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정보
- 원어명Robert Benton
- 생년월일1932-09-29
- 성별남
소개
대표작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마음의 향기>
비디오 출시작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나딘> <빌리 배스게이트> <마음의 고향> <노스바스의 추억>
로버트 벤튼은 뒤늦게 개안한 할리우드 장르의 연금술사다. 79년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지옥의 묵시록>을 누르고 아카데미를 휩쓴 벤튼의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Kramer vs Kramer>(1979)에 대해 <필름 코멘트>의 리처드 톰슨은 이렇게 말했다. “벤튼의 승리는 이제까지의 보잘것없는 수많은 경박한 영화를 책망하고 미국의 고전적 영화기법의 극치를 보여주기 때문에 참으로 즐겁다.” 그러나 벤튼은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이전에 단지 두 작품만을 연출했을 뿐이다. 벤튼이 처음 영화를 연출한 것은 72년 작품인 <배드 컴퍼니 Bad Company>. 그리고 76년에 <레이트 쇼 The Late Show>라는 탐정영화를 찍었다. 영화감독이 되기 전에 벤튼은 잡지편집자로 유명했으며 각본일로 영화계에 뛰어들었다.
32년 텍사스 왁사하시에서 태어난 벤튼은 컬럼비아대학을 나와 57년부터 61년까지 <에스콰이어>지의 미술감독으로 일했다. 62년부터는 이 잡지의 편집일을 했는데 뉴욕의 진보적인 문화 분위기를 과감하게 소화하는 기사로 이름을 얻었다. 벤튼은 잡지의 동료였던 데이비드 뉴먼과 함께 내친 김에 시나리오를 썼고 그게 바로 훗날 아서 펜이 만들어서 유명해진 아메리칸 뉴시네마의 기념비적인 작품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원제는 ‘보니와 클라이드’)였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를 통해 시나리오 작가로 이름이 얻은 벤튼은 스스로 쓴 <배드 컴퍼니>에 관심을 보인 파라마운트의 제의로 영화연출의 기회를 얻었다. 벤튼은 스스로 자신없어 하며 <배드 컴퍼니>를 연출했지만 결과는 아주 좋았다. 서부를 배경으로 한 <배드 컴퍼니>는 미국 변경지대의 생활을 서정적으로 담은 아름다운 가작이었다.
<배드 컴퍼니>가 서부시대의 낭만주의와 잊혀진 순수함에 대한 명상록이라면 벤튼의 두번째 작품 <레이트 쇼>는 LA 지역을 무대로 활동하는 사립탐정의 명상록 같다. 존 휴스턴과 하워드 혹스의 40년대 탐정영화를 연상시키는 <레이트 쇼>는 로만 폴란스키의 <차이나타운>처럼 숨막힐 듯이 부드러운 분위기에 싸여 있는 LA의 타락한 생활을 잘 담아냈는데 특히 캘리포니아의 부드러운 숨결을 잡아낸 찰스 로치의 색채촬영술이 돋보인다. 이 영화는 미국 고전영화의 정연한 편집기법과 자의식이 강한 유럽예술영화의 스타일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기적이었다.
<레이트 쇼>의 흥행 실패 이후 감독생활에 위기를 맞은 벤튼은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의 대성공으로 전기를 마련했다. 벤튼은 예술적 자의식이 거의 없는 정교한 스타일로 전통적인 결혼과 가족 개념이 무너지고 가정에서 남성의 역할이 변화하는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민감하게 포착해 대중의 지지를 얻어냈다. 시작은 늦었지만 벤튼은 80년대에도 활발히 활동했다. <살의의 향기 Still of the Night>(1982)가 프리츠 랑의 고전영화를 의식한 미스터리 영화였다면 <마음의 고향 Places in the Heart>(1984)은 시골지방의 한 가족의 삶을 다룬 드라마였다. 두 영화는 벤튼이 할리우드 고전영화시대의 전통을 착실히 이어받은 치밀한 이야기꾼임을 증명했다. <마음의 고향>은 특히 여주인공 역을 맡은 샐리 필드의 명연기가 돋보인다. 그러나 90년대의 벤튼은 다소 휘청거렸다. <대부>와 비교되는 <빌리 배스게이트 Billy Bathgate>는 벤튼의 영화 중 가장 맥빠지는 영화가 되고 말았으며 64살의 나이에 만든 <노스바스의 추억 Nobody’s Fool>은 마치 프랭크 카프라의 옛날 영화를 다시 보는 것 같은 잔잔한 드라마로, 서로 할키면서 상처받는 인간관계를 발가벗기면서 개인주의의 미덕을 찬양한다는 점에서 틀림없는 미국영화다.
벤튼은 카메라로 말한다는 앨프리드 히치콕식의 영화보다는 카메라가 있는지 없는지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는 하워드 혹스 감독 스타일의 투명한 할리우드 고전영화를 좋아했다. 태작을 내기도 했지만 벤튼의 영화는 인생의 일부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장인의 미덕을 지니고 있다. 벤튼은 미국 고전영화의 기법과 정신을 지키는 정통파 영화의 적자다.
<b>[씨네21 영화감독사전]</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