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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정지에는 펑정지에다

I’m Feng

2014 한국,중국 12세이상관람가

드라마 상영시간 : 66분

개봉일 : 2016-05-12 누적관객 : 190명

감독 : 민병훈

출연 : 펑정지에 서장원 more

  • 씨네216.00
중국 현대미술의 거장 펑정지에(俸正杰).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는 펑정지에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
매일 뜬눈으로 밤을 새우던 그 앞에 한 여인이 스쳐 지나간다.
그녀는 희미하다.
보일 듯 보이지 않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그가 가는 술집, 거리, 커피숍, 모든 장소에 그녀가 있다.
자신의 머리 속에 있는 여인인지, 자신이 그 여인의 머리 속에 있는지 구분할 수 없다.
펑정지에는 점점 자신의 내면 속으로 깊게 빠져들고 꿈과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 진다.
다시 이곳 저곳을 헤매다 자신의 주위를 맴 돌던 여인과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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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별점 (2명참여)

  • 7
    이용철이렇게 영화는 21세기 예술에 다가선다
  • 5
    송효정아련한 이미지의 기원을 좇는 예술가적 에세이
제작 노트
펑정지에를 처음 만난 건 대략 3년 전 겨울이었다. 그러니까 밤이면 밤마다 창작에 대한 강박관념에 견디지 못해 결행한 것은 미술관이었다. 당연히 거의 매주 미술관과 갤러리를 애인처럼 곁에 두고 살았다. 하루는 평소보다 일찍 미술관에 도착해서 그림을 둘러보는데, 커다란 눈망울에 촉촉하고 육감적인 여인의 그림이 눈에 띄었다. 중국 현대미술의 신호탄 펑정지에 작품이었다. 이후 우연찮은 기회로 알게 된 펑정지에는 가히 놀라운 인물이었다. 그의 그림을 보면서 뭔가 뒤가 거창한 인물일 거란 예측은 했더랬다. 펑정지에는 탐미주의의 극치라는 일반적 평가가 오히려 빈약할 정도로 그가 쌓아 올린 예술적 경험과 영감의 층위는 매우 다양했다. 의심할 바 없이 펑정지에는 풍부한 교양으로 무장되어 있었고 배우로서도 준비되어 있는 예술가였다. 하지만 그와 영화 작업을 함께 탐구해왔음에도 감히 좀 안다고 말하기 겁나리만치 그의 예술세계는 넓고 깊었다. 신비롭고 매혹적이면서 미궁 같은 표정으로 관객을 흡입하고야 말겠다는 강렬함은 결국 가슴앓이를 하도록 만들었다. 이 작품은 한 마디로 이미지와 소리로 분절된 영화이다. 펑정지에를 작품화하기로 결정했을 때, 카메라가 바라보는 피사체의 변화를 소리로, 카메라가 직조하는 펑정지에의 시선을 이미지와 꿈으로 동시에 표현하고 싶었다. 힘든 일이었지만 과감하게 서사를 파괴하고 온전히 화가의 내면과 이미지 그리고 꿈에 집중하고자 했다. 그렇게 화면은 둘로 나뉘었고 다시 하나가 되었고 새로운 자아와 분신이 탄생하게 되었다. 영화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었다.

[연출의도]

이것은 미술의 확장일까 아니면 영화의 탈주일까. 오프닝에서 한 남자가 성벽을 걷고 또 다른 남자가 모래 언덕을 걷는 모습이 분할 화면으로 비친다. 두 화면은 중국 현대미술가인 펑정지에가 등장하자 비로소 하나로 합쳐진다. 이후로도 영화는 펑정지에의 자아와 신체가 분열, 통합, 그리고 다시 분열되는 일련의 순환 과정을 반복 및 변주의 형태로 보여준다.
펑정지에는 한 여자와 계속해서 마주친다. 길거리, 침실, 작업실, 그리고 자신이 즐겨 찾는 술집에서 유령처럼 나타나는 이 묘령의 여인은 시종일관 입을 굳게 다문 채 오직 시선으로만 다른 이들과 소통을 한다. 여자가 펑정지에를 바라보면 펑정지에는 그 시선에 얼어붙는다. 게다가 여자의 곁에는 또 다른 남자가 있다. 비극적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들처럼 보이는 두 사람은 어느덧 펑정지에의 삶과 작품의 일부가 된다. 창작의 열망에 빠진 펑정지에의 뇌구조가 펼쳐지고 접히길 반복하는 것과 같은 순환 구조 속에서, 한 여인이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상황의 반복은 영화 전반에 몽환적인 분위기를 불어 넣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민병훈 감독은 실재와 비실재의 대립 구도를 넘어서 예술이라는 영역 그 자체에 관심을 갖는다. 그는 이미 전작에서 사진이나 미술에 종사하는 사람들과의 협업을 통해 예술가의 작품과 그들의 삶에 대해서 연속적으로 다룬 바 있다. 특히, 올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펑정지에는 펑정지에다>와 <감각의 경로>를 함께 상영한다. 이 두 작품은 예술이 영화로 들어오는 혹은 영화가 예술로 나아가는 과정이 궁금한 관객에게 좋은 관람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이도훈/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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