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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란 안 홍 (Anh Hung Tran)

1962-12-23

참여작품 평점평균

씨네214.5

/

네티즌6.3

기본정보

  • 다른 이름트란 안 훙;Tran Anh Hung
  • 직업감독
  • 생년월일1962-12-23
  • 성별

소개

베트남 출신 프랑스 감독. 뛰어난 색채감각과 이미지의 향연, 사실주의적인 접근법의 접목으로 베트남이 폭력적인 현실을 담아냈다. 베트남에서 태어난 트란 안 훙은 라오스에서 8년 정도 살았고, 베트남전이 끝나자마자 12살 때 기술자인 아버지와 함께 프랑스로 이주했다. 원래 대학에서 철학도였다가 베트남의 한 감독을 만난 뒤 생각이 바뀌었다. 영화를 기술부터 배워나가기로 마음먹고, 음향 엔지니어와 촬영 감독을 양성하는 프랑스의 루이 뤼미에르 학교를 감독 수업의 터전으로 택했다.

졸업 뒤 베트남 전설에 기초한 20분짜리 단편영화 <망부석 La Pierre de L’attente>을 만들었고, 93년에 첫번째 장편 <그린 파파야 향기 The Scent of Green Papaya>가 칸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받으면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주종관계라는 봉건적 현실의 잔재를 넘어 피어나는 사랑과 여인의 삶을 통해 전쟁의 폭력성에 은폐돼 왔던 베트남민의 소박한 인성을 재발견한 이 영화는 94년 아카데미 외국어상과 세자르 신인감독상까지 휩쓸었다. 50년대 베트남의 시대 분위기를 주도면밀한 관찰로 재구성한 시공간의 정밀함, 세부묘사는 트란 안 훙의 영화에서 돋보이는 요소다. 트란 안 훙은 이 영화를 찍으면서 주연배우 트란 누 옌케와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

그의 작품을 대표하는 수법은 하나의 쇼트가 한 시퀀스를 구성하는 ‘플랑 세캉스’. 그에게 플랑 세캉스는 작업의 리듬과 연기의 호흡을 기만하지 않은 정직함이자, 부드러움과 정물성에 대한 매혹이다. 베트남보다 프랑스의 감수성에 근접한 작가라는 평이 끈질기게 제기돼 왔으나, 트란 안 훙의 작업은 끊임없이 조국으로 되돌아간다.

영화학교 졸업작품부터 95년 두번째 영화 <씨클로 Cyclo>까지 트란 안 훙은 베트남의 전래 설화와 문학의 전통적 구도를 차용하는 한편 베트남 민중의 소박한 인성과 폭력적인 현실에 집착하고 있다. 2년의 침묵 끝에 내놓은 <씨클로>는 시나리오와 연출을 겸하며 석달 반 동안 촬영했다. <그린 파파야 향기> 때 베트남 공산당 정부의 까다로운 행정절차 때문에 좌절됐던 베트남 현지 촬영을 성사시켰고, 마침내 베트남 민중의 피와 땀이 생생하게 배어나는 거리에서 조국의 초상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제작비는 800만달러가 소요됐고 홍콩 배우 양조위와 트란 누옌케가 열연했다.

자전거택시인 ‘씨클로’를 임대 운전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소년이 씨클로를 도둑맞고, 생활을 위해 폭력조직에 들어가면서 점점 폭력적인 현실에 눈뜬다. 사회주의가 남긴 빈곤의 악순환, 폭력과 마약과 매춘 등 자본주의의 타락이 중첩된 베트남의 가혹한 현실 속에 순수를 잃어가는 젊은이의 초상을 대담한 색채와 탐미적인 영상으로 빚어낸 이 작품은 베니스영화제 그랑프리를 받았다.

트란 안 훙은 드라마보다 은유와 상징, 기교의 흐름으로 새로운 언어를 만들고자 했다. “설명없이 이미지로만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영화를 만든 계기 중 하나는 이야기체 영화(cinema narratif)에 대한 분노다. 영화에서 건질 게 줄거리밖에 없다면 대체 영화는 왜 만드는가?”라고 말하는 트란 안 훙은 들고찍기의 흔들리는 카메라 속에 피로에 찌든 베트남 서민들의 일상을 “잔인한 시며 꿈같은” 영화로 담았다. / 영화감독사전,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