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노스아이레스에 사는 줄리에타는 여느 때처럼 어린 두 아들과 씨름 중이다. 장난이 심한 남자 아이 둘을 돌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출장 갔던 남편은 비행기 연착으로 예정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한다. 게다가 자신의 일도 밀려있는 상태다. 그러다 막내 테오가 침대에서 넘어진다. 당황한 줄리에타는 테오와 형을 데리고 병원으로 가는데,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어떤 별난 극적 사건도 없이, 아이들이 복작대는 아주 일상적인 풍경을 한동안 접사로 포착하며 시작하는 <내 잘못이 아니야>는, 그 시작이 그러하듯, 철저하게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사건들과 모습들을 포착한다. 그러나 감독 아나이 베르네리는 그 철저하게 현실적인 세계 한가운데에서 뜻밖의 상황을 돌출시킴으로써, 사회에서 여성이, 혹은 어머니가 언제나 불현듯 취약한 위치에 내몰릴 수 있음을 섬뜩한 방식으로 드러낸다. 남성적인 사회 시스템과 언어구조 속에서 모성의 언어와 몸짓은 감정과잉 혹은 미성숙함으로 의미화 되고, 이러한 “부족” 혹은 “부적절함”은 남편/아버지의 책임감이라는 사회적 보증이나 상징적 언어를 통해서만 매워짐을 <내 잘못이 아니야>는 예리하고도 뛰어난 시각적, 서사적 장치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