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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리 카네프스키 (Vitali Kanevski)

1935-09-04

참여작품 평점평균

씨네217.5

/

네티즌6.1

기본정보

  • 직업감독
  • 생년월일1935-09-04
  • 성별

소개

러시아 감독 비탈리 카네프스키가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1989)로 칸에서 신인감독상을 받았을 때 그는 신인이지만 54살의 ‘늙은’ 감독이었다. 기구한 삶과 대면한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Freeze, Die, Come To Life>의 주인공처럼 카네프스키는 노년에 이르기까지 곡절많은 삶을 살았다. 25살 때인 60년에 모스크바 국립영화학교에 입학했으나 42살이 된 77년에야 겨우 학교를 졸업했고 66년부터 8년 반 동안을 감옥에서 보냈다. 카네프스키가 감옥에 수감당한 것은 아마 정치적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사람들은 추측하지만 표면상의 죄목은 강간죄였다. 영화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카네프스키는 쓸모없는 감독으로 낙인찍혀 구소련 영화계의 주변부만을 맴돌았다.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를 만들기 이전에 카네프스키는 77년과 81년에 겨우 두편의 단편영화를 연출했을 뿐이다. 그러나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이후 카네프스키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주목을 끌었으며 두번째 장편영화인 <눈오는 날의 왈츠 Indepen-dent Life>(1991)는 92년 칸영화제에서 다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카네프스키는 94년 2월 베를린영화제 영 포럼 부문에 <우리, 20세기의 아이들>이라는 기록영화 스타일의 영화로 조용히 나타났다. 그 영화는 소련연방 해체 후 쉼없이 도둑질과 살인을 일삼고 있는 레닌그라드 뒷골목 아이들의 삶을 통해 ‘20세기의 아이들의 희망’을 물었다.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에서 카네프스키는 세상에 자신이 있을 자리가 없고, 세상으로부터 부당한 취급을 당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아이들의 유년 시절을 보여준다. 47년 극동의 소련 탄광도시 스촨. 소년 발레르카는 일본 포로들과 죄수들이 사는 강제 노동막사에서 매춘부로 일하는 엄마 니나와 함께 살고 있다. 먹고 살기 각박하고 인간다운 삶과는 거리가 먼 생활이지만 발레르카는 스케이트를 사는 것과 같은 아이다운 관심사에 빠져 있다. 그러나 세상은 발레르카가 어린아이답게 살아가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말썽을 부려 학교에서 퇴학당한 발레르카는 할머니댁으로 도망쳤다가 사기꾼 갱단에 합세해 일본 보석상을 턴다. 여자친구 갈리아가 발레르카를 찾아오면서 두사람은 집으로 돌아오는 행복한 여행길에 오르지만 배신을 두려워한 갱단에 갈리아는 목숨을 잃고 갈리아의 어머니는 미친 채 거리를 발가벗고 뛰어다닌다.

<얼지마…>는 빼앗긴 유년 시절에 대한 굴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는 작품의 계보에서 로베트로 로셀리니의 <독일 영년>, 프랑수아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와 맞먹을 만한 것이었다. 카네프스키는 그때까지 옛 소련영화계가 금지해온 모든 것들을 불규칙한 형식으로 펼쳐놓는다. 폭력, 추악함, 알코올, 더러움, 비겁함, 무질서, 섹스, 흉기, 암거래. 한마디로 혼란과 무질서다. 폭력 장면에서 카메라는 어김없이 들고 찍기로 촬영되며 줄거리와 상관없이 때때로 화면은 오랫동안 멈춰 있다. 예를 들면 썩은 이를 드러내고 웃는 어떤 남자의 모습을 오랫동안 보여주는 식이다. 어떤 특징으로도 요약하기 힘든 스타일이다. 카네프스키 영화의 화면은 현실의 부분을 격렬하게 담아낸 화면 묶음처럼 보이는데 마치 현실을 목격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보면 현실의 질서가 논리적으로 잡히지 않는다. 갑작스럽게 떡하니 다가오는 충격적인 사실들뿐이다.

카네프스키 영화가 성공한 비결은 격한 놀라움과 공포로 가득한 이런 어린이의 시선 덕분이다. 이 시선은 판단하거나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바라볼 뿐이다. 그 때문에 영화는 오히려 더 충격적이다. 카네프스키의 두번째 작품 <눈오는 날의 왈츠>는 <얼지마 죽지마 부활하거야>의 속편 형태를 취한 영화이다.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와 <눈오는 날의 왈츠>가 연작 영화라면 세번째 영화 <우리, 20세기의 아이들 We, The Children of the 20th Century>(1994)은 기록영화다. 카네프스키는 레닌그라드 도시 뒷골목을 방황하는 아이들을 카메라로 인터뷰하고 그런 아이들을 보는 카네프스키 자신의 고민을 피력한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의 두 주연배우를 취재한 대목. 갈리아 역을 맡았던 디나라 드루카로바는 러시아 최고의 제작소인 ‘렌 필름’에 소속된 전도양양한 배우로 출세했고, 발레르카를 맡았던 파벨 나자로프는 폭력 및 절도죄로 수감된 레닌그라드 감화원 철창 안에서 카네프스키의 카메라를 어두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우리, 20세기의 아이들’은 그렇게 나이를 먹어간다. 카네프스키는 겨우 세편의 영화를 만들었을 뿐이지만 어두운 러시아 현실을 담아낸 그의 영화들은 20세기의 현실을 읽게 하는, 세기말의 귀중한 영화 자산으로 남았다. / 영화감독사전,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