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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카운터' 다치바나 에리
조현나 사진 오계옥 2022-02-24

WHO ARE YOU

<시크릿 카운터>는 간단한 미션만 수행하면 의식주를 보장해주는 독특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다치바나 에리의 말을 빌리자면, 이 마을의 일원인 미도리는 “여왕처럼” 군림하는 존재다. 마을의 시스템에 완벽히 적응한 미도리는 인기를 즐기며 한가로이 시간을 보낸다. 자신을 찾으러 온 언니 키무라(이시바시 시즈카)가 마을에 등장하기 전까진 말이다. 2013년 일본 잡지 <비비>의 ‘30주년 기념 전속 모델 오디션’에서 그랑프리를 획득한 뒤로 다치바나 에리는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모델 경력을 탄탄히 쌓아왔다. 2019년부터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캐릭터의 감정과 그 이면을 예민하게 감각할 줄 아는 인재다.

데뷔작 오디션을 볼 때 자유연기 없이 대본을 리딩한 뒤 감독님과 대화를 나눴다. 미도리 역에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해주셔서 기뻤다. 제대로 된 연기는 처음인데 너무 큰 역할이라 긴장도 됐다. 하지만 내게 첫 영화인 것처럼 감독님에게도 첫 연출작이라 동지라는 느낌이 들더라. 속으로 의지가 많이 됐다.

유럽영화처럼 시나리오와 함께 영화 컨셉 시안을 받아봤는데 마치 유럽영화에 관한 정보를 접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아는 한에선 일본엔 없는 스타일의 작품이라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성보다 본능 미도리는 다른 사람을 가지고 노는 데서 희열을 느낀다. 나와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라 흥미로웠고 그만큼 고민이 컸다. 이성적이기보다 본능에 충실한 인물이기 때문에 내가 술을 마셨을 때의 상황을 떠올리면서 캐릭터를 연구했다. 그때는 최선을 다했는데 지금은 보면서 ‘더 여왕처럼 할걸’ 하는 생각이 든다. (웃음)

깊게 들여다보기 모델로 활동할 때 배우가 잘 맞을 것 같으니 연기를 해보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다. 처음에는 그 말이 싫었다. 마치 ‘너는 모델이 아니다’라는 말을 듣는 것 같았다. 그런데 모델 경력이 쌓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배우는 다른 사람이 되는 척을 해야 한다고 여겼지만 사실 그렇게 가벼운 게 아니었다. 맡은 인물과 잘 마주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나 자신을 더 잘 알아야 했다. 연기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이 있는 작업이었다.

하고 싶은 건 해봐야 해 중학생 때부터 잡지에서 모델을 찾아보길 좋아했다. 동경했지만 내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진 못했다. 그러다 대학생 때 4개월간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갔다. 일본과 달리 미국에선 자기 의견을 표현하는 게 중요했다. 그때 자극을 받아 ‘하고 싶은 건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오디션을 봤고 잡지 <비비>의 모델이 됐다. 미국에 가지 않았다면 아마 오디션도 보지 않았을 거다.

보아의 나라 대학에서 국제문화학을 전공했다. 예전부터 외국 문화에 관심은 많았지만 한국에 대해선 잘 몰랐다. 다만 다양한 음악을 즐기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초등학생 때부터 보아의 노래를 좋아했다. 대학생 땐 한국 아이돌을 좋아하는 친구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당시에 좋아한 그룹이 빅뱅이었는데 노래뿐만 아니라 유튜브로 빅뱅이 나온 방송도 찾아봤다. 영상을 보며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했다. 그러다 이렇게 한국에 오게 된 게 신기하다. (웃음)

비욘세 좋아하는 가수는 많지만 그중 비욘세를 정말 좋아한다. 죽기 전에 꼭 한번 그의 콘서트에 가보고 싶다.

예측 불허 미도리같이 여왕처럼 행동하는 사람도 좋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사람도 좋다. 미쳤다 싶은 인물도, 예측이 잘되지 않는 인물도 연기해보고 싶다. 만약 로맨스 장르의 작품을 찍는다면 <봄날은 간다>처럼 인간미가 잘 느껴지는 리얼한 연애를 묘사해보고 싶다.

새로운 페이지 그동안엔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일했는데 올해는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해보려 한다. 더 많이 배우며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고 싶다. 그 어느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인생의 다음 페이지로 걸어가고 싶다.

Filmography

영화 2022 <시크릿 카운터>

드라마 2020 <엘> 2019 <다잉아이> <투 윅스> <리카> <일본 느와르-형사 Y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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