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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야 타타척 유니티 그래픽 기술 부문 총괄 부사장 "우린 이미 모두 메타버스를 경험하고 있다"
김현수 2022-04-21

2021년 12월, 전세계 영화계를 놀라게 한 소식이 있었다. 게임엔진 회사 유니티가 피터 잭슨 감독이 설립한 시각효과(VFX) 제작사 웨타 디지털을 16억2500만달러에 인수한다는 발표였다. 정확히는 웨타 디지털의 툴과 파이프라인, 기술, 엔지니어 인력을 인수한다는 것인데 영화와 드라마 방면의 VFX 최고 기술력을 지닌 웨타와 게임엔진 회사의 노하우가 만나면 과연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기대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유니티가 발표한 <에너미즈>라는 데모 영상의 퀄리티를 통해 앞으로 영화와 게임의 비주얼적 경계가 확실히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게 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골룸에서부터 <킹콩>, <아바타>, <고질라> 시리즈, <알리타: 배틀 엔젤>의 알리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디지털 액터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오고 있지만 여전히 넘지 못하는 언캐니 밸리의 산을 드디어 넘을 수 있게 될까.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유니티의 <에너미즈> 영상을 보고 나면 기대감을 내려놓지 못할 것 같다. 유니티와 웨타 디지털간의 협업에 관여해온 나탈리야 타타척 부사장이 <씨네21> 독자들에게 보다 자세한 소식을 전해주고 싶다며 만남을 요청해왔다.

- 게임엔진 회사 유니티와 영화 VFX 제작사인 웨타 디지털의 만남을 통해 어떤 창작물이 가능해질지 궁금한데 그에 앞서 유니티 엔진에 관한 이해가 필요할 것 같다.

= 먼저 유니티 기업의 목표부터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아티스트가 마야(Maya), 후디니(Houdini), 블렌더(Blender) 등의 개발 소프트웨어를 연결하는 워크플로를 구축해서 어디에서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툴을 제작하는 걸 돕는 역할을 한다. 즉 캐릭터를 생성하고 변경할 수 있는 강력한 툴인 지바(Ziva), 식물이나 유기물을 모델링하는 툴인 스피드트리(SpeedTree), 전체 파이프라인 기능을 제공하는 웨타 디지털의 툴 등 아티스트가 원하는 최고의 툴을 제공한다. 결론적으론 아티스트가 무엇이든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유니티와 웨타 디지털은 게임,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AEC(설계, 엔지니어링 및 건축), ATM(자동차, 운송 및 제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쓰이는 크리에이티브 툴을 제공하는 브랜드라 이해하면 된다.

- 유니티와 웨타 디지털은 각각 게임과 영화라는, 유사하지만 다른 분야에서 활약해왔다. 이번 인수는 웨타 디지털의 개발 부서(VFX tools development division)를 인수한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 어떤 부서를 어떤 방식으로 인수했는지 궁금하다.

= 웨타 디지털의 VFX 서비스팀은 ‘웨타 FX’라는 독립적인 법인으로 계속 유지된다.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유니티의 가장 큰 고객이 된 셈이다. 특히 이번 인수를 통해 유니티는 웨타 디지털의 툴인 고급 스펙트럼 렌더러 마누카(Manuka), 가제보(Gazebo), 모발 구현 제품인 바버숍(Barbershop), 럼버잭(Lumberjack), 로키(Loki), 스퀴드(Squid), 코루(Koru) 등 산업용 제작 파이프라인에 통합된 웨타 툴 수십개를 얻었다. 뿐만 아니라 핵심 파이프라인을 설계, 구축, 유지, 관리하는 웨타의 엔지니어링 인재 275명도 유니티와 함께한다.

- 웨타 디지털이 갖고 있는 VFX 제작 툴과 파이프라인 외에 지적재산(IP)도 있을 텐데 앞으로 웨타 디지털의 IP 개발에도 유니티가 관여하는 건가.

= 그렇지 않다. 유니티는 캐릭터 제작에 사용되는 여러 툴을 인수한 것이지 개별 IP까지 인수한 것은 아니다. 에셋 라이브러리는 인수했지만 웨타 스튜디오가 소유한 IP는 인수에 포함되지 않았다.

- 웨타 디지털은 공학적인 디자인보다 정글 같은 자연이나 괴수 크리처 디자인에 훨씬 적합한 노하우를 구축해온 회사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유니티가 지바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것도 웨타를 인수한 것과 비슷한 이유가 있을 거라 여겨진다. 유니티와 웨타 디지털이 추구하는 것은 가장 인간다운 가상의 인간을 만들 최적의 툴을 개발하는 건가. 지난 3월21일 공개된 <에너미즈>를 보니 실시간 렌더링 기술만으로 사람의 피부 질감, 명암 표현 등이 섬세할 수 있다는 게 놀랍더라.

= 유니티 엔진은 이번에 고해상도 렌더 파이프라인(HDRP)의 전체 기능을 개선했는데 이번 데모 영상에서 실시간 레이트레이싱과 유니티의 딥러닝 슈퍼 샘플링(NVIDIA DLSS) 기본 지원 기능이 활용됐다. 이를 통해 4K 해상도에서 데모를 실행할 수 있다. 헤어를 표현하는 시스템도 개발했는데 아티스트는 저작 툴(<에너미즈>에서는 ‘Maya XGen’이 사용됐다.-편집자)에서 모발을 구현하고 유니티로 가져와서 실시간으로 연결,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그런 다음 프로젝트에서 사용하는 렌더링 파이프라인에 따라 원하는 셰이딩을 적용할 수 있다. 한두달 이내에 이 시스템을 공개할 예정이다. 앞으로 추가적으로 공개할 기능 개선에는 디지털 휴먼 패키지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있는데 사실적인 눈을 위한 커스틱 효과 추가, 얼굴 리그(Facial Rig) 없이도 혈류와 주름을 처리할 수 있는 텐션 기술 도입, 피부 셰이더, 얼굴의 솜털을 구현할 수 있는 피부 부착 시스템의 GPU로의 이동 등 이번 <에너미즈> 데모 제작에 쓰인 모든 개선 사항이 포함될 것이다. 그동안은 디지털 휴먼 제작을 어렵게 했던 수많은 장애물이 있었다. 유니티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캐릭터 제작 파이프라인을 대폭 단순화했다. 예를 들면 완전히 리깅된 얼굴 인형을 제작하는 데 캐릭터당 몇주에서 몇 개월이 걸리는 제작 기간을 한 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다. 앞으로 플레이어를 사로잡을 게임 캐릭터, 클로즈업 장면을 담을 수 있는 최신 버추얼 프로덕션 환경의 디지털 대역 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우리의 시작에 불과하다.

- 한국에서도 최근 ‘메타버스’라는 테마가 열풍이다. 유니티가 꿈꾸는 메타버스의 미래는 무엇일지, 메타버스 시대에 유니티로 무엇이 가능할지 궁금하다.

= 메타버스라는 용어를 어떻게 정의하든 우린 이미 모두가 메타버스를 경험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한 단계 진화된 인터넷이다. 지난 몇년간 사람들에게 카메라를 쥐어주고 사진과 동영상을 업로드할 수 있는 툴과 공간(SNS)을 제공했더니 사회가 어떻게 변했는지 생각해보자. 만약 그렇다면 이번에는 이 모든 걸 3D로 제작할 수 있고 실제와 디지털 월드를 혼합할 수 있고 주변에 공유할 수 있는 툴을 모두에게 똑같이 간편하게 제공한다면? 유니티의 장기적인 비전은 간소화된 수백만명의 아티스트가 협업을 통해 콘텐츠를 동시에 제작, 퍼블리싱, 수집해서 수십억명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크리에이터버스를 만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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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유니티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