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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회 베를린영화제 결산 [2] - 공리 인터뷰L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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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은영 | 사진 : 손홍주 | 2000-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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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장 공리

“베를린은 중국 영화인들의 희망”





50주년을 맞은 베를린영화제가 심사위원장 자리에 공리를 앉힌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88년 <붉은 수수밭>에 금곰상을 안기면서, 겨우 데뷔작을 내놓은 장이모와 공리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선사했으니, 베를린영화제로서는 ‘우리가 발굴하고 키웠다’는 자부심이 과하지 않은 것이다. 이제 중국영화계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 명성을 쌓은 공리는 12년 전의 감회를 되살려, 모리츠 드 하델른 집행위원장의 제안을 수락했다. 안제이 바이다, 마리아 파레데스, 월터 살레스 등 8명의 쟁쟁한 다국적 심사위원단을 이끄는 중책을 맡아, 상당한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영어와 독어를 못한다는 것이 장애가 되지는 않았다. 공리는 중국 전통의상을 응용한 화려한 의상과 기품있는 언행으로 영화제 내내 ‘페스티벌 레이디’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공리가 출연하고 선 자오 감독이 연출한 <브레이킹 더 사일런스>는 ‘공리에 대한 오마주’의 의미로 공식 프로그램에서 특별 상영됐다. 농아인 아들을 혼자 힘으로 키우는 젊은 엄마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평범하지만 진솔한 감동을 전해 베를린 현지 여성관객의 눈물을 꽤나 뽑아냈다. 상영 직후, 무대에 인사를 하러 나온 공리는 아들 역의 배우 가오 신에게 “나는 들을 순 없지만, 여러분이 날 사랑한다는 걸 안다”는 인사를 입모양으로 따라하게 해, 다시 한번 감동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베를린영화제와의 인연이 각별하다. 어떻게 느끼는가.



=베를린영화제는 이제 중국 영화인들의 희망이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기회로서 말이다. 발견되고 주목받고 존중받는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중국에도 영화제가 많지만 참여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제한돼 있다. 칸이나 베니스 같은 여타의 영화제도 나름대로 좋다고 생각하지만, 관객이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영화제의 의미는 베를린에서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심사위원장으로서 이번 본선 진출작 감상에 대한 소감을 피력하라면.



=어떤 작품을 어떻게 봤는지는 발설할 수 없다. 그건 우리의 기본적인 원칙이기 때문에. 다만 이들 작품 중에서 베스트를 고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중국영화의 사전검열은 지금 어느 정도인지.



=98년부터 중국은 심한 혼돈 상태다. 국경이 불분명해지면서, 홍콩에서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 중국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는데, 아시아 경제불황과 함께 실업문제도 심각해졌다. 영화 속에서 나타난 상황은 리얼리티가 있는 얘기다. 사회 반영적인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절대 금기’가 없어지고 있는 거라 믿고 싶다. 모르는 사람들은 공리가 나오는 영화 정도면 검열당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난 중국영화계에서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 어떤 특권도 누리지 않고 있다.



-중국의 내로라 하는 감독들과는 다 함께 했다. 왜 젊은 감독들의 작품엔 잘 출연하지 않나.



=좋은 감독들과 좋은 영화를 함께 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에는 눈에 띄는 젊은 감독이 많지 않다. 하지만 그들이 청하면 그리고 작품만 좋다면 기꺼이 출연할 의향이 있다. 메시지가 있는 작품, 그 의미에 공감하는 작품에는 출연하고 싶다.



-이 영화에 임할 때 어떤 마음이었나.



=쉽지 않았지만 즐거운 작업이었다. 오늘날의 중국사회, 그리고 소시민의 생활을 담아낼 수 있다는 건 행운이었다. 이 영화 속 이야기는 70∼80%에 달하는 보통 중국인들의 실제 삶과 상당히 닮아 있다. 그런 소재면에서 흥미롭기도 했고, 배우에게 해석하고 표현할 수 있는 일종의 자율권을 주는 감독의 연출 방식이 맘에 들었다.



-시대극에 출연하던 때와 비교하면 평범하게 보이는데, 영화 속 모습에 만족하나.



=어떻게 보이는지, 내가 예쁘게 나오는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난 그저 평범한 사람이고 영화에서도 그렇게 보여지길 바랐다. 이 영화를 위해 소박한 소시민의 가정 두곳을 방문해 20일 동안 함께 생활하기도 했는데, 그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을 봤다. 이 영화에서의 내 모습? 그래도 난 그 정도면 예뻤다고 생각하는데. (웃음)



-영화에 아들로 등장한 농아와 호흡이 잘 맞던데.



=처음 만나서 ‘이제부터 내가 네 엄마’라니까, 잘 이해를 못했다. 촬영으로 지친 어느 날, 같이 자도 되겠냐고 물어서 그러라고 했고, 그날부터 실제 모자처럼 정이 들었다. 처음엔 아이 입모양만 보고 이해하기가 힘들었는데, 언제부턴가 내가 그 애 통역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 아이와 만나고 호흡을 맞춘 경험은 판타스틱했다.



글 : 박은영 | 사진 : 손홍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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