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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향해

Emporte-moi Set Me Free

1999 캐나다,스위스,프랑스

드라마 상영시간 : 102분

감독 : 레아 풀

출연 : 카렌 바네스(안나) 파스칼 뷔시에르(안나의 어머니) more

때는 1963년 캐나다 퀘벡, 안나의 가족은 어딘가 나사가 빠져 있다. 폴란드계 유태인인 아버지는 체스로 허송세월하는 무능한 가장이고, 가톨릭계 퀘벡인인 어머니는 매사에 지쳐있는 가운데 툭하면 자살을 기도한다. 매일 고된 직장 일에서 해방된 뒤에도 어머니는 자칭 시인인 아버지의 시를 타이프 하느라 정신없다. 전당포 주인이 안나 가족들 이름을 다 외고 있을 정도로 가난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안나가 장 뤽 고다르 감독의 [비브르 사 비]가 상영되는 극장 안으로 들어간다. 영화가 시작되는 그 순간부터 안나의 눈은 영화의 주인공 나나를 연기하는 안나 카리나의 얼굴에 고정된다. 화면 속의 안나 카리나가 “나는 내 삶에 책임이 있어”라고 말할 때, 안나의 입술도 그녀를 따라 움직인다. 그러다 결정적인 순간 안나 카리나가 카메라를 향해 눈을 돌릴 때, 이 13살짜리 캐나다 퀘벡 소녀에게 [비브르 사 비]는 자기만의 영화가 된다.
안나 카리나가 안나의 인생에 들어오게 되자, 안나의 이야기는 전환점을 맞게 된다. 가망 없는 어머니 대신 안나 카리나가 연기한 캐릭터 나나가 그녀 삶의 새로운 모델이 된다. 나나의 대사를 암기하고, 학교 숙제로 [비브르 사 비]에 대한 글을 쓰며, 나나처럼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다가 급기야는 안나 카리나와 어딘지 모르게 닮아 있는 학교 선생을 따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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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노트
[자유를 향해]는 뚜렷한 플롯이 드러나는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계속 방황하는 안나의 성장을 물끄러미 쳐다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안나가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생겨나는 미묘한 감정의 흐름이다. 안나는 어머니를 깊이 사랑하기에 어머니를 괴롭히는 아버지를 증오하고, 오빠 폴과의 관계 또한 단순한 남매 사이라고 보기에는 애매모호한 구석이 많다. 어머니로부터 학교 선생에게로 관심이 옮겨간 뒤에도 여전히 안나라는 소녀의 정체성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레아 풀 감독의 가장 자전적인 영화인 [자유를 향해]는, 이렇게 소녀와 어른 사이의 위태로운 경계에 서 있는 안나를 사려 깊은 시선으로 감싸 안는다. [자유를 향해]의 영어 개봉 제명은 ‘Set Me Free'다. 영화 속의 안나는 분명 실체 없는 허상을 좇지만 그것이 결코 무의미한 방황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자유를 향한 애타는 갈망임을 너그럽게 보여준다. 여성영화 혹은 시네 페미니즘의 중요한 전범이라 할 만하다.
[자유를 향해]는 두 가지 점에 주목하게 만든다. 먼저 직접적으로 보여지는 장 뤽 고다르의 [비브르 사 비]다. [비브르 사 비]는 바로 안나의 젊은 날을 지배하고 중요한 준거점이 되어 준 첫 사랑과도 같은 영화다. 하지만 흥미로운 사실은 1963년 당시 퀘벡에서는 [비브르 사 비]를 상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들어왔다 하더라도 안나와 같은 나이 또래 애들은 등급 때문에 그 영화를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스위스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레아 풀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공간을 퀘벡으로 치환하면서 발생한 실수였던 것이다. 두 번째로 안나를 연기한 카린 바나스라는 젊은 재능의 발견이다. 영화 속에서 무수히 많은 갈등을 겪고 관계의 변화를 겪으면서도 전혀 흔들림 없이, 자기만의 체온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소녀를 놀랍도록 생생하게 연기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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