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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 브레송 (Robert Bresson)

1901-09-25

참여작품 평점평균

씨네21--

/

네티즌8.1

기본정보

  • 다른 이름R. Bresson; R. 브레송
  • 직업감독
  • 생년월일1901-09-25
  • 사망1999-12-18
  • 성별

소개

대표작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

1975년 갈리마르출판사에서 간행된 영화와 삶에 관한 자신의 에세이 모음집인 <영화에 관한 노트들 Notes on the Cinemato-grapher>에서 브레송은 진실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진실이란, 우리의 마음에 다다랐을 때, 그것은 이미 진실이 아니다.” 무언가 진실을 포착하려는, 그러나 잡을 수 없기에 찰나에 머무르는 브레송의 영화세계는 장인을 넘어 한 작가로 자리잡게 한다.

1907년에 태어난 브레송은 젊은 시절을 화가로 보냈다. 그의 첫 극영화는 <죄지은 천사들 Les Anges du peche>(1943)이었고, 이어서 <블로뉴 숲의 여인들 Les Dames du Bois de Boulogne>(1945)과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 Journal D’un cur de campagne>(1950)를 완성함으로써 중요한 감독으로 자리잡는다.

<블로뉴 숲의 여인들>은 디드로의 소설 <운명론자 자크>를 각색한 작품으로 다분히 연극적인 전통 내에 머문 영화다. 한 인물의 열정과 복수에 관한 탐색인 이 작품은 젊은 수녀의 자화상을 통해 인간 운명의 딜레마를 잘 포착하고 있다.

비전문 배우들을 기용해 만든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는 브레송 영화의 여러 경향들을 잘 설명해 준다.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대신 신체의 일부를 클로즈업하는 독특한 제유적 효과, 사운드에 대한 브레송의 집착, 그리고 구원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는 이후 영화들을 관통하는 주제들이다. 이 작품 역시 조르주 베르나노스의 소설을 각색하여 만들었는데 종교적인 영화라기보다는 인간의 믿음과 구원이라는 보편적인 테마에 가깝다.

그리고 이후 15년간 만든 5편의 영화 <사형수 탈주하다 Un condamne a mort s'est echappe ou Le vent souffle ou il veut (1956) <소매치기 Pickpocket> (1959), <잔 다르크의 재판 Le Proces de Jeanne d’Arc>(1962), <당나귀 발타자르 Au hasard, Balthazar>(1966), <무셰트 Mou-chette>(1967)는 브레송 영화의 독창성과 고유성을 확보해 준다. 이중 <사형수 탈주하다>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잔 다르크의 재판>으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였다.
특히 보는 것과 듣는 것의 관계에 대한 브레송의 집착은 <당나귀 발타자르>에서 잘 드러난다. 인간의 악행과 오만은 여기서 당나귀의 시선을 통해 보여지는 독특함을 얻는가 하면, <소매치기>의 감옥 장면에서 외화면의 사운드는 주인공들의 행동과 심리를 잘 표현해 준다. 또한 <사형수 탈주하다>에서는 사형수 퐁텐의 신체 부분들을 세밀하게 쫓으면서 문에 대고 숟가락을 문지르는 소리, 면도날을 담요에 닦는 소리, 나무조각을 닦는 소리 등을 아주 섬세하게 들려준다. 그는 영화라는 것이 단순한 지각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감각적인 측면들을 종합하여 획득되는 것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보는 행위는 지식의 소유와 도덕적인 판단으로 이어진다. 가령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에서 우리는 몇개의 장면들을 통해 주인공의 성적인 긴장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다른 작품들인 <부드러운 사람 Une Femme Douce>(1969>과 <몽상가의 나흘 밤 Les Quatre Nuits d’un reveur>(1971)은 현대의 파리로 옮겨와 도덕과 인간의 운명에 관한 이야기를 펼친다. 또한 오랫동안 야심차게 기획한 <호수의 란스로트 Lancelot du Luc> (1974)는 아더왕의 전설 속에서 그를 배신할 수밖에 없는 란스로트를 그려냄으로써 비극의 드라마를 완성한다. 그리고 80년대의 유일한 작품인 <돈 L’Argent>은 여태껏 해온 이야기들을 종합하면서도 쉽게 풀어썼다. 이 영화의 명백한 주인공은 ‘돈’인데 돈의 순환론적인 생명은 인간의 운명과 무척이나 닮아 있다. 그것은 배반의 드라마다. 돈을 둘러싼 배달부의 운명은 보이지 않지만 확실히 존재하는 진실인 것이다.

단순한 이야기 속에 운명의 논리를 명확히 풀어가는 브레송의 영화세계는 우리의 지각을 흔든다. 그러나 지각이 흔들리는 것은 그의 드라마가 충격적이어서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 충격으로 가득 찬 탓이다. 브레송은 그 순간을 포착하는 재능을 지닌 뛰어난 감독임에 분명하다.

[씨네21 영화감독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