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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중국 리얼리즘에서 영국 일링 코미디까지L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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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효선 | 2011-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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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광주국제영화제 추천작 8편

제11회 광주국제영화제가 10월27일부터 31일까지 개최된다. ‘미소짓는 평화’를 주제로 엄선된 50여편의 영화가 총 6개의 섹션을 통해서 공개된다. 존 세일즈와 미이케 다카시의 신작부터 광주 시민들의 창작 열기를 느낄 수 있는 단편모음까지 두루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미국 인디영화의 현재 좌표를 확인할 수 있는 핫한 만남도 준비되어 있다. 영화제의 전통인 클래식영화 특별전은 영국 일링 스튜디오의 코미디 걸작들로 채워진다. 명배우 알렉 기네스의 신출귀몰한 연기가 궁금하다면 이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개막작 <인산인해>가 전달하는 묵직한 삶의 깊이부터 가벼운 범죄스릴러와 따뜻한 가족영화까지 기대작 8편이 담긴 소담한 영화 꾸러미를 펼쳐보았다.





<인산인해> Ren Shan Ren Hai

중국·홍콩 │ 2011년 │ 90분 │ 영문자막 │ 감독 차이상쥔 │ 개막작



<인산인해>는 마치 산과 바다처럼 솟구치고 밀려드는 사람들의 처절한 생존분투를 그려낸 영화다. 라오티에는 동생을 죽인 범인을 잡기 위해 길을 떠난다. 그는 곤경에 처한 스스로의 삶을 자꾸만 벼랑 끝으로 내몰아간다. 그가 범인을 찾아 도시 뒷골목과 시골길을 헤매는 동안 도박과 싸움이 이어지는 빈민들의 남루한 거처가 카메라에 담긴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장소는 불법 광산이다. 폭력으로 인력을 통제하는 잔인한 현장에서, 사람들은 두들겨 맞는 삶에 분풀이하듯 돌을 깨고 부수며 가쁜 생을 유지해간다. 영화는 라오의 여정을 통해 도처에서 가혹한 운명을 살아가는 민중의 에너지를 담아낸다. 갱의 분진들이 요동하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눈앞에 휘몰아치는 것이 곧 삶이라는 광풍임을 깨닫게 된다.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받았다.




<아미고> Amigo

미국 │ 2011년 │ 119분 │ D-Cine │ 감독 존 세일즈 │ 휴머니티 비전



미국 인디영화계의 거장 존 세일즈의 신작이다. 영화는 20세기 초 미 점령하의 필리핀 마을을 무대로, 전쟁과 종교의 친연과 제국주의적 역사를 문제 삼는다. 마을의 지도자인 라파엘은 미군과 필리핀 저항군 모두에 고통받다가 끝내 비극적 최후를 맞는다. 영화의 초점은 전투가 아니라 군인과 마을 사람들의 불안한 일상과 아이러니에 맞춰져 있다. 한쪽에서는 미군과 스페인 사제가, 또 다른 한쪽에서는 저항군이, 내셔널리즘과 종교를 근거로 자신들을 정당화한다. 감독의 대표작과 비교한다면 익숙한 상징과 느슨한 구조에 아쉬움이 느껴진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의도는 주목을 요한다. 영화의 배경은 한 세기 전이지만 화면에 펼쳐진 비극은 종교와 야욕이 얽히고 젊은이들이 아이들의 십자군으로 노출되는 현재를 도전적으로 은유하고 있다.



<톰보이> Tomboy

프랑스 │ 2011년 │ 90분 │ D-Cine │ 감독 셀린 시아마 │ 패밀리 비전



올해 프랑스 영화계에 잔잔한 반향을 불러일으킨 따뜻한 가족영화다. 어느 여름날, 로르네 가족이 새 동네로 이사를 온다. 옆집 소녀 리사가 짧은 머리의 로르를 남자애로 착각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고, 그때부터 로르는 사내아이 행세를 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동네 아이들과 함께 축구와 물놀이를 하며 어울리다가 사랑에 빠진다. <톰보이>의 호흡은 느린 편이다. 영화는 로르의 비밀 때문에 생기는 소동과 갈등을 차분히 그려내고 있다. 아이들이 혼란을 느끼는 동안 그들이 겪는 시간이 고스란히 화면에 담기기 때문에 관객은 이들의 감정을 속단하지 않으면서도 공감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로르 역을 맡은 배우의 연기가 뛰어나다. 무심한 듯한 특유의 표정은 활동적이지만 내성적인 아이가 갖는 복잡한 감정의 결들을 훌륭히 담아낸다.




<콜드 웨더> Cold Weather

미국 │ 2011년 │ 96분 │ D-Cine │ 감독 아론 카츠 │ 월드 비전




아론 카츠가 고향 포틀랜드를 배경으로 만든 또 한편의 ‘멈블코어’(비전문배우, 즉흥적 대사를 중시하는 미국 인디영화의 자연주의 경향)영화다. 범죄수사학을 전공한 더그는 학교를 그만두고 얼음공장 일을 시작한다. 그는 누나 게일, 동료 카를로스, 그리고 옛 여자친구 레이첼과 함께 어울리며 한가로운 나날을 보낸다. 어느 날 레이첼이 갑자기 사라지자 세 사람은 그녀의 행방을 찾아나선다. 이때부터 영화는 스릴러로 변모하며, 심각한 미스터리와 우스꽝스러운 촌극간의 줄타기가 시종일관 화면 속에 펼쳐진다. 암호를 해독하고, 파이프와 맥가이버 칼로 사건을 풀어가는 이들의 진지함은 때로 실소를 자아내지만 영화적 긴장감은 결코 느슨해지지 않는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절제된 톤을 통해서 장르적인 관습을 유희하는, 매우 영리한 저예산영화다.




<리턴 티켓> Return Ticket

대만·중국 │ 2011년 │ 85분 │ 35mm │ 감독 텡융싱 │ 월드 비전



이주민들의 향수와 소망을 담은 잔잔하고 따뜻한 영화다. 오랜만에 상하이로 돌아온 카오는 동향 사람인 장의 집에 세를 든다. 장은 궂은일을 마다 않고 살아가는 억척 아줌마다. 영화는 어둡고 절제된 화면 속에, 자기 아이를 만날 수 없는 카오와 딸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장, 그리고 이들이 만나고 부딪히는 주변인들의 고단한 삶을 차곡차곡 담아낸다. 카오는 설맞이 귀성버스를 운행해보자는 친구의 권유를 받아들여 표를 팔기 시작한다. 불법단속을 빙자한 사기와 카오의 돈이 없어지는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표를 산 사람들이 버스 앞에 모여든다. 버스비조차 마련하지 못해, 유골함만을 인편에 보내는 이도 있다. 빨간 리본을 매달고 달리는 낡은 버스를 보고 있노라면 이들의 사연에 가슴이 뻐근해진다. 허우샤오시엔 감독이 총제작을 맡았다.



<친절한 마음과 화관> Kind Hearts and Coronets

영국 │ 1949년 │ 106분 │ 35mm │ 감독 로버트 헤이머 │ 일링 코미디 특별전



로드 테니슨의 시구를 모티브로 한 일링 코미디의 대표작이다. 사형선고를 받은 루이 마치니 공작이 과거를 회고한다. 그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그녀와 자신을 가난 속에 내몰았던 외가에 복수를 결심한다. 친척들을 차례로 죽이며, 그는 자신의 공작 상속 서열을 높여간다. <친절한 마음과 화관>은 이야기 자체가 탄탄하고, 특히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다. 루이의 무표정한 얼굴은 감정의 동요를 전혀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인물의 타락과 절망을 제대로 담아낸다. 혼자서 8명의 외가 인물(심지어 여성 역까지)로 분한 알렉 기네스는 말 그대로 연기 곡예를 펼친다. 범죄물의 재미와 계급 문제에 대한 비판이 공존하는 완성도 높은 코미디다. 연이은 소동을 거치며 우아한 겉옷 속에 감추어진 위선과 탐욕이 여실히 드러난다. 유쾌한 웃음이 끝내 폐부를 찌른다.





<흰색 양복을 입은 남자> The Man in the White Suit

영국 │ 1951년 │ 85분 │ 35mm │ 감독 알렉산더 매켄드릭 | 일링 코미디 특별전



때도 타지 않고 닳지도 않는 섬유가 개발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 놀라운 상상을 실현해낸 괴짜 과학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시드니. 그는 자신이 개발한 섬유로 만든 희고 반짝거리는 양복을 입고 온 시내를 도망다닌다. 그를 추격하는 것은 두 무리다. 섬유업계의 큰손들과 공장의 노동자들. 이들에게 시드니의 발명품은 진보가 아닌 재난이다. 사람들이 더이상 옷을 사지 않는다면, 공장이 문을 닫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섬유단지에 찾아온 혼란을 통해서 산업구조의 생리와 이기심을 풍자한다. 실험도구에서 나오는 기묘한 소리와 연구실 폭발장면도 흥미롭지만 역시 영화의 백미는 합심한 무리가 시드니의 양복을 찢으며 기뻐하는 장면이다. 알렉산더 매켄드릭 감독은 이 일련의 소동극을 통해 변화가 답보된 현실에 호쾌한 비판을 꾀한다.




<엘 불리: 요리는 진행중> EL BULLI: Cooking In Progress

독일·스페인 │ 2011년 │ 108분 │ D-Cine │ 감독 게레온 베첼 │ 월드 비전



엘 불리. 미식가들이라면 다큐멘터리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뛸지 모른다. 십년 넘게 미슐랭 가이드 별 셋을 놓친 적 없는 이 레스토랑에는 특별한 전통이 있는데, 1년 중 6개월은 문을 닫고 다음 시즌의 메뉴를 개발하는 것이다. 일군의 셰프들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페랑 아드리아, 그는 요리계의 살바도르 달리라 불리는 혁신적인 요리사다. 무대가 연구 공간인 바르셀로나에서 로제의 레스토랑으로 옮겨지기 전까지, 영화의 전반부는 셰프들이 재료를 ‘간택’하고 실험을 거듭하는 전 과정을 보여준다. 지루한 감이 있지만 이들의 진지함에 점점 몰입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들의 요리 작업은 하나의 생명을 낳는 행위로도 보인다. 현재 엘 불리는 영업을 중단하고 연구재단으로 잠정 전환된 상태다. 어쩌면 역사의 현장을 마주할 기회가 될 것이다.


글 : 김효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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