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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육체

The Body Beautiful

1991 영국

다큐멘터리, 드라마 상영시간 : 23분

감독 : 은고지 온우라

*여성에게, 어머니에게 육체는 무엇인가? 한 쪽 가슴이 없고 류마티즘으로 뼈가 뒤틀린 어머니의 늙은 육체와 건강하고 탄력 있는 딸의 젊은 육체가 그들에게 각각 동질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그 다른 여성의 육체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는가? '아름다운 육체'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나이지리아계 영국인 앤고지 오누라의 영화 '아름다운 육체'는 어머니와 딸이 공동 집필하는 자서전이다. 이 영화는 갈등과 화해가 교차하는 원형적 장면에서 시작한다. 잔소리하는 백인 어머니에게 '가슴 없는 젖소'라고 쏘아대는 흑색 피부의 딸의 모습은 곧바로 두 사람이 벌거벗은 채 같이 누워 있는 모습으로 이어진다. 이 첫 장면은 서로를 향한 상호적 이해와 반목이라는 복잡 미묘한 모녀간의 관계를 설정하면서, 형체가 다른 흑과 백의 선명한 대비를 통해서 서로 다른 육체를 가진 두 여성에 관한 이해의 통로를 열어 놓는다. 17년 동안의 기억의 창고로부터 소환해 낸 장면들과 그 위에 덧씌여진 어머니와 딸의 보이스 오버는 서로 대화와 정보를 주고받으며 이 모녀의 역사를 구성해간다. 나이지리아 의대생과 결혼한 백인 어머니는 남편을 따라 아프리카로 이주했지만 내전 때문에 남편과 헤어져 영국으로 귀환한다. 그리고 그 가족은 이후로 다시는 한 가족을 구성하지 못한다. 어머니는 유방암으로 인한 유방절제술과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고통받는다. 그 질병들은 어머니의 육체에 상처와 뒤툴림으로 각인되어 있고 어머니를 탈성애화 시킨다. 반면 딸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 육체의 이미지를 유포하는 매개인 모델로 성장한다. 딸은 자신의 육체의 사회적 효과나 익숙한 어머니의 육체가 지니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타인의 시선을 경유하고 자신의 육체와의 차이를 재발견함으로써 어머니의 육체를, 그리고 그 것이 많은 부분기여하였을 어머니의 삶을 이해하게 된다. 어머니와 딸이 교대로 번갈아 가며 맡고 있는 내레이션은 이 영화적 자서전을 두 사람의 공동 집필로 완성케 하는 아주 효과적인 장치로 보인다. 한편, 이 영화의 절정부를 이루는 어머니의 성적 판타지는 흥미로운 부분이다. 흑인 남성과 성관계를 시도하는 그 판타지는 육체에 의해 강제된 탈성애화의 이면에 자리잡은 어머니의 성적 욕망을 무대화한다. 결국 온전한 성관계 맺기에 실패하는 그 각본은 훼손된 육체를 가진 주체, 그리고 어머니로서의 정체성이 어떻게 판타지 구성에 개입되는지를 보여준다.
짧은 단편이지만 '아름다운 육체'는 육체 이미지의 효과, 인종적 성적 정체성의 긴장, 모녀 간의 유대, 여성 육체에 부과되어 있는 것들에 관한 탐미적이고 도발적인 탐사이며, 여성의 육체가 때때로 쾌락, 권력, 질병 등 얼마나 많은 것들의 격전장이 되는지를 통찰력 있게 보여준다.
권은선/ 서울여성영화제 프래그래머 [씨네21 1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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