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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웃음

Der Letzte Mann The Last Laugh

1924 독일

드라마 상영시간 : 77분

감독 : F.W. 무르나우

출연 : 에밀 야닝스(도어맨) 말리 델샤프트(조카딸) more

  • 네티즌8.00
은발의 멋진 구렛나루 수염을 쓰다듬으며 금빛 단추의 제복을 뽐내는 한 호텔 도어맨이 있다. 출퇴근때에도 항상 호텔제복을 입고 다니며, 나이는 들었지만 자신이 아직도 상당히 매력적이고 힘도 센 괜찮은 남자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도어맨으로서의 직업적 자긍심도 대단하다. 그러던 어느날 도어맨이 손님의 무거운 가방을 나르고 숨이 차 잠시 로비에서 쉬고 있는데, 이를 호텔 매니저가 목격하고 만다. 이 일이 빌미가 되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도어맨은 세면장에서 수건수발을 드는 자리로 좌천당하게 된다. 그런데, 그날이 하필이면 질녀의 결혼식 날이다. 제복을 벗기운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결혼식에 보여줄 수 없다고 생각한 도어맨은 제복을 몰래 훔쳐내 입고 결혼식에 참석하고 자신이 좌천당한 사실을 모두에게 숨긴다. 결혼식을 마친 다음 날 이런 사실을 모르는 친척아주머니가 도어맨에게 줄 도시락을 들고 호텔로 찾아간다.

그러나 도어맨이 항상 서 있던 호텔앞에는 낯선 이가 제복을 빛내며 서 있고, 세면장에서 수건수발을 드는 처지로 전락한 도어맨을 발견하게 된다. 모든 것이 탄로나자 도어맨은 훔친 제복을 다시 되돌려 놓기 위해 호텔로 들어가는데, 이때 야간 순찰을 돌던 수위와 마주치게 된다. 도어맨에게 연민을 느낀 수위는 제복을 훔친 사실을 함구하고, 자신이 대신 제복을 받아 되돌려 놓아 준다. 제복을 건네고 난 후 도어맨은 더할 수 없이 비참한 심정이 되어 호텔 세면장으로 되돌아가 괴로와하며 세면장 바닥에 주저 앉고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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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노트
* 1920년대 모든 영화의 테크닉을 담고 있어 "진정한" 무성영화로 평가받는 (마지막 웃음)은 무대장치가 극소화되고 사회 현실과 개인 심리에 집착한 실내극 영화의 흐름 속에 있다. 물 흐르는 듯한 화면 전개의 기법이도입된 이 영화는 카메라가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각 장면들을 친절 하게 해석해준다. 이 점은 카메라와 내러티브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했다 는 의미를 갖는다. 무르나우 감독은 늙은 도어맨의 비애를 다루며, (노스페라투)식의 시각적 효과를 넘어 새로운 영화언어를 발명한 것이다.

*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호텔 도어맨에서 세탁실 조수로 밀려나버린 한 늙 은 노동자의 비애를 담았다. 가족은 물론 이웃들에게도 존경과 사랑을 받았고 그에게는 자부심의 표상이던 제복을 반납해야 할 위기에 빠지게 되 는데, 달라진 지위는 순식간에 모든 걸 잃게 만든다. 이 비참한 노인의 삶을 해피엔딩이 위로해주긴 하지만 영화가 표현하고자 한 삶의 아이러니는 여전히 남는다. 실내극 영화의 정점이라고 불리는 '마지막 웃음'은 지금 봐도 놀라운 기 교들을 발견할 수 있다. 고정삼각대를 버린 카메라의 움직임은 도어맨의 심리를 담아내며 관객을 상황 속으로 끌어들이는 해설자 구실을 한다. 역동적인 카메라는 또한 천편일률적인 객관적 시선으로부터 영화를 해방시 켜주었고, 도어맨의 주관적 시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처럼 놀라운 시각적 표현양식은 자막이 없는데도 내러티브를 탁월하게 이해시키며 영화를 걸작으로 남게 했다.

*표현주의로 불리는 1919~25년 시기의 독일 영화들은 대략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는 프리츠 랑의 <숙명>(1921)에서 볼 수 있듯이 신화로 남아 있는 역사적 사건들을 재구성하는 역사물들이다. 둘째는 표현주의 연극의 무대장치와 연출이 영향을 준 괴기스럽고 신비한 분위기의 영화들로, 이 부류의 대표작은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을 들 수 있다. 마지막 셋째 부류는 막스 라인하르트의 연극에서 비롯된 이른바 ‘실내극영화’들이다.

실내극영화의 특징은 다른 표현주의 영화들과 달리 특정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대개 중간계층 이하인 인물들의 행위와 심리를 단순한 내러티브(narrative)로 전달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실내극영화의 부류에 포함되는 ‘거리영화’들은 근대화 바람에 편승해 헛된 꿈을 좇는 남자들에게 버림받은 비극적인 여자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며, 감상적인 멜로드라마의 종래적인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다.

무르나우의 1924년작 <마지막 웃음>은 폴 레니의 <뒷계단>(1920), 루푸픽의 <파편>(1921)과 함께 실내극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다른 두 편과 마찬가지로 카를 마이어가 시나리오를 쓴 <마지막 웃음>은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호텔 도어맨(에밀 야닝스 연기)이 나이가 들어 화장실 조수로 밀려나면서 주위의 조롱과 멸시를 받게 되지만, 화장실을 사용한 미국인 백만장자의 뜻하지 않은 유언(화장실에서 죽으면서 마지막으로 자신을 지켜본 사람에게 유산을 남겼다)으로 비참한 현실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해피엔딩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웃음>은 관객들이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영화의 마지막을 지켜보게 만든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관객들이 늙은 도어맨의 좌절과 비참함을 공유하게 되기 때문이다. 감독은 도어맨이 유니폼을 벗는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사용한 자막을 통해 “그를 불쌍히 여긴다”고 말하는데, 이 자막은 부를 얻게 되었지만 사회적으로 지위가 하락하게 되는 중산층에 대한 감독의 연민을 드러내고 있다.

<마지막 웃음>이 영화사에서 자리매김되는 이유는 1920년대 독일 사회가 직면하게 된 중산층의 부상을 사회적·정치적 맥락에서 관객들에게 설명함과 동시에 뛰어난 카메라 테크닉과 주인공의 심리 묘사를 통해 당시의 사회상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마지막 웃음>은 영화에 대한 가장 일상적인 질문인 주제와 형식의 일치가 갖는 중요성에 대한 하나의 모범 답안일 수도 있다.

영화는 자전거에 장치한 카메라가 호텔의 엘리베이터와 회전문, 사람들로 북적이는 화려한 로비 등을 자유롭게 다니며 도시화·근대화가 대두하는 당시 사회상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카를 프로인트가 촬영한 이 도입부는 도어맨이 처하게 된, 피할 수 없는 어두운 운명을 예시하고 있다. 영화사에서 유명한, 도어맨이 술에 취한 장면에서는 카메라가 도어맨의 가슴에 매달려 세트를 비틀거리며 휘젓고 다니는데, 이는 도어맨의 심리적 불안과 함께 당시 중산계층의 불안정한 위치를 암시한다.

<마지막 웃음>은 감독 무르나우, 카메라맨 프로인트, 작가 마이어가 고안한 영화적 테크닉으로 내러티브를 성공적으로 재현했다는 찬사를 받고 있고, 영화사가들은 이 영화가 그리피스의 카메라 트래킹과 시점 편집을 발전시켜 더욱 정제된 영화 문법으로 정착시키는 데 공헌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문혜주 영화평론가,<세계 영화 100>(한겨레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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