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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세계] 애니메이션사에 길이 남을 엔딩, <보물섬 극장판>L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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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종철 | 2006-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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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각색은 때때로 원작보다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원작의 어떤 부분을 가지고 변화를 줄지는 연출자의 마음이지만, 그에 앞서 변화가 된 부분을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심사숙고해야 한다. 여기 놀랄 만한 각색의 결과물이 있다. 로버트 스티븐슨의 해양모험 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보물섬>이 좋은 각색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변화의 핵심은 캐릭터로 그것은 극 전체의 흐름과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 원작에서 악당이었던 존 실버의 변화는 놀라울 정도로 매력적이다. 그는 극중에서 여전히 악당으로 등장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마력으로 똘똘 뭉쳐 있다. 더욱이 중요한 순간이면 어김없이 캐릭터의 존재감을 돋보이게 하는 데자키 오사무 특유의 연출인 하모니 기법(정지화면)이 여지없이 빛난다. <보물섬>은 표면적으로는 위대한(악명 높은) 해적이 숨겨둔 막대한 양의 보물을 찾는 흥미진진한 모험담이지만, 그 속에는 바다 사나이들의 꿈과 낭만이 살아 숨쉰다. <보물섬>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실버와 짐이 나누는 가슴 뭉클한 우정이야말로 이 작품의 백미다. 아버지가 없는 짐에게 실버는 특별한 존재로 다가선다. 친구이면서 때론 아버지 같은 역할을 한다. 예컨대 저 멀리 바다 어디엔가 자리잡고 있는 보물섬처럼 실버는 짐에게 동경의 대상이다. <보물섬>에는 소년들이 꿈꾸는 모든 것이 집약되어 있다.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모험이 있으며, 보물보다 더 소중한, 굳게 신뢰하며 의지할 수 있는 좋은 친구와의 인연과 추억이 있다. 소년에서 어른이 되었을 때 가장 슬픈 것은 동경의 대상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보물섬>의 엔딩이 전달하는 감동은 그 대상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 있다. 어른이 된 짐과 술집을 전전하던 실버와의 우연한 만남에서 데자키 오사무는 소년의 꿈을 지켜준다. 나이가 들었지만 실버는 여전히 소년 시절 짐의 가슴에 불을 지폈던 바다 사나이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변하지 않았어. 나의 실버는….” 짐의 마지막 대사와 뒤를 돌아보며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 실버의 정지화면으로 끝나는 대망의 엔딩은 애니메이션 역사에서 손꼽을 만한 명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보물섬> 극장판의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 하나 있다면, 26화 분량의 TV판에서 실버의 호적수로 등장해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준 그레이의 존재감이 사라진 점을 꼽을 수 있겠다.


글 : 김종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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