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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트 이블: 라쿤시티' 배우 카야 스코델라리오 인터뷰
김소미 2022-01-20

강한 파이터, 거리의 여자, 내겐 너무 당연한 여성상이다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밀라 요보비치 시대를 뒤로하고 카야 스코델라리오가 새 영웅으로 발탁된 <레지던트 이블: 라쿤시티>는 원작 게임 <바이오하자드> 속 라쿤시티의 비밀로부터 리부트를 꾀했다.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사이버펑크적 성격이 강화됐던 지난 영화적 유산과 달리 신작은 1998년의 소도시에 뿌리내려 아날로그하고 고전적인 좀비물의 분위기를 계승한다. 새롭게 출발선에 선 카야 스코델라리오는 TV드라마 <스킨스>(2007)로 국내에도 팬층을 양산한 10대 스타였지만, 전형적인 퀸카 이미지를 뒤로하고 줄곧 액션과 장르, 때로는 B급을 가리지 않는 호방한 행보를 이어왔다. 어느새 30대에 접어든 그는 이번 영화의 주인공 클레어 레드필드가 “스트리트 버전이어서 좋다”라고 말할 만큼 친숙하고 인간적인 성품의 소유자였다. 스코델라리오가 구현한 클레어 레드필드는 그래서 스타일리시하기보다는 “거칠고 변덕스럽고 현실적으로” 살아 숨 쉰다. 5년간 떠나 있었던 고향 라쿤시티로 돌아온 새 주인공은 강인하고 영민한 만큼 ‘평범한’ 거리의 인물이고, 그래서 자정이 되면 쏟아져 나오는 크리처와 거대 제약회사의 존재는 오히려 섬뜩함을 더해간다.

- 게임과 영화에서 이미 여러 번 재현된 캐릭터를 새롭게 해석하는 작업을 했다. 스타일을 정립하기까지 꽤나 부담이 컸을 듯하다.

= 책임감의 실체를 이번에 제대로 느낀 것 같다. (웃음) 클레어는 매우 강인한 생존자 캐릭터인 동시에 삶의 방향키를 좌우하는 트라우마를 지녔는데, 이번 리부트 신작은 특히 그 점을 탐구하는 자세를 갖추고 있고 나 또한 그게 좋았다. 계속해서 ‘왜, 왜 그녀가 이런 식으로 행동해야만 하는지’를 배우로서 질문했다.

- <크롤>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메이즈 러너> 시리즈 등 액션이 필요한 장르에서의 거리낌없는 행보가 동년배 배우들 사이에서 유독 돋보인다. 좀비 장르의 액션 히어로 역할 역시 제안받고 무척 기뻐했을 거란 생각이 드는데.

= 물론! 10대 때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두 아이돌이 있었는데 한 사람이 린다 해밀턴,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이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이 연기한 <터미네이터> 캐릭터)다. (웃음) 이번 영화에서 샷건을 쏘는 순간들이 있는데 장전하고, 쏘고, 소리치는 액션을 반복할 때 엄청난 희열을 느꼈다. ‘세상에! 나 완전 사라 코너 같잖아?’ 속으로 그렇게 외쳤다.

- 터미네이터 키드였다니 의외다. 대사보다는 액션이 곧 캐릭터를 대변할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년기에 자연스럽게 체화한 셈인데. (웃음)

= 그래서 클레어가 꾸밈없고 직관적인 사람이라는 걸 액션 스타일로 보여주고 싶었다. 거리에서 혼자 힘으로 살아남아야 했던 클레어는 뭐랄까, 좀더 변덕스럽고 광기 어린 움직임을 보인다. 자기가 맡은 일을 명석하게 잘해내지만 그렇다고 사회적으로 매끄럽거나 능청스러운 구석은 없는 사람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 패션, 음악 등에서 90년대로 회귀하는 레트로 트렌드가 감지되는 요즘이라 작중 배경도 돋보인다. 1998년을 배경으로 한 촬영은 어땠나.

= 내게 90년대는 쿨한 시대다. 좀비도 좀비지만 인터넷으로 지배당하기 이전의 세상이니까 정말 소중하다고 농담하면서 찍었다. 라쿤시티가 엄청난 습격으로 초토화되어도 바깥세상은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 그런 일이 옛날엔 정말로 가능했다.

- 밀라 요보비치의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를 비롯해 게임이 남긴 방대한 유산을 조사하고 취합하는 과정은 어떤 형태로 이루어졌나.

= 특히 중점적으로 활용한 것은 팬들이 직접 만든 위키피디아 페이지, 온갖 정보들이 조합된 도표였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열광적으로 상세했다! 수년간 게임을 해온 사람들이 오랜 시간 꼼꼼하게 디테일을 추린 결과물을 읽고 있으면 무형의 열정이 절로 느껴졌다. 클레어가 어떤 총을 사용하는지 심지어 어떤 음악과 음식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그것을 따르고 싶었다.

- 들어보니 온라인 서핑에도 꽤나 능숙한 것 같다.

= 물론! 실은 좀 즐기는 편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정 중 하나가 대본을 읽고 나서 리서치를 시작할 때다. 학창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때로는 벅찬 감이 들긴 해도, 우선 모든 정보를 공부한 뒤 작품의 여건을 고려해 가능성을 조율하는 일은 중요한 과정임이 틀림없다. 원작 게임에서 클레어는 포니테일 스타일을 고수하지만 게임과 달리 현실에서는 비 맞은 포니테일 스타일이란 게 형편없이 초라하고 슬퍼 보이더라. (웃음) 그런 식으로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게임과 영화, 가상과 현실 사이의 접점을 고려하면서 완벽한 균형점을 찾으려 노력했다.

- 작품을 선택할 때 독립적이고 호전적인 여성 캐릭터에 대한 의식적인 선호도 있을까.

= 이 사람은 강한 여성인가? 모든 작품을 선택할 때 그렇게 질문한다. 왜냐하면 내 인생에서 여태 단 한번도 흥미롭지 않거나 강하지 않은 여자는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배우로서 내가 믿지 않는 사람을 연기하고 싶지 않다. 지금까지 지루하거나 납작하거나 생명력이 없는 여성 캐릭터가 묘사된 대본은 대부분 거절해왔다. 영화란 어쩌면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전부라 생각할 때도 있는데, 그래서 내가 현실에서 여자들에게 자주 감탄하는 것처럼 화면에서도 똑같기 바란다. 결국 논리는 간단하다. 내게 영감을 주는 여자들을 있는 그대로 연기하고 싶다.

- 시대극, 판타지, 액션 등 장르를 불문하고 육체적으로 고된 현장에 대한 경험이 많다. 데뷔작 <스킨스>도 어린 나이에 도전하기에는 꽤나 과감한 설정을 가진 작품이었다. 이미지를 위한 전략적인 선택보다는 거친 현장에 자신을 밀어넣고 시험해보는 일에서 의미를 찾는 것 같다.

= 내 어머니는 이민자였고 주변의 다른 사람들보다 언제나 두배는 더 열심히 일했다. 오피스 건물의 청소부였는데 단 한번도 불평한 적이 없었다. 엄마의 훌륭한 직업윤리를 촬영장에서 일하는 순간에도 적용하고 싶다. 일단 트레일러에 들어가서 잘 앉아 있지 못하는 편이다. 밤샘 촬영이 계속 이어질 거란 사실, 그리고 아주 추울 거라는 사실은 <레지던트 이블: 라쿤시티>를 선택할 때부터 훤히 보였다. 예상대로 무척 힘들었고 자주 엄마가 보고 싶었다. (웃음) 하지만 내가 엄마에게 배운 지혜를 적용하자면 그게 바로 인생이다. 평탄한 것보다는 난관을 어떻게든 극복해내는 쪽이 언제나 나를 훨씬 흥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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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소니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