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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ARE YOU]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김동휘, 조윤서
김소미 사진 최성열 2022-03-07

조윤서, 김동휘(왼쪽부터).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수학 영화이기 이전에 ‘이상한 나라’에 관한 영화다. 상위 1%의 영재들이 모였다는 자율형사립고등학교에서 펼쳐지는 한국의 교육 현실이란, 선생이 나서서 ‘사배자’(사회적 배려 대상자)에게 전학을 권유하는 모습으로 일면 요약된다. 하지만 “일반 학교 가면 충분히 1등 할 수 있으니 차라리 전학을 가”라는 말을 듣고도, 한지우(김동휘)는 버틴다. 변변찮은 형편에 학원 한번 보내지 못했는데 모범생으로 성장한 아들이 너무 자랑스러운 엄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다. 학교 경비원이자 탈북 수학자인 이학성(최민식)과 새벽녘 과학실에서 몰래 수학 공부를 시작한 지우의 일탈은 금세 그를 짝사랑하는 동급생 보람(조윤서)에게 들키고, 둘의 이야기는 곧 셋의 이야기로 확장돼 파이(π, 원주율)와 우정의 아름다운 교집합을 수놓는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 최민식의 파트너로 본격적인 연기 첫발을 뗀 김동휘는 1995년생의 무서운 신예로,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 이어 김성수 감독의 <크리스마스 캐럴>에도 캐스팅됐다. 드라마 <가족의 탄생>(2012)의 아역으로 데뷔해 <마인>에서 활약한 조윤서는 어느덧 데뷔 10년차에 이르렀지만 수학적 지표가 무색할 만큼 여전히 신인다운 가능성을 무궁무진하게 품고 있다.

조윤서, 김동휘(왼쪽부터).

오디션

김동휘 지우가 학성과 친해지기 위해 경비실 앞에서 박카스 박스를 들고 서 있는 장면이 오디션 지정 장면이었다. 어차피 오디션에서 떨어질 것 같아서, 나중에 집에서 먹을 요량으로 내가 좋아하는 오로나민C를 챙겨갔다(웃음). 소품까지 잘 준비했다는 생각에 나름 뿌듯했는데 오디션장에 앉아 있던 최민식 선배님이 앞선 참가자들도 전부 챙겨왔다고 하셔서 당황했다. 오디션장에 들어오는 사람들마다 자양강장제 박스를 들고 오니 지겨우셨을 법도 하다. 하하. 막상 오디션이 시작된 후에는 선배님 앞에서 연기를 보여드린다기보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사적인 얘기를 더 많이 한 것 같다.

조윤서 파이송을 연주하는 장면이 중요한데 오디션 때 피아노를 잘 친다고 호언장담해버렸다. 작품이 너무 하고 싶어서 말이 저절로 그렇게 튀어나왔다. 근데 정말 캐스팅이 되어버린 거다. 그리고 악보를 받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어려운 곡이더라. 촬영 직전까지 피아노 연습을 죽어라 해서 결국 잘 찍을 수 있었다.

김동휘 매일매일 피아노 연습 영상을 나한테 보내줬다. 처음엔 ‘나한테 왜 보내지?’ 싶고 약간 귀찮았는데(함께 폭소) 차츰 실력이 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누나가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알았고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조윤서 애초에 거짓말을 했으니 연습하는 모습을 어디 다른 데 보여줄 수도 없고 그래서 지우(김동휘)에게 보냈지!

최민식

조윤서 테스트 촬영을 할 때 영화 속 의상을 입고 세트에 가만히 서 있으면 카메라가 가까이 오고 뒤로 멀어지기도 하면서 배우를 찍는다. 카메라가 인아웃하는 반복적인 움직임 속에서 최민식 선배님이 학성의 경비복을 입은 채로 가만히 카메라를 응시했는데 그냥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눈빛의 깊이라고 해야 할까, 엄청났다. 같이 출연하는 장면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덜컥 겁이 나기도 했던 순간이다.

김동휘 작품을 위해서 먼저 다가와주시고 소통해주시고 그런 모습들이 진심으로 느껴져 정말 감사했다. 문득 생각해보면 자식뻘의 후배에게 인사치레 이상으로 적극적인 교류를 먼저 시도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일 수도 있겠다 싶다. 그래서 나도 연기를 오래하게 된다면 언젠가 선배 같은 어른이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연기를 믿고 맡겨주신다는 인상도 받았는데, 그게 큰 힘이 되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

김동휘 스스로 학성을 찾아가 수학을 가르쳐달라고 말하는 박카스 장면. 지우에게는 첫 전환점이라 생각한다. 오디션을 봤던 장면이라 실제로 촬영날 감회가 남달랐다. ‘오디션장에서는 큰 기대도 없었던 신인이었는데, 지금은 내가 촬영장에 와서 의상을 입고 분장을 하고 실제 카메라 앞에 서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너무 이상하더라. 아마 신인배우라면 다들 공감할 거다.

조윤서 과학실에서 학성과 보람이 파이송을 연주하는 신! 하나를 꼽으라면 그 장면일 수밖에 없다. 정말 연습을 많이 했고, 결국 해냈고,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최민식 선배님과 한 화면에 투숏으로 담긴다니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나. 촬영장에서 모니터링을 하는데 인생에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장면 자체도 정말 아름답게 찍혔다.

서로의 관찰자

조윤서 한지우는 아직 자신만의 소리를 낼 줄 모르는 여린 아이였던 것 같다. 많은 것들을 스스로 이미 포기한 상황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학성이란 캐릭터를 만나면서 자기 심지를 단단히 세우는 과정이 보여진다. 곁에서 지우를 유심히 지켜보는 보람의 입장에서는 지우가 어느새 세상과 마주 서서 목소리에 힘을 주고 눈빛도 또렷하게 빛나는 변신의 순간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김동휘 보람은 일단 명랑하다. 밝고 에너지 있고 주변 사람들과 그 에너지를 나눈다. 그렇다고 마냥 들떠 있는 것도 아니고 자기만의 중심을 지키면서 옆사람도 챙긴다. 극중에서 지우를 좋아하는 컨셉이다보니 나도 은연중에 의지가 되었던 것 같다. 첫 영화 현장이어서 많이 긴장했는데, 개인적으로도 누나가 잘 챙겨주고 리드해줘서 굉장히 편하게 찍었던 기억이 난다.

물음표 살인마

조윤서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속 보람과 나는 호기심이 많다는 면에서 실제로도 닮은 것 같다.

김동휘 그게 무엇이든 옆사람에게 자기가 알 때까지 물어보는 물음표 살인마다. (웃음) 가끔 고민한다. 다 아는데 일부러 물어보는 게 아닐까 하고!

조윤서 가끔 주변 사람들이 귀찮아한다. 연기에 있어선 좋은 습관이지만…. 게다가 동휘 배우는 아는 게 많아서 무언가 물어보기 굉장히 좋은 상대다. 얼마 전엔 인스타그램에 링크 태그하는 법을 물어봤는데 과정을 일일이 다 캡처해 “누나, 맨 처음에 이걸 클릭한 다음에 이걸 누르고, 그다음엔…” 하는 식으로 엄청 친절하게 설명해줘서 감동받았다.

김동휘 내가 착한 게 아니라, 물음표 살인마에겐 처음부터 자세히 설명해줘야 한번에 끝난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렇게 한 거다. (일동 폭소)

학창 시절의 나

김동휘 고등학생 때 춤 동아리에 나름 열심이었다. 그외에는 친구들과 매점 가는 거 좋아하고 체육 시간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공부는 조금 덜했나? (웃음) 학교 댄스 동아리가 꽤 명문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까 싶지만, 같은 동아리 선배 중 2명이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각각 홀리뱅, 라치카 멤버로 나왔다.

조윤서 오오!

김동휘 지금은 연락을 못한 지 오래됐지만 고등학생 때는 나름 친하게 지냈던 누나들이다. 선배들에게 지도를 많이 받았다. 학원도 아니고 동아리인데 매일 연습을 5~6시간씩 하면서 하드 트레이닝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조윤서 학교가 미션스쿨이라 찬양팀 소속이었는데 그래서 아마 그냥 교회 누나 같은 이미지가 아니었을까?

김동휘 인기 많았겠다!

조윤서 조용한 생활을 했으나 급식 시간만큼은 빨리 먹으려고 엄청 뛰어다녔다.

10대로 돌아가기

김동휘 모교 앞 하굣길에 서서 막연히 학생들을 지켜봤다. 그땐 코로나19 전이어서 마스크를 끼지 않은 얼굴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을 붙잡고 이런저런 것들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도를 아십니까’로 오해받을까봐 참았다. 사촌동생들을 붙잡고 요즘 10대 친구들의 말투, 성격, 좋아하는 가수나 관심사를 물어보기도 했다.

조윤서 마침 친구 동생이 고등학생이라 소개를 받고 통화를 자주 한 편이다. 무언가 의도적으로 묻거나 알아내려고 하기보다는 그냥 통화하면서 요즘 친구들의 말투와 화제를 느껴보려 했다.

김동휘 그 친구에게도 물음표 살인마였죠? (웃음)

조윤서 그럼그럼. 이 기회로 말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정말 고마웠다. 보람을 연기하기 위해 20대 들어 처음으로 짧은 단발로 잘랐고 메이크업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지금은 머리가 이렇게나 길었는데, 그동안 개봉하지 못했던 시기가 길었음을 새삼 체감하게 되는 것 같다.

로맨스

김동휘 90년대 할리우드영화들, 2000년대 멜로영화들을 좋아한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같은 작품들이 요즘에도 나오면 좋겠다. 한번쯤 꼭 연기해보고 싶은 작품들이다.

조윤서 나는 그보다 조금 더 판타지적 장치가 있는 멜로가 좋다. <어바웃 타임>이나 <미드나잇 인 파리>처럼! <미드나잇 인 파리> 같은 영화의 배우가 될 수 있다면 정말 꿈같을 듯하다.

김동휘 안국쪽에 가서 돌담길 걷고 한옥 카페 가면 어떨까. ‘미드나잇 인 서울’로. 센강 대신 우리끼리 청계천도 걷고. (웃음)

연극의 희열

조윤서 뮤지컬 전공이었던 고등학생 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떠밀려서 춘향 역으로 연극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춤추고 노래하는 것에 비해 연기는 재미없게 느껴졌다. 그런데 더블 캐스팅된 친구가 연기에 절실했고 또 너무나 잘하는 거다. 나도 모르게 승부욕이 생겼다. 선생님의 코멘트를 받으려고 석달 넘게 매일 쫓아다녔더니 어느 날 선생님이 “윤서야, 이제 더 안 물어봐도 돼”라고 하실 정도였다.

김동휘 하하하.

조윤서 그런데 그 무렵부터 조금씩 내가 연기할 인물이 이해되더라. 그렇게 처음으로 무대에 연극을 올린 날, 엄청나게 가슴이 두근거리는 희열을 느꼈다. 춤추고 노래할 때와는 다른 카타르시스였다. 내 안에 다른 자아가 하나 생긴 느낌이기도 했는데, 춘향이 몽룡에게 받은 반지를 연극이 끝난 후에도 석달 정도 손에서 빼질 못했다. 연기라는 게 사실 매 순간 재밌지는 않다. 오히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나에겐 전혀 맞지 않는 일 같은데’ 이런 생각이 더 많이 들 때도 있지만 앞선 그 한번의 경험을 잊지 못해서 계속 도전하게 되는 것 같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가 그 마음에 또 불을 지펴주었다.

김동휘 정말 비슷하다. 나 역시 춤을 추다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연극을 하게 되었고, 처음엔 그다지 의욕이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게 배우란 TV 속에 멋지게 서 있는 스타의 이미지에 가까웠다. 그런데 처음 연기를 제대로 배우러 갔더니 선생님이 일단 뛰라고 하시는 거다. 뛰고, 바닥을 기고 구르고 신체훈련을 하면서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 어색한 동시에 나를 확장해가는 재미를 느꼈다. 그렇게 올라간 첫 연극 무대에선 멀티 역을 맡았다. 원래 멀티는 연기를 제일 잘하는 사람이 해야 하는데 그때는 남은 역할이 그것밖에 없었고, 3막 동안 노숙인, 네일살롱 사장, 극단 막내 등을 연기했다.

Q.E.D(증명완료)

조윤서 노래에는 조금 자신 있다. 고등학생 때 뮤지컬 전공을 했다.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넘버는 <사운드 오브 뮤직>의 <My Favorite Things>. 부르면 언제나 기분이 좋아지는 노래다.

김동휘 최민식 선배와 영화 한편을 끝냈다는 것?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도전이었고 그걸 해냈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조금은 칭찬해주고 싶다.

미래완료

김동휘 앞으로의 나는 ‘믿보배’로 불릴 수 있다면 좋겠다. 역할과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든든함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조윤서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가 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내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 내 안에 어떤 많은 것들이 담겨져 있는지 아직 나도 잘 모르니까, 많은 역할과 작품을 만나가면서 나를 더 알아가려 한다.

FILMOGRAPHY

김동휘

영화 2022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드라마 2020 <비밀의 숲2>

조윤서

영화 2022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2017 <길>

드라마 2021 <마인> 2018 <대군: 사랑을 그리다> 2016 <미스터리 신입생> 2015 <오늘부터 사랑해> 2014 <천국의 눈물> 2012 <가족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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