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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중반에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햇살 아래 해사하게 웃는 스크린 속 원진아가 낯설다. 지금껏 배우 원진아가 그린 여성들은 자연광 아래에서 산책하기보다는 백열등 아래에서 과로하길 택했고, 미소 짓는 날보다 한숨 쉬는 날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할 수 없는 비밀> 속 정아(원진아)는 운명의 장난처럼 만난 유준(도경수)과 자주 걷고 많이 웃으며 상대와 관객의 마음을 간질인다. 원진아 역시 정아가 낯설었다. 첫사랑, 피아노, 대학생…. 배우 생활 10년 동안 경험해본 적 없는 요소들의 집합체인 정아를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원진아는 수없는 분석과 연습의 날들을 보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촬영을 마친 이후 원진아는 낯섦에 중독된 듯 시트콤과 정통 연극, 웹 예능프로그램에 도전했다. 자신을 실험하길 주저하지 않는 배우 원진아가 7년 만에 <씨네21>을 찾아 지금껏 선보인 수많은 타인들의 이름을 나지막이 호명
[인터뷰] 온 앤드 오프의 희열, <말할 수 없는 비밀> 배우 원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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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민 감독의 세계를 하나의 키워드로 정리한다면 단연 사랑영화일 것이다. 각자의 배우자의 불륜을 알게 된 후 그들과 마찬가지로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똑같이 휘말리는 <외출>(2005)과 신체의 시한부와 사랑의 시한부가 얼마나 동일한지 정공법으로 묻던 <사랑>(2007)은 서유민 ‘작가’가 허진호 감독과 함께 고민해 세상에 내놓은 이야기였다. 서유민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내일의 기억>(2021) 또한 스릴러의 외피를 둘렀지만 그 내막은 어느 부부의 슬픈 사랑 이야기였다. 그리고 2025년 1월. 서유민 감독의 사랑은 피아노와 초자연현상을 타고 <말할 수 없는 비밀>에 가닿았다.
- 원작 영화의 팬이었다고 들었다. 좋아하는 영화인 동시에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대만영화 중 한편을 리메이크하는 일에 부담은 없었나.
원작을 정말 좋아했다. 요즘처럼 관광객들이 몰리기 전 원작의 촬영지인 타이베이의 단수이구를 찾아 여행했을 정도니까. 제작사
[인터뷰] 사랑엔 위기가 필요하니까, <말할 수 없는 비밀> 서유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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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문단에 <검은 수녀들>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검은 사제들>(2015)의 흥행 이후 제작사인 영화사 집은 세계관의 확장을 느슨하게 고민해왔다. 여러 해에 걸쳐 구상한 끝에 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수녀를 선택했다. <검은 수녀들>은 12형상이 다시 나타난 한국을 배경으로 한다. 수녀 유니아(송혜교)와 미카엘라(전여빈)는 부마자인 어린 소년 희준(문우진)을 살리고자 그의 몸속에 숨어든 악령을 빼내려 한다. 두 여성의 연대가 강조된 만큼 휴먼드라마에 가까워졌다. ‘서품받지 못한 수녀는 구마를 할 수 없다’라는 현실적 제약에 맞서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여성들의 커브 없는 질주는 뜨거운 울림을 전한다. 결국 사람을 살리는 이야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각색에도 참여한 오효진 영화사 집 제작이사,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를 가지고 송혜교 배우와 작업할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는 권혁재 감독을 만나 <검은 수녀들>의 안과 밖에
[인터뷰] 끝까지 팽팽한 감정선으로, <검은 수녀들> 권혁재 감독, 오효진 영화사 집 제작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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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앙정보국(CIA)은 할리우드 첩보물의 배경으로 익숙하다. 국가안보를 둘러싼 거대한 사건들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곳에서, 신출내기 변호사 오언 헨드릭스(노아 센티네오)가 속한 법무과는 영화적 스포트라이트 바깥에 있는 작은 조직이다. 현장에서 목숨을 건 첩보활동이 벌어지는 동안, 법무과 직원들은 주로 책상에 앉아 민형사소송을 준비하며 음지에서 일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파민 중독자’ 오언에게는 무채색의 사무실보다 피 튀기는 바깥세상이 훨씬 잘 어울린다.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서 생활했다는 전사가 드러나는 <더 리크루트>의 두 번째 시즌에서 오언은 미국과 한국이라는 두 동맹국의 교차로에서 새로운 임무를 수행한다. 동맹이라는 이름 아래 흐르는 긴장과 의심, 그리고 끝없이 서로를 염탐하는 양국 정보기관의 복잡한 관계를 대표하는 두 인물, 오언 헨드릭스 역의 노아 센티네오와 장균 역의 유태오를 만났다.
- 새 시즌의 주무대는 한국이다. 지난 시즌에서 베이루
[인터뷰] 동맹과 의심, <더 리크루트> 시즌2 배우 노아 센티네오, 유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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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안예은은 이야기꾼의 자질을 타고났다. 우선 그는 한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자기만의 음색과 창법의 소유자다. 그의 음성에 홀린 청자는 온 신경을 사로잡는 목소리가 풀어내는 이야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안예은의 목소리는 신분제, 구중궁궐의 암투와 모략, 쇠락한 국운과 금단의 사랑 등 혹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각기 한수를 뽐내는 역사극에 특히 자주 활용됐다. 홍길동, 장녹수, 광해군, 평강과 온달. 거역할 수 없는 역사적 운명을 호소하는 서사에 구성진 안예은의 목소리가 결합하자 이들의 인생은 막강한 매혹을 입었고 시청자를 TV 앞으로 끌어당겼다. 안예은의 음악은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로부터 왔다. 영국의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와 호주의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프랑스의 소설 <레 미제라블>과 한국의 수많은 구전설화는 안예은에게 다가와 자기도 새 이야기를 입고 싶다며 아우성쳤다. 또 안예은의 음악은 수많은 이야기를
[트랜스크로스] ‘이야기하기’의 욕구 - EP 《이야기 보따리》 발매한 싱어송라이터 안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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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 킹덤>은 2023년 칸영화제의 비경쟁부문인 ‘주목할 만한 시선’에서 상영됐다. 이는 토마스 카일리 감독이 지난 10년간 프랑스영화계에서 줄곧 주목할 만한 시선을 받았다는 점에서 공교로운 배정이다. 2014년 칸영화제 감독주간에서 상영된 첫 장편영화 <싸우는 사람들>은 이듬해 세자르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포함해 3관왕을 차지했고, 2018년 연출한 시리즈 <아드 비탐>은 그해 프랑스 각종 전문지가 선정한 올해의 시리즈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애니멀 킹덤>이 등장했다. 인류에게 원인불명의 동물화가 발생하고, 수인(獸人)은 보호소에 격리되거나 사살된다. 프랑수아(로맹 뒤리스)와 에밀(폴 키르셰) 부자 역시 변이로 인해 격리된 가족 구성원 중 한명이 탈출하자 사라진 가족을 찾아 나선다. 4년간의 준비 끝에 이전에 본 적 없는 ‘동물의 왕국’을 구현해낸 토마스 카일리 감독과 화상으로 만나 나눈 대화를 전한다.
- 작품을 쓰는
[인터뷰] 이 영화는 차이와 다름에 관한 우화다, <애니멀 킹덤> 토마스 카일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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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캡틴 아메리카가 찾아온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서 팔콘이었던 샘 윌슨은 방패와 날개의 새 주인이 되어 다음 챕터의 문을 연다. 무엇보다 슈퍼 솔저 혈청이 없어 초자연적인 힘에만 의지하지 않는, 이전 영웅과 사뭇 다른 면모는 마블 히어로 세대교체의 선명한 구분선이 될 것이다. 힘은 어디서 오고, 어떻게 쓰여야 하는가. 모든 영웅담의 발로가 되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다시 샘 윌슨이 된 배우 앤서니 매키를 직접 만났다. 싱가포르에서 이뤄진 이 대화는 예상보다 경쾌하고 가벼워서 웃음과 쉽게 뒤섞였다.
- 이전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와 다른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만의 차별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가장 큰 차이점은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에게 혈청이 없다는 거다. 마블 세계관에서 슈퍼 솔저 혈청은 초대 캡틴 아메리카인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의 초자연적 신체 능력의 근원이다. 나의 샘 윌슨이 위험에 직면하는 방식이나
[인터뷰] 방패의 주인이 바뀌었다,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앤서니 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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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 이상한 여자>의 혜리(전혜연)에겐 이상한 파괴력이 있다. 연극판에 발을 들인 서울대생인 그녀는 집단이 자신을 향해 가하는 추앙과 추문 사이를 넘나들다 웃는 얼굴로 조용하게 엿을 날리는 인물이다. 한국 사회의 관습과 부조리에 지진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건 어른의 능란한 액션이 아닌 자유인이라는 본질, 예술가의 꿈을 지켜내는 일이었다. 자주 볼 수 없는, 그래서 더 특별한 캐릭터 스터디이기도 한 이 역할은 배우 전혜연의 순수하고 투명한 인간성과도 공통분모를 이룬다. 오디션 자리에서 “저는 제가 되게 순수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고백해 정형석 감독을 웃게 만든 이 대담한 배우는 이어 덧붙였다. “어른이 되면 겉과 속이 다르거나 잇속을 차릴 수도 있고, 계산적으로 변할 수도 있지 않나. 그런데 나는 중고등학생 때 입었던 교복만 벗었을 뿐이지 그때의 감성 그대로 자란 것 같다. 영화 속 혜리는 나라면 도저히 하지 못할 행동도 하지만 그런 모습의 발로는 그녀의 순수함과 자
[WHO ARE YOU] 전혜연 <페르소나: 이상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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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만이 인간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는 바오로 의사 신부(이진욱)의 제자 미카엘라 수녀(전여빈). 그가 병실을 떠나면 사람들은 수군거린다. “무슨 AI 같아.” 그만큼 원칙대로 행동하며 경직된 분위기를 풍기는 그의 앞에 유니아 수녀(송혜교)가 나타난다. 악령 들린 소년 환자 희준(문우진)을 구하겠다는 유니아를 얼떨결에 도왔으나 그는 아직 금기를 깰 자신이 없다. 그렇지만 죽어가는 소년에게 동질감과 유니아의 간절한 의지를 느낀 미카엘라는 그의 계획에 동참하기로 한다. 현재 배우 전여빈은 극장가의 타오르는 여인이다. <하얼빈>의 독립투사 공부인 역으로 가슴을 뜨겁게 했던 그가 이번엔 <검은 수녀들>의 미카엘라 수녀로 분해 다시 한번 속에 있는 무언가를 끓어오르게 한다.
- 한 생명을 살리겠다는 사람들의 합심으로 뭉클한 시나리오가 아니었을까 싶다. 대본에 대한 감상을 나눠준다면.
재밌게 본 <검은 사제들>의 세계관을 다시 잇는 이야기
[인터뷰] 자유로운 해방, <검은 수녀들> 전여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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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오컬트물의 주역으로 변신해 <두근두근 내 인생> 이후 약 11년 만에 극장가를 찾은 배우 송혜교를 만났다. <더 글로리>에 이어 <검은 수녀들>로 나타난 그로부터 멜로드라마의 양지에서 장르물의 그늘로 이동한 배우가 내뿜는 빛을 목격하는 요즘이다. 수녀를 향한 차별에 단호히 맞서면서 악령 들린 소년을 살리려는 유니아 수녀로 분한 송혜교는 격렬한 의식을 막 끝낸 것처럼 후련해 보였고, 신작 촬영을 위해 다듬은 쇼트커트를 한 채 또 다른 낯섦을 향해 성큼 다가가는 중이었다. “<더 글로리>를 끝내 놓고는 왜인지 잠시 사랑 이야기로는 돌아가고 싶지가 않더라. <검은 수녀들>과 마침 연이 닿았고 구마 행위를 할 때 그동안 내게서 보지 못했던 표정과 몸짓이 스스로도 궁금해졌다.”
- <더 글로리>와 <검은 수녀들>에서 송혜교는 각각 복수와 구원의 아이콘이다. 공통점을 찾아보게 된다. 언뜻 차가운 외피를 뚫
[인터뷰] 빛을 부르는 어둠을 입고, <검은 수녀들> 송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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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형상’ 악령이 다시 나타난 한국에 구마를 할 ‘검은 사제들’이 부재한다면? 걱정할 것 없다. 그 빈자리를 넘치게 채울 수녀들이 온다. 1월24일에 개봉하는 <검은 수녀들>은 옳다고 믿는 일에 전력을 다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소년 희준(문우진)의 몸속에 악령이 숨어들었다는 걸 안 유니아 수녀(송혜교)는 ‘서품받지 못한 수녀는 구마를 할 수 없다’라는 금기를 깨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또 다른 수녀 미카엘라(전여빈)와 함께 한 생명을 구하겠다는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검은 수녀들>은 <검은 사제들>의 세계관을 잇는 오컬트물이지만 불가해한 공포로 서늘해지기보다 시스터후드 영화로서 연대의 뜨거움을 안기는 쪽을 택한다. 그 중심에는 배우 송혜교와 전여빈이 있다. 유니아와 미카엘라가 그랬듯 서로에게 지지대가 되어준 두 배우는 이번 작품을 통해 함께하는 기쁨, 더없는 용기를 배웠다고 말한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검은 수녀들> 송혜
[커버] 함께 타오르다, <검은 수녀들> 배우 송혜교, 전여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