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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1970년대 평화시장 봉제공장에서 일했던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 '미싱타는 여자들'
이주현 2022-01-19

이숙희, 신순애, 임미경, 박태숙, 임경숙…. <미싱타는 여자들>은 1970년대 평화시장 봉제공장에서 일했던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다큐멘터리다. 영화의 깊은 울림은 오롯이 이들의 삶, 이들의 말에서 비롯된다. 1970년 11월 전태일의 죽음 이후 청계피복노동조합이 만들어졌고, 노조에선 노동교실을 열었다. 초중등교육 과정을 겨우 마친 10대의 노동자들이 교육받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던 노동교실은 정권과 사측의 탄압으로 문을 닫게 되는데, 이러한 일련의 일들은 청계피복노조원이었던 이숙희, 신순애, 임미경씨의 삶도 바꿔버렸다. 16살에 평화시장에서 일을 시작한 이숙희씨는 노조에서 주최한 야유회에 참가했다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이후 노조의 교육선전부장이 된다. 13살에 평화시장에 시다로 취직한 신순애씨는 아무리 피곤하고 배가 고파도 노동교실로 향해 배움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다. “여자는 공부하면 안된다”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평화시장에서 일을 시작한 임미경씨 또한 노동교실에서 근로기준법을 처음 알게 된다. 아침부터 밤까지, 식사 시간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불편한 자세로 하루 15시간 노동을 예사로 견뎌야 했던 이들은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가 구속되고 노동교실이 강제로 폐쇄될 상황이 되자 1977년 9월9일 농성을 한다. 이때 임미경씨는 건물 창문에 매달려 이렇게 외쳤다. “제2의 전태일은 내가 되겠다.” <미싱타는 여자들>의 이혁래, 김정영 두 감독은 영화 속 인물들이 과거의 자신을 대면하고 스스로를 토닥이고 보듬을 수 있게 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자신의 역사를 자랑해도 된다고, 당신들이 모두 전태일이라고 말하는 연출된 자리. 그리고 다 함께 <흔들리지 않게>를 합창하는 장면까지, 눈물이 꽉 차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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