 지글러 인터뷰
송경원 2022-01-14

오래될수록 좋은 것이 새로움을 만나면

1957년 브로드웨이 초연 후 현재까지 사랑받고 있는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손에 의해 다시 태어났다. 레너드 번스타인이 작곡한 명곡들은 LA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의 지휘를 거쳐 또 한번의 마스터피스로 거듭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부신 영상미와 완벽한 음악, 환상적인 퍼포먼스” (FanboyNation.com, 숀 멀비힐)를 선보이는 이 영화는 “현재를 살아가는 모두를 위한 시대를 초월한 이야기” (<할리우드 리포터>, 데이비드 루니)다. 스필버그는 모두가 아는 이야기에 어떻게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짧은 리뷰와 함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토니 역의 앤설 엘고트와 마리아 역의 레이첼 지글러의 인터뷰를 전한다. 클래스는 영원하다.

언젠가부터 스티븐 스필버그는 할리우드 시네마 최후의 보루가 되었다. 스필버그가 거장으로 불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필요한 것들만 간결하게 담아 군더더기를 줄여나가는 것을 추구하기. 누군가는 그걸 완벽이라고도 부른다. 스필버그는 오래되어도 좋은 것(Oldies but Goodies)이 무엇인지 안다. 다만 스필버그의 놀라운 점은 그 와중에도 새로움을 향한 도전 또한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때 스필버그의 영화는 ‘Good, but not Great’에 가까웠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스필버그의 좋은 것들은 위대한 것으로 옮겨가고 있다. 아니 좋은 것이 세월을 먹고 위대한 것으로 나아가는 중이라고 해야 할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첫 번째 뮤지컬영화다. 이제 와 새삼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다는 게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오프닝을 마주하는 순간 왜 이 영화가 다시 돌아와야 했는지 단번에 납득된다. 1950년대 뉴욕 어퍼 웨스트 사이드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가운데 카메라는 이제 막 기초공사를 하고 있는 뉴욕 링컨센터의 공사 현장을 자유롭게 누빈다. 이윽고 페인트 통을 들고 등장하는 제트파의 리더 리프(마이크 파이스트)의 동선을 따라잡는 연속 장면은 그야말로 역동적이다. 오프닝부터 무장해제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모든 화면이 어디까지나 영화의 문법 아래에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 ‘공연’을 화면에 옮겨 담은 듯한 몇몇 뮤지컬영화와 달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뮤지컬‘영화’만의 매력을 과감히 발산한다.

제트파와 샤크파의 영역 싸움이 벌어지는 오프닝을 비롯해 대부분의 군중 장면은 그야말로 리드미컬하다. 춤과 노래가 어우러진 군무 자체가 워낙에 좋기도 하지만 이걸 극대화하는 것이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과 카메라의 동선이다. 특히 이런 역동성은 토니(앤설 엘고트)와 마리아(레이첼 지글러)의 로맨스 파트인 테라스 신처럼 다소 정적인 장면에서 오히려 빛을 발한다. 토니와 마리아의 동선에 따른 절묘한 카메라 블로킹은 그야말로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완벽하다. 토니의 정신적인 안식처를 자처하는 발렌티나(리타 모레노)가 비극적인 상황 후 과거를 회상하는 오버랩 장면 등은 뮤지컬 공연이 아닌 영화만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연결을 차례로 선보인다. 요컨대 스티븐 스필버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오래된 이야기에 새로움을 더하는 방식은 지극히 영화적이다. 스필버그는 그렇게 “훌륭한 이야기는 계속해서 반복되어야 한다”는 자신의 믿음을 증명한다.

물론 원재료가 워낙에 빼어난 것도 간과할 수 없다.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1957년 초연 이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명작이다. 퓰리처상 연극 부문을 수상한 극작가 토니 쿠슈너의 손길을 거친 이야기는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놓치지 않는다. 여기에 언뜻 <레디 플레이어 원>을 연상시키는 뉴욕 한복판 빈민가의 풍경은 단순히 과거 시대 분위기를 재현하는 것을 넘어 살아 있는 현장감을 제공한다. 브루클린, 맨해튼, 브로드웨이를 오가며 로케이션한 장소들은 작품에 역동성과 사실감을 동시에 부여한다. 무엇보다 귀에 익은 명곡 <Tonight>를 비롯한 O.S.T는 LA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의 손길을 거쳐 그야말로 고전적이면서 화려한, 시청각적인 쾌감을 선사한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 모든 이야기는 멜로드라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에는 ‘왜’가 필요치 않다. 그것을 비극으로 만드는 것은 두 사람을 갈라놓는 시대의 조건과 장벽이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빈민가 내의 갈등을 통해 당대 청춘들의 울분과 우울을 해방시킨, 일종의 시대정신의 발현이었다. 60여년이 지난 지금, 스필버그의 손으로 다시 태어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무엇을’보다 ‘어떻게’에 방점이 찍혀 있다. 고전적인 이야기와 동화적인 사연은 어떤 옷을 갈아입느냐에 따라 다시 태어난다. 반복과는 다른, 시대를 초월하는 가치. 오래되어도 좋은 것이 아니라 오래될수록 좋은 것을 스크린에서 마주할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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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