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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의 승부사들: '야차' 설경구, 박해수, 양동근
김현수 사진 백종헌 2022-04-15

나현 감독의 신작 <야차>는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영화다. 동북아시아의 스파이들이 한데 모여 꿍꿍이를 숨긴 채 중국 선양에서 펼쳐 보이는 사건의 내막은 그리 새로울 것이 없다. 다만 통쾌하고 깔끔한 액션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야심은 숨기지 않는다. 국정원 비밀공작 전담 블랙팀과 그들을 감시하기 위해 한국에서 파견된 특별감찰 검사와의 갈등, 그리고 여러 나라 스파이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가운데 성격이 제각각인 블랙팀 요원들과 검사가 맞붙는다. 정의는 무조건 지켜져야 한다는 블랙팀 리더 지강인 역의 설경구, 원칙을 중요시하는 한지훈 검사 역의 박해수, 생존력과 적응력으로 승부하는 베테랑 요원 홍 과장 역의 양동근, 이 세 사람은 사건의 중심, 내막, 반전을 담당한다. 시원하고 통쾌한 한국형 첩보 스릴러 액션 영화의 첫 공개를 앞두고 <야차>의 배우들을 만났다.

설경구

-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작보고회에서 배우들간의 토크 호흡이 좋았다. 설경구 배우가 양동근 배우의 오랜 팬을 자처하며 덕담을 주고받은 시간도 있었고 즉석에서 <박하사탕>의 연기를 따라하는 양동근식 퍼포먼스도 있었다. 배우들끼리 사전에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합을 맞춘 건가.

박해수 그러진 않았는데 호흡이 너무 잘 맞았다.

설경구 제작보고회를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한 경험이 몇번 있는데 이렇게 여럿이서 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나는 대부분 혼자 참여하거나 아니면 둘이 했거든. <킹메이커> 때도 이선균씨랑 둘이 했고 <자산어보>는 변요한이랑 둘이 하고. 이렇게 여섯 배우가 앉아 있으니까 든든하더라. (웃음)

양동근 경구 선배님이 내 오랜 팬이었다고 말씀하시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 카메라가 다가오자 “야 차, 기똥 차, 어기 어차”라는 라임을 만들어 랩을 하는 모습에서 왕년의 래퍼 양동근의 눈빛이 보였다. 준비한 퍼포먼스인가.

양동근 주최측에서 그런 걸 보여줄 시간이 있을 거라고 언급해주었는데 화장실에 가다가 문득 떠올랐다. 아, 이렇게 부르면 재미있겠다 싶더라.

- <야차>는 한국, 북한, 중국, 일본 등의 정치적 입장이 얽힌 비밀 작전이라는 소재에 첩보 스릴러라는 장르적 외피를 씌운 영화다. 시나리오의 어떤 점에 매료됐는지 이야기해준다면.

설경구 첫 느낌은 굉장히 화려한 이야기라는 거였다. 내가 맡은 지강인은 너무 부담스러울 정도로 멋있었다. 소재로 삼은 비밀 작전에 대해서도 과연 이런 일이 가능할까 반신반의하면서 봤다. 상업영화의 틀을 갖춘 시나리오였다.

박해수 시나리오를 읽을 때 첩보 액션 영화의 틀에서 전체적인 그림을 상상하게 되더라. 단숨에 읽어내려갔는데 어디선가 봤던 이야기가 아니었다. 할리우드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르영화를 한국형으로 보여 준다는 점,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표현할 수 있는 사건이 담겨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는 한지훈 검사의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다. 호기심이 생기는 이야기였고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양동근 남자배우라면 첩보영화 출연이 로망 아니겠나. ‘이런 시나리오가 드디어 나에게도 오는구나!’ 기쁜 마음으로 받아 읽었다.

설경구 과연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질 수 있을까 의심했다고 말했는데 인터넷에서 한장의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중국에서 열린 각국 정상회담의 경호원들 사진이었는데 영화에서의 비밀 작전이 가능할 수도 있지 싶었다. 물론 <야차>는 그걸 영화적으로 확대하기는 했지만.

-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나라의 비밀 작전에는 주인공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인물들의 성격과 처지에 따라서 그들의 상황 대응도 달라지고 반전도 펼쳐지게 된다. 블랙팀의 리더 지강인은 팀원들이 목숨을 믿고 맡겨도 될 만큼 신뢰감을 주지만 평소 다정한 구석이라고는 전혀 없는 현장 스타일의 리더다. 부하인 홍 과장은 첫 등장에서부터 현지화된 능글맞은 캐릭터라는 사실을 주지시킨다. 한지훈 검사도 강단 있고 권력에 굴하지 않는 원칙주의자로서의 면모가 강하다.

설경구 지강인은 매력 있는 사람이다. 냉정하고 굉장히 폭력적이고 후배의 배신에는 가차 없이 대응한다. 비밀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들을 하지만 지키기 위해서 누군가를 죽일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불의를 못 참는 타고난 면이 있고 정의를 목숨과도 바꿀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 내가 그걸 다 표현 못할 것 같아서 감독님한테 멋을 좀 줄여달라고 했을 정도다.

박해수 한 검사는 강골 검사다. 원칙주의자로서의 매력은 그를 함정에 빠뜨리기도 한다. 그의 원리 원칙은 현장이 아니라 책상 앞에서만 다져왔던 거니까. 현장에 가서 부딪치고 뒹굴면서 성장해나가는 인물이다. 나로서는 그런 점이 흥미롭고 매력적이었다. 또 시청자들은 한 검사를 통해서 정보를 얻게 된다. 한 검사의 눈을 통해 사건의 내막을 알게 되기 때문에 구성상의 매력도 갖추고 있다.

양동근 영화 촬영 전에 국정원에 방문했다. 근무하는 분들과 직접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는데 그때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분들은 자신의 일을 드러내놓고 할 수 없는 사람들이면서 또 지켜야 할 가족들도 있다. 가족이 약점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상상해봤던 것 같다. 아버지로서의 자리에 대해서 굉장히 공감했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입장이어서 홍 과장에게 감정이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야차>는 첩보 스릴러 장르로서 사건에 휘말리는 각 공간에서 펼쳐지는 액션의 볼거리를 강조한다. 굉장한 총격 액션이 등장하는데 제작보고회 때 설경구 배우의 표현처럼, 등장하는 총알 개수가 가장 많은 한국영화라는 기록을 세울 수도 있겠다.

설경구 대만을 오가며 촬영했다. 밤 장면이 많고 추운 1, 2월에 촬영해 고생했다. 밤새 주먹질하고 두들겨맞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웃음)

박해수 극중 블랙팀 요원들은 맨몸 액션에서부터 다양한 총격 액션을 도맡아서 해야 했기 때문에 훈련을 많이 받았다. 현장에도 전직 국정원 직원, 총기 담당 전문가 등이 붙어서 훈련을 계속 시켜줬다.

- 총기 설정이 각 캐릭터에 맞게 다른 점도 인상적이고 한 검사가 자신이 처한 급박한 상황에 맞춰 단벌 의상으로 등장하는 점도 흥미롭다. 옷 갈아입을 시간도 없이 사건에 휘말린다는 설정 같고. 가장 튀는 건 홍 과장의 의상이다.

양동근 아무래도 나는 액션보다는 현지인 느낌을 담당하고 있어서(웃음) 개인 권총보다는 허리춤에 찬 휴대폰 케이스가 더 눈에 띌 것 같다. 감독님을 비롯해서 의상팀에서 재미있는 소품을 많이 준비해줬다. 몸의 장신구나 아저씨 슬리퍼, 안경 등등.

설경구 사실 양동근의 홍 과장이 블랙팀과 가장 잘 어울린다. 비밀 요원이지만 여행사 직원으로 위장해 있는 모습이라든가. 한 가지 아쉬운 건, 홍 과장이 침투조로서 작전에 투입되었을 때 평상시와 달리 돌변하는 장면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눈빛이 한순간에 변하는 그런 장면이 잘 어울렸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박해수 멋을 많이 줄여야 했기 때문에 못 들어간 것 아닌가….

설경구 그래 그래. 멋은 좀 줄여도 돼. 하지만 홍 과장의 돌변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 대신에 홍 과장은 지강인과 맞붙는 공장 장면의 액션 신이 있지 않나. 홍 반장의 현장 요원으로서의 면모가 예상과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발현되는 장면이다.

박해수 맥주 공장 장면인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다.

양동근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기다린 순간이었다. <바람의 파이터>가 개봉했던 2004년에 설경구 선배님의 <역도산>도 개봉했다. 그때부터, 그때도 이미 꼭 선배님과 함께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드디어 한 영화에서, 심지어 서로 액션의 합을 겨루는 장면을 찍게 된 거다. 너무 즐거웠다.

설경구 정말 즐거웠어? 나는 너무 춥던데. (웃음) 거기가 정선 세트였다. 술독 다 깨지고 하는 그 장면을 한 이틀 찍었나? 한밤중에 물 뒤집어쓰고 뒹구는데 어휴….

양동근 아직도 잊지 못하는 게 있다. 서로 총 한 자루를 잡고 흔드는 장면을 찍는데 경구 선배님의 완력이 너무 센 거다. 손가락이 끼어서 아픈데 티도 못 내고 나는 나름대로 감정을 좀 잡고 싶은데 너무 아파서….

박해수 내가 보기에도 그 아픈 감정이 굉장히 슬퍼 보였다.

양동근 그 장면을 찍고 나서 선배님 손을 보는데 와, 손바닥이 그렇게 클 줄이야….

- 지강인은 그전에 한 검사와도 맞붙는다. 두 사람은 정의의 개념을 완전히 다르게 해석하는 인물들이라서 끊임없이 대립한다. 액션 연기의 합은 잘 맞는 편이었나.

설경구 합이랄 것도 없는 장면이었다. 나는 신나게 때리고 일방적으로 맞는 장면인데.

박해수 액션 연기를 워낙 많이 하셨기 때문에 잘 리드해주셨다.

설경구 한동안 액션을 안 하다가 벼락치기하는 느낌으로… 애먹었다. 그 장면은 대만에서 찍었는데 타이베이에서 시작해서 가오슝까지 쭉 훑으면서 곳곳에서 촬영했다.

- 지강인과 한 검사 사이의 묘한 기류가 느껴지는 장면이 있다. 한 검사가 지강인의 벨트를 매주는 장면인데 둘 사이에 묘한 기류가 형성되면서 웃음을 유발한다.

박해수 시나리오에도 있던 장면이다. 아마도 감독님이 묘한 분위기를 의도했던 것 같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 장면에서 지강인의 눈빛은 분명 ‘아니 뭐 이런 XX가…’라는 말을 속으로 외치는 눈빛이었다. 캐릭터를 너무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설경구 (기자의 노트북에 붙은 <사냥의 시간> 스티커를 보고는) 해수가 넷플릭스에 입사하게 된 계기가 여기 있네.

박해수 이때부터 넷플릭스 공무원으로 입사를…. (웃음)

박해수

- 얘기한 것처럼 박해수 배우는 <사냥의 시간>의 킬러 한으로 시작해서 <오징어 게임>의 상우, <야차>의 한 검사까지, 넷플릭스와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다음 작품도 넷플릭스이지 않나. 각자 차기작도 소개해주며 이 자리를 마무리하면 좋겠다.

박해수 (머뭇거리며) 넷플릭스 작품인 한국판 <종이의 집>과 <수리남>이 있고, 경구 선배와 함께한 <유령>은 꼭 극장에서 보게 될 거다.

설경구 갑자기 <유령>이 불안해진다. (일동 폭소)

양동근 <유령> 시사회에 꼭 참석하고 싶다. 나도 지금 드라마 촬영 중이고 최국희 감독의 신작 <별빛이 내린다>가 촬영 준비 중이다.

설경구 빨리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춰야 촬영도 편하게 할 텐데. 변성현 감독과 찍고 있는 <길복순>도 현장이 녹록지 않다. 우리뿐만 아니라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어찌 됐건 찍고는 있다. 오늘 하루 종일 <야차> 소개하면서 ‘관람’이 아니라 ‘시청’이라고 표현하려니 낯설다. 화면의 크기를 떠나서 한국형 첩보 액션 영화의 매력이 잘 전달됐으면 한다.

양동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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