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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물 수정(水晶)은 어떤 변수가 투입돼도 고유의 진동 주파수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수정과 동음이의어의 이름을 지닌 배우 임수정 또한 지난 20년간 언제 어디서나 고유의 진동 주파수로 관객의 마음에 파문을 그려왔다. 하지만 <싱글 인 서울> 속 임수정이 분한 출판사 편집장 현진은 매번 주파수가 변하는 사람이다. 잔잔한 호수처럼 보이는 현진의 마음은 “그대 노 저어올” 낌새만 보이면 고유의 진동 주파수는 온데간데없이 쉴 새 없는 격랑이 인다. 배우 임수정은 특유의 섬세함을 발휘해 요동하는 현진의 주파수에 관객이 공명할 수 있도록 돕는다.
- 팬데믹 중에 찍은 <싱글 인 서울>이 드디어 개봉한다.
= <싱글 인 서울>은 의미가 남다르다. 코로나19 팬데믹 중 찍은 첫 작품이고, 이 영화를 기점으로 드라마 <멜랑꼴리아>와 영화 <거미집>을 이어서 찍었기 때문이다. 모처럼 찍는 상업영화인 데다 오랜만에 받은 로맨스영화 시나리오라 반
[인터뷰] 연민에서 욕망으로, <싱글 인 서울> 임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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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타인은 지옥이다>(스릴러), <구미호뎐>과 <구미호뎐 1938>(판타지), <배드 앤 크레이지>(액션) 등 차기작마다 다른 장르를 거친 이동욱이 <싱글 인 서울>을 통해 주 전공인 로맨스로 돌아왔다. 이동욱이 연기하는 영호는 한때 작가를 꿈꾸던 국문학도다. 지금은 꿈을 접어둔 채 논술 강사로 이름을 날리는 영호는 누구보다 싱글의 삶을 즐기는 중이다. 어느 날 영호는 출판사로부터 서울의 싱글 라이프를 책으로 써보겠느냐는 제안을 받는다. 그리고 출판사에서 편집장 현진(임수정)을 만난다. 영화에 흐르는 김현철 노래의 가사처럼, 영호의 모든 순간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으로 가득하다.
- 그간 <해피 뉴 이어>나 <뷰티 인사이드> 등 앙상블 영화에 주로 출연했다. <싱글 인 서울>은 모처럼 분량이 상당한 주연작이라 감회가 다를 듯한데.
= 시사회 때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다. 스크린에
[인터뷰] 지금 가장 빛나는 ‘나’이길, <싱글 인 서울> 이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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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로 남는 로맨틱 코미디가 취하는 불변의 공식이 있다. 상극인 두 상대가 우연한 계기로 만나 시나브로 서로에게 젖어든다. 혼자가 좋은 논술학원 강사 영호(이동욱)는 출판사 동네북의 대표(장현성)로부터 서울에서 살아가는 싱글 남성의 행로를 담은 에세이 ‘싱글 인 서울’의 출판 제의를 받는다. 한편 혼자는 싫은 동네북의 편집장 현진(임수정)은 까칠한 영호가 마뜩지 않지만 책의 출판을 위해 그와 협업하기 시작한다. 한권의 책을 위해 원고를 퇴고하고 윤문하듯, 두 남녀는 글과 싱글 라이프를 매개로 자신의 일상을 다듬고 서로의 삶을 매만져간다. 일찍이 할리우드는 사랑도 ‘리콜이 되고’, ‘통역이 된다’고 했다. <싱글 인 서울>도 영호와 현진을 경유해 묻는다. “사랑도 교정·교열이 되나요?” <싱글 인 서울>의 이동욱, 임수정과 나눈 대화를 전한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싱글 인 서울> 이동욱, 임수정과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커버] 사랑도 교열이 되나요?, <싱글 인 서울> 이동욱, 임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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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영화 <내추럴>
대한극장에서 봤던 영화. 마지막 장면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로이(로버트 레드퍼드)가 아들과 캐치볼을 나누던 장면의 감성이란 요즘 콘텐츠에서 느끼기 어려운 정서처럼 다가올 때가 있다. 그리운 시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다.
소고기뭇국
많은 반찬을 두는 것보다 단출한 끼니를 좋아한다. 그냥 국 하나 구이 하나. 이런 식으로. 소고기 국밥처럼 한번에 말아먹을 수 있는 것도 좋고. 소고기뭇국, 야 그거 좋다. 내가 또 소고기뭇국을 기가 막히게 하는데. 겨울엔 소고기뭇국이 최고다.
영화 <화양연화>
클래식 이즈 더 베스트. <화양연화>만이 가진 고유한 분위기가 겨울과 너무 잘 어울린다. 연말에 다시 보면 좋을 작품. 특히 앙코르와트에서 양조위 배우가 속마음을 드
[LIST] 차승원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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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거장 감독 빔 벤더스가 또 한번 고품격 3D영화를 들고 나타났다. 12년 전 <피나>가 관객을 피나 바우슈의 춤의 세계로 인도했다면, <안젤름>은 독일 대표 마술 작가 안젤름 키퍼의 신비한 작품 세계로 이끈다. 오프닝 시퀀스부터 심상치 않다. 머리에 짚단 혹은 책 더미를 인 이브닝드레스들이 숲속에 서 있다. 여기에 여성들의 속삭임이 겹치다 곧 여성 듀엣 성악곡이 귀를 사로잡는다. 벤더스의 3D 카메라는 조형물에 생생한 입체감을 불어넣으며 특이한 사운드 효과와 함께 관객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다음으로 멀리서 어떤 노인이 자전거를 타고 거대한 공간을 천천히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자전거 주인이 안젤름 키퍼라는 사실은 금방 눈치챌 수 있다. 키퍼의 작업 현장은 공장과 다름없다. 독일 현대사에 대한 키퍼의 통렬한 반성과 고민의 흔적은 석고, 납, 짚, 유리와 같은 거친 소재를 통해 계속 이어진다. 키퍼는 1992년부터 파리 근교에 아틀리에를 두고 있다. 그는
[베를린] 삶과 예술, 안젤름 키퍼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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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댄 포기 안 해. 대신 노래는 네가 해. ‘그날 밤’으로. (중략) 우리 서로 ‘윈윈’이잖아.” 성대결절로 라이브에 문제가 생긴 왕년의 디바 윤란주(김효진)는 더덕 축제 무대 뒤편에서 노래를 대신해준 자신의 팬 서목하(박은빈)에게 블라인드 경연 예능 ‘N번째 전성기’의 립싱크를 제안한다. 31살의 목하와 42살의 란주가 서로 인생 역주행의 기회가 되어주는 tvN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15년이 지체된 둘의 만남에는 사연이 있다. 2007년 중3이었던 목하(이레)는 란주의 기획사로 오디션을 보러 가던 길에 바다에 빠져 실종되었고, 목하의 뮤직비디오를 찍고 대신 응모해 오디션 기회를 마련해줬던 친구 정기호(문우진)는 란주를 찾아가 목하를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었다. 란주가 2008년 발표한 ‘그날 밤’은 목하와 만나기로 했던 약속과 목하의 생존을 믿는 기호의 기다림에 관한 노래다. 란주는 무인도에 15년간 고립되었던 목하가 방송을 이용해 기호를 찾고, 자신에게 다시 향하
[유선주의 드라마톡] ‘무인도의 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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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링거>
왓챠, 웨이브 ▶▶▶▶
쌍둥이의 분리/결합 이야기는 매번 신비롭고도 으스스한 기운을 지니는데, 이는 <데드 링거>에서 데이비드 크로넌버그의 괴이한 손을 만나 더욱 징글맞게 뻗어나간다. 일란성쌍둥이 형제 엘리엇과 비벌리. 어린 시절부터 함께였던 둘은 청년이 되어서도 한집에 살며 서로에게 의존한다. 유능한 산부인과 의사인 이들은 어느 날, 자궁 경부가 세개로 나뉜 클레어를 알게 된다. 끔찍하게도 이 형제는 많은 것을 서로 나눠온 터, 클레어와의 잠자리 또한 공유한다. 같은 날 같은 곳에서 태어나 같은 얼굴을 한 두 존재의 뒤틀린 공존이 끈적하게 그려진다.
<45년 후>
시리즈온, 왓챠, 웨이브, 티빙 ▶▶▶▷
기념일의 축복은 지난 시간에 대한 장송이기도 해야 한다. 하나 결혼 45주년을 앞두고 성대한 파티를 계획 중이던 케이트와 제프 부부에게 예기치 못한 소식이 도착한다. 50년 전 제프의 첫사랑이 알프스 빙하의 크레바스에서
[OTT 추천작] ‘데드 링거’ ‘45년 후’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 ‘창밖은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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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 감독 엘리자베스 차이 베사헬리, 지미 친 / 각본 줄리아 콕스 / 출연 아네트 베닝, 조디 포스터, 리스 이판 / 플레이지수 ▶▶▶
한때 장거리 수영의 전설적인 이름이었던 다이애나 나이애드(애넷 베닝)는 곧 60살 생일을 맞는다. 그에게는 평생의 꿈이 있었는데, 바로 쿠바 아바나에서 플로리다 키웨스트까지 110마일에 달하는 바다를 헤엄쳐 종단하는 것. 28살 때 시도했다 42시간 만에 체력이 고갈해 포기한 적이 있는 그는, 육체는 쇠했을지언정 젊은 시절보다 훨씬 단단한 정신을 가졌노라 자부하며 이 일생의 과제에 다시금 몸을 던지려 한다. 친구 보니(조디 포스터)에게 코치 역할을 부탁하지만, 보니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은 모두 불가능에 가까운 이 일에 회의적이다. 더구나 그는 30년 동안 수영을 쉬었다. 과연 20대에도 성공하지 못했던 이 대장정을 60살에 이뤄낼 수 있을까?
<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는 실제로 다이애나 나이애드가 다섯번에 걸쳐 종단에
[OTT 리뷰] ‘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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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업계 또한 위축된 요즘 같은 때에 글 작업에만 몰두하던 신인 작가, 감독들의 위기감은 커져간다. 이들은 꽁꽁 얼어붙은 시장에 진입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2023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 우수 프로젝트 사업화 지원사업’ (이하 사업화 지원사업)은 작품의 기획·개발을 지원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질적인 콘텐츠 사업화를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여러 수행기업 중 오은영 대표가 이끄는 이오엔터테인먼트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으로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과 사업화 지원사업을 이어가는 유일한 기업이다. 오 대표는 관계사인 이오콘텐츠그룹과 시너지를 내며 10명의 신진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다양한 IP로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 올해 사업화 지원사업에 함께한 10인 중 4명의 작가를 만나 그들이 창작을 지속할 수 있는 배경을 물었다.
사업에 선정된 10인의 작가들은 자신의 프로젝트 사업화를 위한 개발비를 운용할 수 있는데, 결국 이 과정이 유용하려
[기획] 전환과 확장의 시기, 이오엔터테인먼트의 2023 창의인재동반사업 우수 프로젝트 사업화 지원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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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U는 일종의 대체역사물의 기능을 해왔다. 마블이 자신들의 공간 배경을 ‘지구-199999’라고 명명하고 ‘멀티버스 사가’로의 진출을 결정한 순간, 영화의 역사가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스토리텔링의 미래가 펼쳐진 셈이다. 코믹스 시장이 그래왔고 <스타워즈> 시리즈가 팬들과 함께 성장하며 새롭게 이야기를 쓰고 있는 것과는 다른 방식의 기회가 열린 셈이다. 이를테면 어벤져스에게 승리를 안겨준 치타우리족의 뉴욕 침공이나 ‘시빌 워’의 발단이 됐던 소코비아 협정, 우주 생명체의 절반이 5년 동안 사라졌다 돌아온 ‘블립’과 같은 ‘인피니티 사가’의 주요 사건들은 21세기 초에 벌어졌던 진짜 지구의 역사를 거울처럼 반영했다. 페이즈5의 작품들은 물론이고 향후 몇년 안에 만들어질 <어벤져스: 캉 다이너스티> <어벤져스: 시크릿 워즈> 역시 작금의 국가간 분쟁 이슈나 시대정신을 반영하게 될 것이다. <시크릿 인베이전>의 결말에 충격을 받은 팬들이 많지만
[특집] MCU의 ‘타임라인’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히어로물 애호가의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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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개봉한 게 2019년이니 계산하면 얼추 들어맞는다. 2008년 <아이언맨>에서 시작해 11년에 걸친 대장정을 마무리한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마블은 슈퍼만 강조하며 정작 히어로는 없는 슈퍼히어로 영화를 내놓으며 연명해왔고, 그 대가는 3년이 지나 비어버린 곳간에서 쥐어짜낸 <더 마블스>를 통해 톡톡히 치르고 있다. 노파심에서 말하지만 필자는 관련 업계 종사자로서 누구보다도 슈퍼히어로 장르의 성공을 바라는 사람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라는 개국공신 두명을 날리는, 마블 스튜디오를 제외하고 세상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한 과감한 결정과 함께 거창하게 포문을 열었던 페이즈4와 5는 역시 거창하게 출범한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방영하는 시리즈를 꼬박꼬박 챙겨보지 않으면 따라가기 힘든 대사와 캐릭터라는 벽을 스스로 쌓아올림으로써 신규 관
[특집] 지금 MCU에는 영웅이 없다, 마블 코믹스 신작 발표로 보는 마블의 청사진, 리부트는 가능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