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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봐야만 알 수 있는 세계L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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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화정 | 사진 : 최성열 | 2012-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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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위대하게> 훈(Hun)

“제가 원래 인터뷰를 잘 안 하는데….” 그가 인터뷰에 선뜻 응한 건 지금, ‘영화에 매인 몸’이라서다. 요즘 훈(본명 최종훈) 작가의 프로필엔 김수현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원작자라는 소개가 포함된다. 촬영장이 작업실인 부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요즘은 촬영장 방문도 자주 한다. “영화사에 약속한 게 있다. 영화를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하겠다고. 물론 영화사에서도 원작자에 대한 예우가 확실하다.” 촬영 중인 <은밀하게 위대하게>뿐 아니라, 전작 <향연상자> <해치지 않아>도 이미 영화화 판권이 팔린 작품들이다. 추이를 보니 강풀작가라도 꺾을 기세다. “배급까지 확정된 건 <은밀하게 위대하게>밖에 없다. 사실 나 말고도 웹툰 작가들이 영화사와 계약을 많이 한다. 그런데 열개 계약하면 한 작품 될까 말까 한 실정이다. 적은 계약금만 주고 작품을 묶어놓고 그냥 버리는 거다. 만들 의지가 있다면 제대로 지불하고 추진해야 한다. 판권료 받는 것보다 결과물이 나오느냐가 중요하다.”



웹툰은 많고 많다. 그럼에도 훈 작가의 작품에 제작자들이 탐을 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어느 것이라도 좋다. 당장 그의 작품 하나만 스크롤해봐도 필명 ‘훈’의 작품임을 감지할 수 있다. 남파간첩을 소재로 한 <은밀하게 위대하게>, 불의의 사고로 서로 몸을 공유하게 된 쌍둥이 이야기를 그린 <샴>, 왕따를 당하던 소년이 컨테이너박스 안에 가해자를 가두고 복수를 하는 <향연상자>, 폐장 위기에 놓인 동물원을 가짜 동물로 꾸려나간다는 <해치지 않아>. 소재부터 예사롭지 않은 데다 전개 방식 또한 예측불허다. <샴>의 경우가 대표적인데, 다중인격체에 형제애가 끼어들면서, 내용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끝까지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흥미진진함의 세계야말로 훈 작가의 인증인데, 그 와중에도 역시 끌어가는 방식은 쉽고 간결하다. “내 만화를 보고 공부하거나 학습하는 건 싫다. 대한민국에서 초/중/고등학교만 나오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하려고 한다. 가능한 한 내 상식선에서 충분히 가능하다는 선을 정해 놓고 이야기를 만든다.” 워낙 특별한 소재로 인해 그의 작품에는 항상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샴>은 비슷한 컨셉의 작품들이 지적됐고,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간첩미화 의혹도 샀다. 웹툰을 그리던 초반에는 독자들의 이런 다양한 항의에 몸살을 앓기도 했다.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뭘 해도 초/중반까지는 항의가 들어온다. 잘되면 이런 분란은 다 없어지는 거고, 안되면? 안되면 다시 하면 된다. 오래하다보니 한 작품이 실패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무너지지 않을 요령이 생기더라. 내 장수 비결이다.” 훈 작가의 개념에 의하면 ‘욕해주는 사람이 오히려 도와주는 거’다. “분란을 만들어줄수록 좋다. 비논리적으로 비난해주면 굉장히 좋다. 1명이 100명을 끌어들어와서 싸우는 거다. 어쨌든 내 공간 안에서 말이다. (웃음)”



그는 출판만화로 시작을 해서 웹툰 작가가 된다. 어릴 때부터 워낙 만화 보는 걸 좋아해서 중3 때 이미 만화가가 되겠다고 생각했단다. 집에서 반대했고, 그 뒤로는? “다 포기하고 그길로 한동안은 오락만 했다. (웃음) 지금 키(185센티미터)는 고등학생 때 큰 거고, 어릴 땐 키도 작고 왕따였다. 디자인과 들어가고 나서부터 이제 내 맘대로 해도 되겠다 싶어 휴학하고 다시 만화를 시작했다. 아마 학교로는 안 돌아갈 거 같다.” 대중의 기호를 받아들여야 하고 성공할 수 있는 공식을 적용시켜야 하는 출판만화에 비해, 지금의 웹툰은 그에게 더없이 자유로운 매체다. “잡지시장이 무너지면서 한동안 많이 힘들었다. 그러다 우연히 웹툰을 하게 됐다. 계속할 생각은 없었는데 한두회 정도 일하니 내가 너무 편하게 일하고 있더라. 가공을 하지 않다보니 어처구니없는 게 나오는 것도 지금 웹툰의 현실이지만, 확실히 출판만화에서 나올 수 없는 독특한 작품이 나오는 건 이 매체의 장점이지 싶다.” 그가 다음 만화속세상 박정서 편집장과 6년째 쭉 함께해오는 것도 바로 자유로운 창작을 보장받을 수 있단 점 때문이었다. “독자들의 항의에 구애받지 않고 내 의견을 신뢰해준다. 반면 어쭙잖은 의견은 가차없이 지적해준다. 그런 면에서 호흡이 잘 맞는다. 평생 그분과 같이 가고 싶다.”



주 70~80여 시간. 한창 바쁠 때의 훈 작가의 작업시간이다. 그 시간 안에 작업하면서 택배도 받고 전화도 받고 미팅도 하고, 말 그대로 동시다발적으로 일처리를 해야 하는 고된 작업강도를 버틴다. 또래 친구들과는 휴일이 다르다보니 만날 기회가 줄면서 사회성도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이젠 웹툰 작가들 안에서 또 다른 커뮤니티가 형성되었고, 그의 화실엔 항상 사람들이 북적인다. 선배 작가로서 그 역시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 “신인들을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도 나누고 싶다. 만화로 살아남고, 성공하고자 하는 목적은 다들 같다. 그런데 방법을 터득하기가 힘든 거다. 단순히 몇줄로 정리할 게 아니라 실질적인 지침을 만들고 싶다. 그럴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천재들 만화는 다 본다



-최근 가장 주목하는 웹툰은.

=윤태호 작가의 <미생>, 네온비 작가의 <결혼해도 똑같네>. 고영훈과 하일권 만화는 다 본다. 천재들 만화는 다 본다. 특히 <미생>은 놀랍다. 어처구니없는 게 나온 거다. 소재의 깊이뿐만 아니라 만화적 기술로도 흠잡을 게 없다. 3~4회 읽고, 이런 작품을 한다는 것 자체가 당황스러웠다. 허영만 선생님의 대를 이을 작가가 나왔구나 싶다.



-작업 이외의 시간에는 뭘 하나.

=가능하면 잔다. 요즘은 메인 작품 끝내고 여유가 생겨 8시간 이상 자는데, 메인을 쓸 때는 하루 3~4시간도 못 잔다. 앞으로 메인할 때는 메인 작품만 하려고 한다. 아프면 병원도 가고 인간답게 살고 싶다.



-마감의 조력자(사람, 물건 다 포함).

=그런 거 없다. 마냥 괴롭다. 만화가들 사이에, 죽을병에 걸려도 마감하고 죽으면 된다는 말이 있다. 지금은 덜하지만 잡지 시절엔 엄청났다. 내가 늦으면 잡지사 사람들도, 인쇄소 사람들도 퇴근 못한다. ‘나 때문’이라는 중압감으로 마감을 한다. 웹툰 하면서도 그 버릇이 고스란히 왔다. 폐렴 증상이 있었는데도 병원 안 가고, 화장실 세번 갈 거 한번 가면서 마감한다. 일 끝나고 이틀 자니까 모든 병이 일시에 없어지더라. (웃음)


글 : 이화정 | 사진 : 최성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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