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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트랑 블리에 (Bertrand Blier)

1939-03-14

참여작품 평점평균

씨네216

/

네티즌6.6

기본정보

  • 다른 이름베르뜨랑 블리에
  • 직업감독
  • 생년월일1939-03-14
  • 성별

소개

감독으로 대표작은 <바르수즈> <내겐 너무 이쁜 당신> <내 안의 남자>.

베르트랑 블리에는 새로운 영화를 내놓을 때마다 종잡을 수 없는 파격과 유머로 관객을 당황하게 만드는 현존하는 블랙유머의 최고 대가다. 블리에 영화의 유머는 세상에 전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등장인물과 인간관계를 그럴듯하게 연출해 보여준다는 데 있다. 블리에는 세상의 관습 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그의 영화에서는 12살 먹은 소년이 성숙한 여인과 사랑에 빠질 수도 있고 한 여자와 두 남자가 사랑하는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으며 창녀가 전세계의 모든 남성을 구원한다는 자부심에 가득 차 즐거운 인생을 살 수도 있다. 발상이 황당하기 그지없지만 블리에는 관객의 허를 치르는 통찰로 상식이라는 이름의 위선에 갇혀 있는 보통사람들의 뒤통수를 친다.

블리에는 누벨바그가 한창 유행을 타던 63년에 <히틀러? 모르겠는데! Hitler? Connais Pas>라는 장편 기록영화를 연출해 칸영화제에 출품했으나 67년에 극영화를 한편 연출한 것을 빼면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변변한 연출기회를 잡지 못하고 70년대 중반까지 놀고 있었다. 고전적인 구조의 각본으론 승부를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블리에는 자작 소설을 영화화한 <바르수즈 Les Valseuses>(1974)로 뒤늦게 성공의 막차를 탔다. 프랑스 속어로 ‘고환’이란 뜻의 제목을 내건 이 영화는 불량한 두 건달이 곳곳을 여행하면서 많은 여자들과 관계를 맺는다는 줄거리로 반인습적이고 파격적인 성묘사 때문에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로도 기존의 도덕률과 성관념을 조롱하는 자유분방한 영화를 계속 만든 블리에는 <바르수즈>를 둘러싼 소란을 불식시키고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됐다.

<칼모 Calmos>(1976)는 아내의 지나친 성적 요구 때문에 지친 중년의 두 남자가 한적한 곳으로 도망쳤다가 다시 붙잡혀서 섹스노예로 부려진다는, 남녀간의 섹스전쟁을 풍자한 영화이고,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받은 <손수건을 준비하세요 Preparez Vos Mouchoirs> (1978)는 한 남자가 아내의 우울증을 고치려고 동분서주하다가 다른 남자까지 아내의 애인으로 손수 불러들이지만 정작 아내는 13살의 소년과 눈이 맞아 가정을 꾸린다는 이상한 멜로드라마다. 블리에의 영화는 70년대의 여권운동을 비꼬는 반동적인 풍자로 비칠 수도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결혼 제도의 고정관념을 깨는 도발로 읽을 수도 있다. <차가운 찬장 Buffet Froid>(1979)은 인간의 영혼이라고는 조금도 느낄 수 없는 차가운 도시 파리에서 형사와 살인범이 벌이는 추격전을 다룬 작품이며 블리에의 최고작으로 꼽히기도 하지만 블리에의 풍자영화 경향에서 이탈한 어두운 분위기의 형사영화였다. <좋은 아버지 Beau Pe> (1981)와 <내 단짝 친구의 여자 La Femme de Mon Pote>(1983)를 통해 블리에는 다시 기존의 성도덕에 문제를 던지는 자기 스타일로 되돌아온다. 두 영화는 모두 자유로운, 죄의식 없는 섹슈얼리티의 추구라는 블리에의 주제의식을 담고 있는데 <좋은 아버지>는 14살 먹은 양녀의 유혹을 받는 남자의 이야기이고, <내 단짝 친구의 여자>는 남자친구와 스포츠복 세일즈맨 사이를 오가며 번갈아 유혹하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다. 비슷한 주제가 <우리들의 이야기 N re Histoire>(1984)에도 보인다. 이 작품은 특히 물흐르는 듯한 대사와 반쯤 환상적인 분위기로 블리에의 중기 영화를 대표하는 작품이 됐다. 술을 물마시듯이 하는 세일즈맨인 주인공 알랭 들롱은 기차 여행중 우연히 만난 아름다운 여인과 대화를 나눈다. 여인의 말인즉슨, 자기는 누군가와 섹스를 나누고 싶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두사람의 인연이 시작되지만 이어지는 자잘한 에피소드들은 남성이란 여성의 희망에 맞춰 살아가기엔 부적격한 존재들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80년대 후반 <내겐 너무 이쁜 당신 Trop Belle pour Toi>(1989)을 전환점으로 블리에는 남자에서 여자로 관심을 옮겼다. <감사한 삶 Merci, La Vie>(1991)은 두 여성의 우정과 욕망을 다뤘고 <1, 2, 3 태양 Un Deux Trois Soleil>(1993)은 도시 근교에 사는 한 소녀의 이야기다. <내 안의 남자 Mon Homme> (1997)는 즐거운 마음으로 거침없이 남자를 상대하던 매춘부가 한 부랑자를 사랑하고 포주로 군림하는 그의 노예가 되지만 남자의 배신을 안 후에는 그와 헤어지고 가정주부로 살아가기 위해 갖은 애를 쓰지만 여의치 않다는 내용을 다룬 블리에의 후기 걸작이다. 블리에는 알랭 코르노, 베르트랑 타베르니에와 함께 누벨바그의 뒤를 이어 70년대 이후의 프랑스영화를 이끌었으며 프랑스적인 지성과 유머라고 하는, 오늘날의 프랑스영화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전통을 가장 잘 스크린에 표현한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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