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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좀 거창한 성장담 '헝거'
김성찬 2022-04-20

철옹성 같은 빌딩에 사는 유지(김유나)는 또래 가정부 서진(정민정)이 아무런 말없이 사라져 서운하다. 빌딩 속 삶에 갑갑함을 느끼던 유지에게 ‘하촌’에 사는 서진과 어울리는 건 잠시나마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일이었다. 남들은 하촌은 상종 못할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지옥 같은 곳이라고 말하지만, 유지는 그런 하촌에 알 수 없는 매력을 느끼며 반드시 당도해야 할 곳이라고 생각한다. 유지가 서진에게 집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불어닥친 기상이변이 빌딩과 하촌을 쓸어가버린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목숨을 부지한 채 생존자 집결지로 향하던 유지는 서진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거기서 행성처럼 생긴 괴이한 구체를 맞닥뜨린다.

<헝거>는 다중 차원, 평행 우주, 도플갱어, 괴물체 등 공상 과학의 모티브를 다수 차용한다. 막바지에 이르기 전까지는 SF를 배경으로 한 계급 갈등을 그리는가 싶은데, 그 이후에는 유지의 성장통을 포함한 다양한 갈래의 이야기로 퍼져나간다. 또 수신되지 못하는 라디오, 자주 제시되는 구 형태의 오브제, 별과 우주의 이미지들로 대표되는 상징과 은유가 차고 넘치고, 데이비드 린치를 연상케 하는 사운드가 곳곳에 배치돼 있다. 바꿔 말하면 무언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는 가득한데 이에 비해 영화의 끝맺음은 다소 헐거워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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