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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 오브 더 건
2001-03-23

시사실/웨이 오브 더 건

<웨이 오브 더 건>은 자칫 방심하면, 따라잡기 쉽지 않은 영화다. 밤거리를 떠돌며 심심풀이 카드 놀이나 하는 한심한 두 청년. 이들이 재계 거물의 아이를 임신한 대리모를 납치한다는 설정은 진부하다. 그런데 그들을 뒤쫓는 패거리들이 돌변해서 달려들면 사정이 달라진다. 로빈을 구해야 하는 흑인 경호원은 거물의 정부와 연인 사이고, 로빈이 임신한 아이의 아버지는 또다른 인물이고, 무슨 연유에서인지 한물간 늙은이들까지 총을 드는 사태를 맞닥뜨리고 나면 이 복잡한 이야기의 본말을 꿰어맞출 만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마지막 한방을 남겨둘 여유가 없어 최후를 맞았던 롱바우처럼.

잠깐 내비쳤다가 감춰둔 패들을 연이어 던져대는 감독의 못된(?) 심보는 전력을 들추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탐정 일을 하다 친구인 브라이언 싱어 감독을 만나 1995년 <유주얼 서스펙트>로 오스카 각본상을 거머쥔 크리스토퍼 매쿼리가 장본인. 그는 데뷔작에서 ‘친구 덕을 본 행운아’라는 오해를 씻고자 함인지,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을 늘어놓고서 허방짚기 일쑤인 관객과 대면코자 한다. 제작비 9백만달러를 들여 미국에서만 3,550만달러를 벌어들였으니 어느 정도 인정은 받은 셈이다. 물론 감독의 페이스에 말려 ‘영문을 알 수 없는’ 총격전만을 즐기고 나올 관객도 상당수일 듯. 그만큼 영화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데 푹 빠져 있다.

하지만 해답없는 문제는 없는 법. 열쇠는 ‘도둑맞은 편지’처럼 가까운 데 있다. 영화의 제목이 그것. 이들이 무슨 연유에서 총을 들었는지 일일이 따지기보다 각각의 총구가 누구의 가슴을 향하는지 살펴보는 게 현명하다. 영화의 전반부, 파커와 롱바우가 경호원을 대동한 로빈을 납치하는 과정의 해프닝은 그 시작이다. 엑스트라쯤 여겼던 경호원들이 좀처럼 총을 버리지 않고, 로빈 역시 이들의 틈바구니에서 벗어나려 한다. 아이를 차지(?)하려는 이들이 파커와 롱바우, 비단 둘뿐이 아니라는 것을 감독은 넌지시 일러준다. 눈썰미 있는 이라면 오프닝에서 결말을 느낄 수도 있겠다. 구성은 정교하지만 베네치오 델 토로, 라이언 필립, 줄리엣 루이스 등 볼 만한 배우들이 굴곡심한 스토리를 따라가느라 헐떡거리는 점은 아쉬움. 감독은 당분간 복잡한 이야기를 잇는 데 ‘선수’라는 칭찬만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이영진 기자 ant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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