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아닌 또 다른 ‘누군가’가 되고자 하는 욕망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헤밍웨이의 탄생일에 맞춰 헤밍웨이의 날 축제가 플로리다의 키웨스트에서 열린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헤밍웨이의 닮은꼴들이 모여 누가 과연 ‘헤밍웨이의 죽음 이후의 헤밍웨이’인지 겨루는 닮은꼴 선발대회로, 빨간 베레모와 흰 수염, 사람 좋은 미소를 지닌 이들이 헤밍웨이가 머물던 장소에서 마치 헤밍웨이처럼 행동한다. 카메라는 다시 스페인으로 넘어간다. 헤밍웨이의 흉상이 놓여진 팜플로나의 산 페르민 축제에는 시대를 넘어 또 다른 헤밍웨이들이 존재한다. 자신이 헤밍웨이라고 말하는 그들은 단순한 팬을 넘어 선망하던 대상이 되어 그 속에 자신을 온전히 묻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카메라는 마지막으로 헤밍웨이가 자살했던 아이다호의 케첨에서는 그의 죽음마저도 제 것으로 하고자 했던 ‘누군가’의 죽음을 기록한다. 감독은 그들이 어째서 헤밍웨이처럼 되고 싶어하는지에 대해서 설명하기 보다, 선망하는 타인의 삶을 이어받으려는, 혹은 그 타인 자체가 되고 싶어하는 욕망의 흔적들만을 쫓아간다. 그 욕망의 궤적 위에 남은 것은 헤밍웨이도, 헤밍웨이가 아닌 것도 될 수 없었던 유령의 얼굴들뿐이다. (문동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