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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원의 노래가 끝났지만] Pick Me Up!
윤덕원(가수) 2022-03-31

일러스트레이션 EEWHA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나는 사전 투표를 했다. 서교동 주민센터는 주말인데도 사람이 많았다. 마포 구민 외의 투표가 훨씬 많았는데, 홍대 앞이라는 이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20분 가까이 기다린 끝에 투표를 할 수 있었다. 확인된 사전 투표율은 30%가 넘었다. 많은 사람이 그랬듯이, 쉽게 결정하기 힘든 선거였다. 그럼에도 과정은 치열했고, 결과도 박빙이었다. 지금은 이미 결론이 난 선거이기 때문에 어찌되었던 승자가 결정되었고, 결과적으로 그에게 주어진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기를 바랄 뿐이다.

선거의 의미와는 별개로 흥미로운 것은 투표를 통해 누군가를 뽑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비록 내가 기권하거나 투표를 하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당선이 된다. 선거 외의 경우에는 간혹 누군가를 뽑아야 하는 때에 그 자리를 비워두는 경우도 있다. 종종 대상이 없는 문학상 같은 것들을 본 적이 있다. 가작만 존재하고 대상에 적합한 작품이 없어서 그 자리를 비워놓았다는 심사위원들의 고민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선거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권력의 공백을 허용할 수가 없기 때문일까. 선거의 결과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 박빙의 결과가 나왔기에 쉽게 수용하기는 어렵겠지만.

대통령 선거 며칠 전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이 있었다. 내가 알기로 지금껏 한국대중음악상은 수상작을 비운 적이 없다. 물론 수상하지 않더라도 후보작에 오르는 자체가 의미 있는 시상식이기는 하다. 이번에도 좋은 작품들이 후보에 올랐고, 수상을 했다. 함께 작업하거나 관심있게 보았던 뮤지션들이 조금 더 주목받고 알려지는 것은 기쁜 일이다. 최근에 선정 부문을 변경하는 등 운영상에 변화를 주었는데, 음악상을 통해 더 많은 좋은 음악을 알리고 있다는 점에서만큼은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결정이 어렵더라도 그 자리를 비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어차피 음악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누군가가 들어보고, 들으러 와주는 일이 우선이다. 매번 청자의 선택에서 선택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런 점에서는 음악가가 소비되는 현실은 대상이 없는 문학상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매번 투고하는 입장에서는 ‘요즘 들을 게 없어’ 하면서 ‘수상작 없음’을 확인하는 것은 지치는 일이다. 기왕이면 청자들이 중복 수상도 좋으니 많이 선택해주면 좋겠다. 간혹 ‘너무 많은 중복 수상으로 상의 권위를 잃어버린 ㅇㅇ시상식’이라는 기사를 볼 때 나는 그들이 갖고자 했던 권위에 대해 생각한다. 음악 팬 여러분, 여러분의 권위는 더 많은 음악 사랑으로 만들어낼 수 있답니다. 마치 정치에 무관심한 것이 자신의 민주 시민으로서 존엄을 더하는 일이 아닌 것처럼?

선거 하면 떠오르는 노래는 단연 <프로듀스 101>의 주제곡인 <Pick Me>다. 자신을 멤버로 뽑아달라고 호소하는 지망생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이 노래는 실제로 선거 로고송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 프로그램의 시즌2 주제곡은 <나야 나>라는 제목이었는데, 조금 미묘하게 입장이 다르다. <Pick Me>가 선택받는 입장에서 노래한다면 <나야 나>는 ‘내가 너의 마음을 뺏겠다’라는 능동적인 태도와 자신감을 보여준다. 시즌1이 여성 참가자들로 이루어져 있고 시즌2가 남성 참가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 그리고 해당 프로그램이 그런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면이 있었다는 점 때문에 이 메시지의 차이는 크게 느껴진다. 두곡이 모두 선거 로고송으로 많이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어떤 후보가 어떤 곡을 골랐는지에 따라 유권자에게 전하는 느낌이 많이 다를 것 같다.

이번 선거가 많은 사람들에게 힘들게 느껴졌다면 ‘내가 더 잘할 수 있으니 나를 뽑아달라’가 아닌 ‘나를 뽑아야 한다, 이런 상대를 설마 뽑을 것이냐’의 메시지가 유독 더 강했기 때문일 것이다. 타인에 대한 공격으로 일관하기보다 자신감 있게 자신의 장점을 내세우는 선거를 경험하고 싶다. 유권자로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서 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언젠가는 가능하지 않을까? 아 참, 그리고 심사위원 혹은 주권자가 된 느낌으로 좋은 음악들에도 한표 부탁드린다. 영화도!

<Pick Me> _프로듀스 101

우리는 꿈을 꾸는 소녀들 너와 나 꿈을 나눌 이 순간

달콤한 너를 향한 shining light 너만의 날

(hey! baby, show you my paradise)

너 땜에 내가 정말 이상해 가슴이 두근두근 뛰잖아

터질 것 같아 심쿵심쿵 너를 보는 날

(hey! feel me. show you my secret, boy)

can you feel me 나를 느껴봐요

can you touch me 나를 붙잡아줘

can you hold me 나를 꼭 안아줘

I want you pick me up!

pick me, pick me, pick me up!

pick me, pick me, pick me up!

pick me, pick me,

pick me, pick me,

pick me, pick me, pick me up!

pick me, pick me, pick me up!

pick me, pick me, pick me up!

pick me, pick me,

pick me, pick me

I want you pick me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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