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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조의 밤

La Notte di San Lorenzo Night of the Shooting Stars

1982 이탈리아 15세이상관람가

드라마, 전쟁, 판타지 상영시간 : 107분

개봉일 : 2005-08-19 누적관객 : 2,126명

감독 : 파올로 타비아니 비토리오 타비아니

출연 : 오메론 안토누티(갈바노) 마가리타 로자노(콘체타) more

  • 씨네217.75
  • 네티즌7.00

전쟁의 한 복판, 별이 쏟아지던 어느 밤에 일어난 마술 같은 이야기

무서울 게 뭔지도 몰랐던 그 때
6살 소녀의 기억에 새겨진 아주 특별한 날들


쏟아지는 별에 소원을 비는 로렌조의 밤. 체칠리아는 아이의 머리맡에 누워 1944년, 작은 마을 산 마르티노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릴 수 있게 해달라는 소원을 빈다. 철모르는 여섯 살 꼬마 체칠리아의 눈에 비춰진 그 날의 일들이 생생한 기억으로 다시 살아난다.

전쟁의 포화가 한풀 꺾인 8월의 어느 날, 독일군의 지배 아래 놓여 숨을 죽이며 살아가고 있던 마을사람들 사이에 곧 미군이 들어와 독일군을 몰아낼 거라는 소문이 퍼진다. 퇴각을 준비하는 독일군들은 마을을 통째 폭파시키겠다고 위협하며 폭파될 집집마다 녹색 십자가를 그려놓는다. 성당만은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다짐을 받은 주교가 마을 사람들에게 성당으로 피신할 것을 권유하지만 사람들의 불안한 마음은 쉽게 진정되지 않는다. 지혜로운 농부 갈바노가 독일병사가 파르티잔에 의해 살해된 사건으로 독일군이 앙심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마을을 떠나자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사람들은 두 편으로 나뉘어 한 편은 마을에 남고 다른 한 편은 갈바노를 따라 길을 나선다. 엄마와 함께 갈바노를 따라나선 6살 꼬마숙녀 체칠리아는 한밤중에 까만 옷을 입고 하염없이 걷는 일이나 어른들과 함께하는 수박서리, 밀밭에서 벌어지는 파시스트와의 육박전까지 평소에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모든 일이 흥미진진하기만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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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별점 (4명참여)

  • 8
    이성욱비극을 단조풍 희극으로 바꿔놓는 한바탕 불꽃놀이
  • 7
    박평식감독 지망생이 챙겨야 할 이미지와 사운드, 커팅 스타일
  • 8
    유지나파스타보다 더 쫄깃거리는 타비아니 형제의 영화성찬!
  • 8
    황진미‘정직한 응시’와 ‘낙관적 관조’가 조화된 피난영화
제작 노트
* 로렌조의 밤이란?
연중 가장 많은 별이 쏟아진다는 8월 10일 밤.
토스카나 지방에서는 이날 별똥별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About Movie

별똥별이 되살려준 유년의 기억
풍부한 상상력으로 그려낸 전쟁의 초상


<로렌조의 밤>은 별이 쏟아지는 로렌조의 밤, 어린시절을 회상하는 나레이션으로 시작되면서, 잔인한 전쟁에 휘말린 삶을 오히려 로맨틱하고 판타스틱하게 재구성한다. 영화가 다루는 것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에서 벌어진 실화-독일군에 의한 대규모 학살, 동족끼리 파시스트와 민병대로 나뉘어 벌인 내전-의 참상이지만, 6살 어린 소녀의 눈을 통해 모든 일은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한밤중에 마을 사람들과 함께 까만 옷을 입고 하염없이 걸어야 했던 피난길은 스릴 넘치는 모험으로 뒤바뀌고, 독일군에 의해 살던 집이 폭파되던 밤이 소녀의 삶에서 가장 신나는 순간으로 재현된다. 특히 평단이 입을 모아 베스트씬으로 꼽는 ‘밀밭 전투’는 소녀의 신화적 상상력이 만개하는 장면! 파시스트와 농부들의 전투를 호머의 일리어드에 나오는 영웅들의 전투로 변형시켜 판타지의 재미와 영웅서사시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명장면이다.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훌륭한 하모니를 이룬 다양한 캐릭터들
비극적 현실을 감싸안는 따뜻하고 생생한 묘사


<로렌조의 밤>은 체칠리아가 나레이터를 맡았지만, 그 외에는 특별히 주연, 조연의 구분 없이 각각의 개성과 욕망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여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닥친 인간의 다채로운 면면을 펼쳐보인다. 결혼식을 올린 직후 신부를 잃고 기억상실증에 걸리는 슬픈 신랑 코라도, 마을 사람들을 성당으로 모아 안전을 보장해주려던 것이 결국 독일군의 속임수로 드러나면서 모두를 죽음에 몰아넣은 장본인이 되고 마는 주교, 온갖 폭력을 행사하다 결국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 파시스트 부자 등은 참혹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캐릭터들.
그러나, <로렌조의 밤>이 돋보이는 점은 가슴 아픈 시간의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 안았다는 데 있다. 험한 피난길에서도 로맨스가 싹터 체칠리아의 엄마는 마을의 노총각과 뜨거운 눈길을 주고받고, 신분차이 때문에 맺어질 수 없었던 늙은 농부 갈바노와 귀부인 콘체타는 서로를 향한 오랜 그리움을 비로소 털어놓는다. 비극적인 역사를 다루면서도 각각 인물들의 사연에 주목함으로써 <로렌조의 밤>은 거대 역사에 가리워진 개인들의 풍요로운 경험을 복원해 내는데 성공했다. 다양한 악기들이 제 목소리를 내면서도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는 오케스트라처럼 <로렌조의 밤>의 다양한 캐릭터들은 훌륭한 하모니를 보여준다.

바그너, 베르디, 비제의 아리아의 여운이 가득한
그림처럼 아름다운 토스카나의 자연풍경 속으로


사운드와 이미지의 사용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는 타비아니 형제답게 <로렌조의 밤>에서 음악은 긴장감 넘치는 영화의 리듬을 창조하고 판타스틱한 시공간을 창조하는데 한 몫을 톡톡히 한다. 바그너의 아리아가 전장의 비운을 전하는 가운데 베르디, 비제를 연상시키는 니콜라 피오바니의 매력적인 영화음악은 멜랑콜리하고 향수를 자극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서정적인 음악과 세잔의 회화를 떠올리게 하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토스카나의 시골풍경이 어우러진 <로렌조의 밤>은 따스한 인간미와 소박한 시골풍경의 위대함을 통해 역설적으로 전쟁의 비극에 다가간다.

마을폭파를 기다리는 장면, 클로즈업숏과 롱숏의 교차편집으로 보는
타비아니 식 리얼리즘의 정수: 객관적 사실과 주관적 해석의 결합


타비아니 형제는 클로즈업숏과 익스트림 롱숏을 교차편집하여 각 인물들의 주관적인 생각과 느낌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객관적인 전쟁의 상황을 영화에 담는다. 갈바노를 따라 한밤중에 마을을 빠져나온 사람들이 우물가에 둘러앉아 마을의 폭파 소리를 기다리는 장면은 클로즈업과 롱숏의 독특한 화학작용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는 장면!
부감으로 잡은 롱숏 안에 잡힌 검은 옷을 입은 마을 사람들은 공포와 슬픔에 빠져 있다.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면서도 서로를 위로하는데 개별 클로즈업으로 들어가면 그들이 숨겨둔 속마음이 드러난다. 집이 폭파되면 바퀴벌레가 박멸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 다시 시작하는 것은 싫으니 제발 침대만이라도 남겨달라고 기도하는 사람, 어서 집이 날아가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소소한 추억으로 빨려드는 사람...
이후에 이어지는 폭파씬은 더욱 더 극적으로 클로즈업숏과 롱숏의 작용을 활용한다. 밤 3시가 되자 요란한 폭발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소리를 좇는다. 사람들은 언덕 위 마을로 올라가 소리가 들린 곳이 산 마르티노가 맞는지 확인한다. 따비아니 형제는 한 사람의 귀를 클로즈업으로 담은 다음 언덕 위 나무를 중심으로 모여있는 마을 사람들을 롱숏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다시 누군가의 귀를 보여준 다음 마을 사람들의 롱숏을 보여준다. 침묵과 폭발음, 기다림과 확인, 군중과 개인의 변증법적인 결합은 비극적 순간을 설레임과 흥분, 아쉬움과 슬픔이 교차하는 미묘한 상황으로 바꾼다.
이렇게 티비아니식 리얼리즘은 객관과 주관을 넘나들며 역사적 사건을 개인들의 주관적 기억 속으로 용해한다. 더 나아가 사건에 신화와 전설, 판타지와 로맨스를 결합시켜 그 당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원형으로 다가간다. 네오리얼리즘이 삶의 엄숙함과 가혹함을 보여주기 위해 치밀한 현실재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타비아니 형제는 네오리얼리즘의 사실적인 재현의 한계를 벗어남으로써 역설적으로 더욱 생생한 삶을 담아내고 현실감 있는 인물을 그려낸 것이다. <로렌조의 밤>은 네오리얼리즘을 넘어선 타비아니 식 리얼리즘의 정수가 담긴 작품이다.

<로렌조의 밤>은 타비아니 형제의 실제 경험담

<로렌조의 밤>은 타비아니 형제가 유년시절에 실제로 경험했던 사건을 영화화한 것이다. 1944년 7월, 퇴각 중이던 독일군 병사 한 사람이 토스카나의 산 미니아토 마을 부근에서 파르티잔에 의해 피살된다. 마을 주민들은 모두 교회에 모이라는 명령이 떨어지고, 당시 반파시스트 변호사였던 타비아니 형제의 아버지가 영화 속 갈바노처럼 마을 사람을 이끌고 피난을 주도했고, 명령에 따른 사람들은 몰살되었다. 어린 시절에 경험한 이 충격적인 사건은, 그들의 첫 단편영화인 다큐멘터리 <1944년 7월 산 미니아토>(1954) 에 기록되었다. 이후 30여년의 작업을 통해 세계적인 거장이 된 타비아니 형제는 이 사건을 다시 장편 극영화로 만들었고, 그 결과물이 바로 <로렌조의 밤>.


<로렌조의 밤> 관람포인트

알면 알수록 더욱 깊어지는 영화의 맛!
<로렌조의 밤>이 알려주는 네 가지 즐거움


눈으로 보는 즐거움: 고전회화의 정수에 흠뻑 빠진 영화적 풍경

추수하는 농부들을 담은 밀밭씬의 미쟝센은 마치 세잔느의 풍경화를 보는 듯하고 용맹한 그리스군으로 바뀐 농부들의 창에 찔려 죽는 파시스트는 파울로 우첼로의 그림을 떠올리게 한다. 침대에 누워 1944년의 사건을 회상하는 어머니와 아이가 등장하는 장면은 르네상스 회화에 자주 등장하는 성모와 아기예수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탈리아의 회화적 전통을 영화에 담는 따비아니 형제의 탁월한 능력은 장면마다 상징적이고 신화적인 고전회화의 정수를 담아내며, 미학적인 완성도가 돋보이는 영화예술로 거듭나고 있다.

귀로 듣는 즐거움: 소리로 영화 보기

타비아니 형제 영화에서 음악과 사운드는 단순히 정서를 환기시키는 차원을 넘어서 대사와 이미지로 표현되지 않는 폭넓은 정보를 전해준다. 빠르고 경쾌한 군악에 가까운 영화의 메인테마가 언제 어떻게 쓰이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은 따비아니 형제가 음악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메인테마는 처음에는 주도권을 쥐고 있는 갈바노와 연결되어 사용되지만 갈바노가 무리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하고 나서는 다른 곳에 사용된다. 모두 후시로 녹음되었기 때문에 모든 소리는 감독의 엄격한 통제 하에 연출된 것이다. 그러므로 사소한 사운드 정보에도 귀를 기울일 것!

가슴으로 느끼는 즐거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섬세한 멜로 연기

서로를 향한 마음을 묻어둔 채, 오랜 시간 서로 남남이 되어 살았던 갈바노와 콘체타는 힘든 피난길에서 점점 닫았던 문을 열어간다. 노년의 두 배우가 보여주는 섬세한 감정연기는 이 영화의 감초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꿈같은 하룻밤을 보내지만 다음날 갈바노를 남겨두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산 마르티노로 돌아가야하는 콘체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아쉬움이 가득한 눈길로 갈바노를 바라본다.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며칠을 보낸 갈바노는 비오는 광장에 혼자 남아 상념에 잠긴다. 그날의 날씨를 묘사하는 대사“비는 오지만 날씨는 맑아요”는 갈바노의 처지를 묘사하는 것이며 “사랑은 떠났지만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왔다” 동시에 “끔찍한 악몽이지만 신나는 모험으로 기억되는” 로렌조의 밤에 대한 중의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지식을 얻는 즐거움: 와이프 편집과 고전 영화에 대한 오마쥬

타비아니 형제는 <로렌조의 밤>에서 와이프(wipe)를 통해 화면을 전환하고 있다. 앞 장면이 뒷장면에 밀려나듯이 연결되는 와이프 기법은 거의 동시에 일어나는 2, 3개의 다른 장면을 시간차 없이 극적인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장면을 전환할 때 자주 쓰인다. (조지 루카스는 <스타워즈>에서 다양한 방식의 와이프를 보여준 바 있다) 타비아니 형제는 와이프를 통해 내전에 ‘휩쓸린’ 시골마을 사람들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동시에 와이프를 현대적인 편집기법을 완성한 영화의 아버지 D.W.그리피스과 몽타쥬의 대가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에게 오마쥬를 바치고 있다. 또 독일군이 잘못 쏜 총에 맞아 죽어가는 하녀 마라에게 독일군이 미군인척 가장하고 건네는 스노우 글로브는 오손 웰즈의 <시민 케인>에 대한 노골적인 오마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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