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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릭 백 (Frédéric Back)

1924-04-08

참여작품 평점평균

씨네21--

/

네티즌8.3

기본정보

  • 직업감독
  • 생년월일1924-04-08
  • 성별

소개

프레데릭 백은 1924년 프랑스의 알자스 지방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보도블록에 그림을 그리던 그는 한때 음악을 공부하기도 했지만, 그는 결국 미술을 선택했고 프랑스에서 미술학교를 다니며 마뤼랭 메외(Mathurin Meheut)라는 스승을 만나 큰 영향을 받는다. 메외는 백에게 자연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그리는 법을 알려주었다.

1948년에 캐나다로 건너간 백은 디자인 학교와 미술대학 등에서 교편을 잡으며 생활하다가 1952년에 캐나다의 국영 방송사인 ‘라디오-캐나다’에 들어간다. 초기엔 그래픽 디자이너였으나 1968년부터 애니메이터가 된 프레데릭 백의 예술적 세계는 <콘서트의 시간>이라는 아동용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과 본격적으로 만난다. 그의 즉흥 애니메이션은 다양한 재료를 통해 ‘마술’을 만들어냈고, 1967년에 몬트리올 지하철 역에 그린 벽화 또한 유명하다.

프레데릭 백이 예술가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을 이야기할 때, 당시 캐나다가 애니메이션을 정책적으로 지원했다는 사실을 빼놓아선 안 된다. 1960년대 초 NFB(캐나다국립영상위원회)의 지원책은 수많은 애니메이션 아티스트를 배출했다. 제프 헤일, 제럴드 포터턴, 카이 핀달, 즐라트코 그라직 등이 NFB를 통해 실험적인 애니메이션을 내놓았다. 그들은 칸영화제, 베를린영화제, 샌프란시스코영화제, 아카데미 시상식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캐나다 단편 애니메이션의 위용을 드러냈다. NFB는 1966년에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설립해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가는데, 핀 스크린 애니메이션의 대가인 자크 드루엥과 푸펫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했던 코 회드만을 비롯, 피에르 허버트, 폴 드리센, 피터 폴즈 등의 아티스트들이 배출되었다. 캐롤라인 리프, 이슈 파텔 등의 유명 작가들도 NFB의 스튜디오를 찾아 작업했고, <스페셜 딜리버리>(78)와 <에브리 차일드>(79)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NFB와 캐나다 애니메이션의 양대 산맥을 이루었던 곳이 앞에서 언급했던 ‘라디오-캐나다’였고, 이곳은 프레데릭 백 애니메이션의 요람이 된다. 백의 본격적인 애니메이션 경력은 1970년 작품인 <아브라카다브라>로 시작된다. 이후 <이논 혹은 불의 정복자>(71) <새의 창조>(73) <환상?>(74) <타라타타>(77) 등이 이어졌고 <투 리엥>(80)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처음으로 올랐으며 <크락>(81)으로 첫 수상의 기쁨을 맛본다. <나무를 심은 사람>(87)은 그에게 두 번째 오스카 트로피를 안겨준 작품. <위대한 강>(93)은 그가 ‘라디오-캐나다’에서 만든 가장 최근작이다.

30여 년에 걸친 프레데릭 백의 작품 세계는 스타일 면에서, <투 리엥> 이전과 이후로 양분할 수 있다. 우리가 그의 작품을 떠올릴 때 연상되는, 이미지들 사이에 변형이 일어나고 서로 번지는 효과의 비주얼은 이 작품부터 시작된다. 백은 <투 리엥>부터 무광택의 셀 위에 물감이 아닌 색연필로 그림을 그렸는데, <나무를 심는 사람>에 와서는 드가나 모네의 화풍을 연상시켰으며 많은 평론가들은 프레데릭 백의 작품을 인상파 회화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고 격찬했다.

그가 작품을 통해 구현하는 테마들을 살펴보면, 초기작에선 전설의 영향력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이논 혹은 불의 정복자>와 <새의 창조>가 대표적인데, 두 작품은 모두 북미 지역 인디언의 전설이 모태가 된 작품들이다. 그리고 첫 작품 <아브라카다브라>부터 등장하는,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세계는 그의 전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일 것이다. 이러한 세계관은 자연스럽게 환경주의적인 메시지로 연결된다. 백의 작품은 예술작품으로서도 훌륭하지만 그 못지 않게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환상?>에서 강렬하게 제시되듯, 프레데릭 백은 자연과 친화하지 못하는 문명을 폭력적이며 비인간적이며 신의 섭리에 어긋나는 것으로 바라본다. <투 리엥> 또한 이러한 메시지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 <나무를 심는 사람>은 인간에 의해 자연이 회복되는 감동적인 스토리이며, <위대한 강>에 이르러서는 환경주의적인 테마가 세인트로렌스 강을 배경으로 한 역사와 연관되어 과거 제국주의의 폭력성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특히 <위대한 강>의 리얼한 묘사는 이 영화의 극적 효과를 더욱 강조했는데 “나는 리얼리티에 가까운, 꿈과 같은 이미지를 창조하고 싶다”고 얘기했던 프레데릭 백은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몽환적이면서도 최대한 실제에 가까운 이미지들을 창조한 셈이다. 그리고 그의 영화엔 퀘벡 문화에 대한 소박한 오마주(크락!), 동심에 대한 훈훈한 시선(타라타타), 신적인 존재의 묵묵한 실천(나무를 심는 사람), 인간의 어리석은 욕심에 대한 안타까움(위대한 강) 등이 보석처럼 아로새겨져 있다.

프레데릭 백의 애니메이션은 미학적으로 훌륭한 것은 물론,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시와도 같은 작품들이다. 그의 애니메이션엔 자연이 있고, 인간이 있고, 신의 목소리가 있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감동과 재미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세계관을 바꿀만한 힘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스스로 1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던 ‘실천주의자’ 프레데릭 백이 지닌 진정성이며, 한쪽 눈을 실명할 정도로 고집스럽게 작업에 임했던 장인정신의 결과이기도 하다.

인간과 자연의 상생을 꿈꾸며, 지독할 정도로 자신의 길을 걸었던 예술가 프레데릭 백. 인간과 환경과 생명에 대한 그의 메시지는, 시간이 흐르고 문명이 발달할수록 사람들에겐 점점 절실해지는, 인류 역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