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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관료의 죽음

La Muerte de un burócrata Death of a Bureaucrat

1966 쿠바

코미디 상영시간 : 94분

감독 : 토마스 쿠티에레즈 아레아

출연 : 살바도르 우드 실비아 플라나스 more

어느 화창한 날의 장례식장. 쿠바의 시인이자 정치가였던 호세 마르티의 흉상을 수백 개 찍어낼 수 있는 기계를 만든 노동자의 입관식이 열린다. 그런데 관에 노동증을 함께 묻고 나자, ‘서류 미비’라는 이유로 미망인(실비아 플라나스)이 연금을 못 받게 되는 사태가 일어난다. 같이 묻어버린 노동증을 꺼내 와야 연금을 받는데 철저한 관료주의자인 무덤 관리인은 무덤 파는 허가 서류를 해오지 않으면 절대 관 뚜껑을 열어줄 수 없다고 한다. 이에 조카(살바도르 우드)는 삼촌의 무덤을 열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하지만 관공서들의 관료들은 너무나도 무관심하고 무책임하다. 급기야 조카는 밤에 몰래 공동묘지에 들어가 삼촌의 관을 훔쳐 나오고 만다. 드디어 그는 노동증을 꺼내게 되지만 일은 거기서 끝난 게 아니다. 무사히 연금을 받기 위해 조카는 다시 수많은 관공서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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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노트
이탈리아 유학 과정에서 네오리얼리즘의 영향을 받게 된 토마스 구티에레즈 알레아는 수많은 다큐멘터리 작품과 더불어 <혁명의 역사>(1960) 등 리얼리즘에 입각한 장편 극영화들도 연출하게 되는데, 장편 극영화로서 혁명 이후 처음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은 작품은 바로 <어느 관료의 죽음>이다. 이 영화는 관료주의에 물든 쿠바 관료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는 지식인적 시각의 한계를 지닌 감독이었지만 그럼에도 영화감독으로서 쿠바 혁명의 주체로서, 또 쿠바 사회 내의 비판적 지식인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깨닫고 있었고 또 그 역할을 명확히 수행해냈다. <어느 관료의 죽음>부터 유작 <관타나메라>(1995)에 이르기까지 그가 일관되게 비판하였던 것은 바로 관료주의다. 그것은 인간미 없는 사회주의가 빠질 수 있는 타성을 경계하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관료주의에 죽음을 고하는 독특한 사회주의 블랙 코미디 영화인 <어느 관료의 죽음>은 카스트로 정권에 대해 비판했다는 이유로 쿠바에서 상영금지 당했지만, 1966년 카를로비바리 국제영화제에서는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

토마스 구티에레즈 알레아의 영화 하면 다소 딱딱하고 정치적인 영화를 떠올릴 수 있겠으나 <어느 관료의 죽음>은 그의 영화들 가운데서도 굉장히 유쾌한 쪽에 속한다. 그것은 2년 뒤 만들게 되는 그의 대표작 <저개발의 기억>(1968)과 비교할 때 선명하게 드러난다. 숙모가 연금을 탈 수 있게 만들어주기 위한 조카의 여정은 수많은 세계영화사의 명작들을 패러디하며 진행된다. 군악대가 연주하는 가운데 시민과 군인이 뒤엉켜 우스꽝스러운 난투극을 벌이는 장면, 아주 특별한 기계를 만든 삼촌을 회상할 때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황무지에서 관을 끌다 끝내 바다에 빠트리고 마는 조카의 환상을 그린 초현실적인 장면 등 영화는 다채로운 스타일과 기법들을 전시하고 있다. 슬랩스틱 코미디부터 진지한 사회파 영화의 색깔까지 <어느 관료의 죽음>은 당시 낯선 영화의 땅이었던 쿠바 영화의 높은 수준을 보여주는데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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