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설계사 R씨는 멋진 집에 사랑스런 아내와 아들을 가진 평범한 가장이다. 그는 아내와의 기억을 떠올리며 레코드를 사러가기도 하고, 아들의 담임선생과 상담도 하고, 친구와 이웃들을 만나 떠들기도 하며 일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어느 날 이웃집 남자의 방문을 받은 R은 그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무덤덤하게 듣고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 큰 촛대로 남자를 죽이고 자신의 아내와 아들까지 죽여버린다. 한 평범한 남자의 갑작스런 광란을 충격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베를린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었을 당시 평단의 격렬한 논쟁을 불러왔다. 평범한 일상에 내재한 소통 불가능성과 소외의 고통을 날카롭게 묘사하며, 전후 독일 중산층의 공허한 삶에 날카로운 일격을 가하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