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에몽의 ‘믿음, 희망, 박애’ 삼부작 중 두 번째 이야기.

어느 날 밤, 한 여인이 피범벅이 된 채 총기 난사 혐의로 경찰에 연행된다. 극심한 충격 속에 입을 열지 않는 그녀의 집에서는 남편의 시체가 발견되고, 형사는 사건 조사를 위해 여인의 주변인물들을 찾아 나선다. 비록 여유롭진 않지만 교외의 아름다운 집에서 사랑하는 남편과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여주인공 레잔느.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져 반신불수가 되고, 자신도 거대 기업의 합병 속에 20년 근속의 직장을 잃자 레잔느는 걷잡을 수 없는 절망에 빠진다.

인류학자 출신으로 다큐멘터리로 시작하여 영화계에 입문한 베르나르 에몽은 극적인 스토리를 담아내는 형식 상의 그릇으로 다큐멘터리적 리얼리즘을 택하고 있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어색한 침묵, 배우들의 지극히 절제된 연기 호흡, 공간의 정적 묘사는 주인공이 처한 절망적 현실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