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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

내추럴 본 ‘마천수’, <신라의 달밤> 배우 이원종L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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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위정훈 | 사진 : 이혜정 | 2001-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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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는 형사와 조폭의 향기가 거의 동시에 풍긴다. 그래서 이명세, 김지운, 김상진 등 감독들이 그런 역할에 미리 낙점한 것 아닐까. 된장 뚝배기나 황톳빛 논두렁, 또는 비오는 날 뒷골목 포장마차와 어울릴 것 같은 이원종씨. <신라의 달밤>에서 경주 토착 조직폭력배의 보스 마천수 역은 태생부터 ‘그의 것’이었다. 영화사에 가서 <신라의 달밤> 대본을 읽은 뒤 물었다. “나, 마천수 하라고 불렀죠?” 김상진 감독이 미리 빼놓으라고 했다나. 마천수를 어떻게 표현할까. 그냥 표정연기만으로는 뭔가 부족할 것 같았다. 뽀글뽀글 파마를 하기로 결심했다. 3시간 걸려 파마를 하고 돌아오니 사람들이 웃다 넘어지더란다. 마천수 첫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옛 성현 말씀에 똥개도 제 집에서는 80을 먹는다. 여기가 어데고? 여긴 주야 주. 주가 어데고. 내 태어나고 자란, 내 고향이야, 고향!” 원래 시나리오상에는 ‘50을 먹는다’였는데, 80으로 뻥튀기했다. 영화 들어가기 전에 김상진 감독 주문이 “대사대로 하지 마세요. 알아서 하세요” 였으니까.



84년, 대학은 행정학과에 입학했다니 연극이 처음부터 그의 지향은 아니었나보다. 그러나 동아리방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한 소녀에게 반해 덜컥 연극동아리에 들었다. 연극의 맛? 91년 극단 미추에서 <오장군의 발톱>이 러시아 공연을 간 적이 있었다. 관객의 높은 관람수준에 놀랐고, 최선을 다해 오장군을 연기했다. 공연이 끝나갈 무렵 혼절했다. 깨어난 뒤 “이런 맛이 있다면 이건 평생 직업으로 해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렇게, 시작이 연극이었으니 마침도 연극배우로 하고 싶다. 지금도 연극은 1년에 한편씩 꼭 한다.그를 알아본 건 스크린보다 TV가 먼저였다. <용의 눈물>을 거쳐 <왕과 비> 등에 출연하고 있던 중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섭외가 들어왔다. 기억나는 것?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찍을 때, 신인 주제에 9번이나 NG를 냈다. 형사 4명이 차 주위에 있다가 차문을 열고 타는 신이었는데, 그 짧은 동안에 4줄짜리 빡빡한 대사를 해치워야 했다. ‘너무 길다’ 버텼다. 그러나 이명세 감독은 무조건 ‘해야 한다’였다. 심술이 났다. 일부러 NG를 냈다.



두루뭉수리한 몸매는 <반칙왕>의 선물이다. 보라매공원에서 매일 10km씩을 달리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낙법을 익히고, 몸을 만들고 나서 김지운 감독이 “삼류 레슬러 역할이니 몸 만들면 안 된다” 주문하니 어떡하나. 매일밤 라면 먹고 잤다. 처음에 5kg쯤 빠졌다가 다시 11kg쯤 불었다. 출연작 중 가장 관객이 적게 든 작품이 서울관객 81만이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반칙왕> <주유소 습격사건>이 지금까지의 출연작 목록이다. 그리고 <신라의 달밤>. 제발 <신라의 달밤> 잘되기를 정화수 떠놓고 빈다.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일까? 아무튼 이 ‘흥행조연’ 타이틀이 주욱 이어졌으면 좋겠다. 나름대로 작품을 고른다. 작품이 좋고 내가 꼭 필요한 인물이면 한신만 출연한다 해도 꼭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연극은..., 앞날이 불투명해서 매력적이다. 평범한 회사원이 되었다면 눈앞에 내 미래가 저기 앉아 있고, 그 다음 미래가 그 앞에 앉아 있고. 재미없잖은가. 영화는…, 무섭다. 연극이나 TV드라마는 어쨌건 일회성이다. 반면 영화는 영속적이다. 내가 갖고 있는 최대의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더욱 긴장하게 된다. 이번에 캐스팅된 <달마야 놀자>의 스님 역은 바라던 거였다. 경찰도 해봤고, 조폭도 해봤으니 이번엔 스님, 아주 리얼한 스님을 한번 해보고 싶었다. 머리 깎는 것도 처음이고, 설렌다.


글 : 위정훈 | 사진 : 이혜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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