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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애(密愛)밀담(密談) 변영주,전경린과 스치다(1)L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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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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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자들에게 불륜을 허하라!



각색은 예정된 배반이고 정의로운 배신이다. 작가 전경린의 두 번째 장편 픽션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은 감독 변영주의 첫 번째 픽션 <밀애>가 되었다.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곡절이 많았던 까닭에, 두 사람은 10월28일 시사회날에야 상견례를 나눴다. 그리고 열흘 뒤 마련된 테이블은 오후의 다과회처럼 태평한 자리만은 아니었다. 작가는 스크린에 생살을 드러낸 ‘옛사랑’의 충격으로 아직 멀미 중이었고, 감독은 영화로 몸을 옮기며 버릴 수밖에 없었던 진실의 조각이 눈을 찌를까봐 원작소설을 다시 들추는 일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들은 한번쯤 만나야 했다. 미흔, 얄팍하고 투명한 몸을 갖고 가까운 데를 가도 아주 멀리 갈 것처럼 걷던 그 여자는 두 사람 모두의 누이였으므로.



# 미흔, 그 여자에 대하여



전경린(이하 전): 미흔, 흔하지 않지만 튀지도 않는 이름이다. 온순하고 평범하면서도 열정의 희미한 기운이 느껴지는. 중산층에서 잘 보호받으며 별스런 경험없이 살아온 여자들은 사실 남편에게 배반당해도 얼른 출구를 못 찾는다. 가차없이 정리하고 제 갈 길을 가는 게 리얼리티가 있는 것 같지만 실은 그러지 못하는 게 리얼리티다. 미흔은 남해로 가서 부희나 휴게소 여자의 경험을 접하고 자기도 훼손되면서 열리는 출구를 받아들인다. 자기 열정에 브레이크를 놓아버리면서.



변영주(이하 변): 그녀는 내가 그려도 되나 싶게 매력적인 여자다. 신혜은 PD가 날 감독으로 원한 것도 내가 미흔에게 반해서일 거다. 20, 30대 여자들이 미흔의 이야기에 “이 여자 바보 아냐 나라면 바로 이혼해. 그래서 결국 택하는 게 고작 맞바람이야”라고 할지 모르지만, 대개의 여자들은 그러지 못한다. 엄청나게 계급이 떨어지는 거니까. 미흔의 결말은 아마 보험외판원일 거다. 혼자 되는 것도 큰 공포일 것이다. 미흔은 ‘난년’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여자들은 인규 같은 남자도 못 만나고, 가사노동에 필이 꽂힌다든가 하며 죽은 채로 살아버린다. 사람들은 정해진 길을 간다. 미흔이 아름다운 것은 허방을 디딘 뒤 뒤돌아가지 않고 잘못된 한 걸음부터 계속 그 길을 갔기 때문이다.



전: 소설과 영화가 나온 시점은 아주 다르다. 소설을 낸 1999년만 해도 불륜이 이렇게 대중화되지는 않았다. 아니, 드라마 얘기가 아니라 현실의 많은 여자들이 허용되지 않는 사랑에 큰 긴장감 없이, 목숨 걸지 않으면서 빠져든다. 심지어 “내 인생의 추억을 갖고 싶었어”라고 말하면서. 그만큼 가정의 틈은 벌어졌다. 예전엔 여자가 불륜을 했다면 파멸이었지만 지금은 계속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변: 20대 ‘꼬마’들이 “나름대로 아름다운 연애인데 왜 죽였냐”는 반응을 보이는 걸 보고, 이애들은 이걸 연애로 보는구나, 우리 세대보다 훨씬 경계선이 없구나 했다.



전: 영화를 본 여성 작가들이 남편들이 아내를 다시 보게 만들고 여자들은 불륜에 빠지고픈 욕망을 느끼게 하는 힘이 부족하다는 불평을 하기도 했다.



변: 그분들은 이런 영화가 필요없는 분들이고 내가 실제로 상대해야 하는 분들은 “어쩜 저 여자 저럴 수 있냐”고 말할 분들이다. 내가 제일 말을 걸고 싶은 관객은 노래교실 수업을 위안으로 삼는 아주머니들이다.



전: 그분들은 “복도 많은 년” 하면서 가슴 아플지도 모르겠다. (웃음) 아는 후배가 사랑에 빠진 것도 아닌데 마흔 전에 남편 아닌 남자랑 자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영화나 소설의 영향이 아니라 그저 자신에게 주는 선물로, 액자에 넣고 걸어두듯이.



변: <밀애>가 원한 건 깃발이 되는 게 아니라 혼란이었다. 너무 당연히 여겼던 것을 의혹하기 시작하는 문을 열어주는 역할까지가 몫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영화를 보고 아내들이 바람나면 어쩌냐고 하면 안심시켰다. “영화는 그런 힘이 없다”고.



전: 이런 사랑은 영화나 소설에서 많았다. 그러나 그것을 주로 쓴 것은 남자들이었고 남자 작가들이 써가는 동안 여자들은 사이렌이 되고 마녀가 되고 점점 더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갔다. 그녀들이 파멸의 길을 그리 당당히 갈 때 거기 있는 필연성을 드러내려고 했다.



변: 영화에서 빠진 장면 중 미흔과 휴게소 여자가 술 먹는 장면을 무척 아꼈다. 거의 둘이 연애하는 분위기라 “미흔이는 양성애자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휴게소 여자가 매맞고 둘이 대화하는 장면도 끈끈하다. 음악도 로맨틱한 걸로 고집했다. 김윤진씨가 “비가 올 것 같아요” 하고도 내가 컷을 안 부르니 “키스라도 하란 말이야” 하고 소리치더라. (웃음)



전: 별탈없이 산다는 것은 그만큼 도덕에 붙들려 통제받는 거다. 거기서 나간 여자들은 대신 자유로운 경험을 하고 누구도 그에 대해 뭐라 할 수 없는 반대급부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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